흔히 도교(道敎)는 여러 가지 신체수련을 통해 장생불사를 추구하고 부적이나 주문, 의례를 통해 세속적 구복을 추구하는 종교로서, 노장사상과 같은 도가(道家)와 구별하여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도교 안에는 벽곡(辟穀)과 같은 식이요법, 도인(導引)과 같은 체조, 화학연금술, 약초학, 부적 등 다양한 종교 문화적 요소가 존재한다. 그것만이라면 도교는 의학이나 체육학, 혹은 대중적 주술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살펴보면 도교 안에는 깊은 사색과 명상이 있고, 그들의 심신 훈련의 기술의 바탕에는 매우 심오하고 체계적인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노장사상으로부터 출발된 도교의 다양한 사상과 수행법은 당말 오대 이후로부터 시작되어 송원 시대에 가장 흥성했던 내단 사상에 이르러 가장 완성도 있게 체계화된다. 도교 내단(內丹)의 가장 독특한 수행법의 특징은 몸과 마음의 균형 있는 연마, 곧 ‘성명쌍수(性命雙修)’라고 할 수 있다. 유교나 불교와 구별되는 도교수행의 독특성은 마음수련을 위해 몸 수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교에서는 인간을 심신상관적(psycho-somatic)인 존재로 인식하는 바, 도교의 구원, 곧 득도를 통해 신선적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육체와 정신, 양면의 수행이 필요하다고 본다.도교의 내단 사상과 수행법은 한국에서도 성행하였다. 조선시대의 여러 선비들은 단학수행에 몰두하고 다양한 저술을 통해 그들의 수행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김시습(金時習)․권극중(權克仲)․정염(鄭磏) 등이다. 조선중기의 정염(鄭磏: 1506~1549)에 의해 작성된『용호비결(龍虎秘訣)』은 조선시대의 내단內丹)사상의 핵심을 잘 보여주는 저서이다『용호비결』은 도교의 심신수련서 가운데에서도 그 내용이 간단하면서도 한국도교의 내단 수행(修行)의 본질과 핵심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용호비결』에서는 도교의 수행법을 폐기(閉氣), 주천화후(周天火侯), 태식(胎息)의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폐기의 과정이 가장 중요하며 따라서 이를 올바로 이해하고 바르게 수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용호비결』과 같은 단학 수행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도교의 수행법은 정신완성을 위해 신체의 상태를 온전하게 보전하고 그 순환상태가 원활하게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정신에너지를 공급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심신상관적 인간이해와 종교적 실천은 현대의학이나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정신이해와도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용호비결은 한국 도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내단 서 적으로서, 여러 가지 異本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문헌적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초기 이본으로 간주되는 .단학지 남.이 발굴되어 학계에 소개된 이후에 현전하는 용호비결의 판본에 대한 관심이 일부 나타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문헌적 계보가 파악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용호비결의 특징과 그 수련법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용호비결 관련 여러 문헌 자료를 대조하여 본문을 철저히 검토한 다음, 갑인자본 .주역참동계발휘.에 근거하여 용호비결 의 원형을 탐색하고, 이를 근거로 문헌적 계보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기초적인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용호비결이 지닌 사상사적인 성격을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현전하는 용호비결의 이본으로는 널리 알려진 연정원본과 동국대학 영인본이 대표적이다. 그 이외 규장각본과 장서각본이 있으며, 근년에 발굴된 .단학지남. 및 .중묘문.에 산견되는 용호비결의 내용 등을 고려하면 모두 6종이 된다. 이러한 용호비결의 초기 이본은 .단학지 남.으로 알려진 .양생지남.이다. 후대에 유전되는 용호비결은 .양생지 남.에 근거해서 .동의보감.을 비롯한 .도서전집.의 여러 내용을 추가 해서 형성된 것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시중에 유통되는 용호비결의 판본들은 후대에 보완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러 이본들과 대조해 보면 정렴의 저작이라고 보기 어려 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 정렴의 후대 인물인 원료범의 .기사 진전.이 용호비결의 본문에 나타나는 점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용호 비결의 형성 과정에 .수진십서.와 .도서전집.의 영향은 부정할 수 없 는 사실로 드러난다. 초기에는 .수진십서.의 내용이 반영되다가 임란 이후에 이르러 .도서전집.의 내용이 용호비결에 무분별하게 인용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용호비결은 유염의 .주역참동계발휘.를 근거로 .참동계.의 하수처 를 밝혔는데, 참동계의 본래 지향점인 .용호경.의 구결을 제시한 점에 서 이를 ‘용호결’이라 일컬었다고 본다. 그 점에 있어서 ‘용호결’은 참동 계의 핵심이며 조선시대 단학파의 최대 성과라고 평가해도 결코 지나 치지 않는다. 이 논문에서는 용호비결의 여러 판본들을 비교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후대에 이루어진 본문의 첨삭이 내용의 변개로 나 아가 용호비결이 지닌 폐기 수련의 중요성이 점차 간과되어 후속 연구 를 가로막고 있는 사정을 새롭게 해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