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이황과 이이의 철학을 사칠론과 리의 자발성이란 측면 에서 검토한 것이다. 이황과 이이의 사유를 비교하자면 이황은 실존 적이라면 이이는 일반적이다. 이황은 실존적 경험과 수양을 중시했 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사칠론에 관심을 가졌다. 사칠론은 삶 속에 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마음이나 감정의 분류학이기 때문이 다. 또한 사칠론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는 리발설을 주장하게 된 다. 도덕적 마음으로서의 사단은 인간의 육체적 경향성과 반하는 것 이기 때문에, 그것과는 다른 근거에서 유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 서 그는 사단이란 리에서 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 점에서 이황의 사유 과정은 구체적 실존, 사단과 칠정으로 분류되는 현상적 마음, 그리고 사단과 칠정의 존재론적 근거로 진행된다. 만약 사변적 인 관심만을 가졌다면 이황은 기대승과의 논쟁에서 그렇게 자신의 사칠론에 대해 이론적인 변경을 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황은 자신 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실존에 대한 정확한 반성과 인식 은 그로 하여금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게끔 했던 것이다. 반면에 이이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황을 비 판하였다.
본고는 조선중기의 유학자 퇴계 이황과 청량산의 관계를 검토한 것이다. 산과 인간의 관련성을 사상적 측면에서 고찰하려는 목표 하에, 한국 유학을 대표할 수 있는 퇴계와 그가 평생토록 그리워하고 동경한 청량산에 주목하여 탐색하였 다. 본론에서 논의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養氣는 ‘養生的 養氣’, ‘道德的 養氣’, ‘審美的 養氣’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儒家가 산수자연에 대해 가지는 입장은 道德的 養氣와 밀접한 관 계가 있다. 유가의 도덕적 양기론은 자연의 질서를 통찰함으로써 자신의 내면 에 존재하는 도덕성을 자각하며, 이 자각적 깨달음을 지속적으로 올바르게 유 지하여 내면의 기운을 자연과 같이 생명력이 넘치면서도 질서로운 상태로 만들 어 가는 것이다. 공자의 ‘樂山樂水’와 맹자의 ‘浩然之氣’에 보이는 이와 같은 도 덕적 양기론의 면모는 송대 성리학자들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체계화되는 단계 로 나아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楊恒叔의 무이지는 퇴계를 비롯한 조선 중기의 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 쳤는데, 현재 중국에서는 일실되었으며, 寒岡 鄭逑가 이를 대본으로 삼아 개편 한 무이지(1~2권, 1책)가 우리나라에 남아 전한다. 무이지는 우리나라 山 志의 전범이 되었으며, 특히 淸凉志는 이 책을 전범으로 삼아 저술되었다. 청량지는 무이산이 주자로 인해 주자학파의 학자들에 의해 聖山으로 존숭 되는 것처럼, 퇴계학파의 학자들이 청량산을 退溪와 관련된 聖山으로 확립하여 聖域化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 그 자연환 경에 조응하는 새로운 인문경관을 창조하게 되는데, 청량지는 청량산과 퇴계 학파가 빚어낸 인문경관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저술이다. 퇴계의 시문에 형상화된 청량산의 이미지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정신적 고향으로서 늘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산이다. 둘째, 세상의 번잡함과 구별된 곳으로서 심신을 맑게 정화해 주는 산이다. 셋째, 조용히 학문 에 힘을 쏟을 수 있는 강학처로서 성현을 배우려는 마음을 분발시켜 주는 산이 다. 그리고 이와 같은 청량산의 이미지는 퇴계가 표현한 단어 또는 내용적 의미 로써 요약하여 吾家山・仙山・聖山이라는 말로 구분지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