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봉선사는 가야총림의 초대 방장과 통합종단 초대 종정 등 을 역임한 조계종 승려이다. 출가 전에는 일본 와세다 대학 법 학부를 졸업하고 귀국한 이후 10년 동안 판사로 재직하였다.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쌍수의 선풍을 계승하여 송광사 삼일암에 서 수행 정진하며 많은 제자들을 지도하였다. 해방 이후 불교 정화운동에 참여하였고, 종회 의장 및 종정을 역임하며 종단을 이끌었다. 본 논문은 효봉선사(曉峰禪師)의 묵적(墨跡)을 간찰(簡札)과 서예작품(書藝作品)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심층 고찰하고자 한다. 특히 묵적은 글자로 남긴 법문이자, 침묵 수행의 기록이 며, 선적 체험의 응축된 상징이므로 그가 남긴 묵적에 담긴 선 적(禪的) 메시지, 수행의 흔적, 그리고 한국 근현대 불교사에서 갖는 위상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선사의 수행정신과 불교 미 학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함이 본 논문의 연구목적이다. 효봉선사의 선필(禪筆)은 그의 올곧은 수행과 같이 그의 글 씨는 뼈(骨)와 살(肉)이 적당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이루는 가운 데 엄정(嚴正)함이 있다. 아울러 자연스러운 자태(字態)와 소밀 (疏密)한 결구(結構), 그리고 기존의 법도에 따르지 않는 운필 (運筆)이 보인다. 효봉선사가 남긴 서예작품은 해서와 행서 작품이 주를 이룬 다. 그중에서 행서는 필획과 자형의 변화가 구도자적 흔적이 뚜렷하다. 이들을 통하여 효봉선사의 선행일치(禪行一致)의 면 모를 간접적으로나마 살필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12곡 병풍 등에서 필획의 굵고 가늠과 자형의 많은 변화로 활달자재(豁達 自在)한 높은 격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전통과 속기(俗氣)에 서 벗어남이며 아무 거리낌이 없는 무욕(無慾)의 독창적인 예 술정신의 표현이다. 아울러 결구의 대소나 기존의 장법 등과 무관한 선학일치(禪學一致)의 겸양의 인격미와 아무 거리낌이 없는 무욕의 담백한 정신세계를 담아내는 선사만의 예술 표현 이었다.
본 논문의 목적은 효봉선사(曉峰, 1888~1966)의 선시 세계를 반상 합도(反常合道)와 불반상이합도(不反常以合道)라는 관점에서 살펴보 는데 있다. 효봉선사는 한국인 최초의 판사 생활을 하였으나 독립지 사에 대한 사형 언도를 내린 후 인생에 대한 회의를 절감하고 38세의 늦은 나이로 금강산 신계사 보운암에서 석두(石頭)화상을 스승으로 하여 삭발 득도하였다. 장좌불와의 용맹정진으로 일관한 무서운 난 행고행의 수행으로 43세에 금강산 법기암의 토굴에서 깨달음을 얻은 선사는 1962년 75세에 통합종단으로 출발한 조계종의 초대종정으로 추대되어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승풍을 진작하고 헌신하다 가 79세에 입적하였다. 선사가 남종선의 법맥을 계승하여 평생을 무(無)자 화두를 들고 참 구했지만 또한 보조국사를 흠모하여 돈오점수설과 정혜쌍수설을 간 화선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독특한 입장을 견지하였다. 효봉선사 선 시의 특징은 일상을 벗어나되 진리에 부합됨(反常合道)과 일상을 벗 어나지 않고 진리에 부합(不反常以合道)하는 두 면모가 동시에 나타 나고 있다. 선사의 반상합도의 선시들은 오도송이나 혹은 법거량시 에 높은 선지를 드러내거나 자연물을 이용한 강렬한 모순적 대조를 보여준다. 품격 높은 선사의 선시에서는 반상합도의 경지를 나타내 는 시문보다는 일상의 평범함과 대중들에 대한 자애로움, 그리고 당 시의 어려운 불교 상황을 맞이하여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의연한 결의 가 보이는 선시들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선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반상이합도의 선시들은 무엇보다 불 교의 현실적 발전과 또한 수행자들의 실천수행을 독려하기 위하여 깨달음의 돈점을 가리지 않고 무애하게 선의 다양한 관점을 수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점은 결코 반상합도와 불반상이합도를 둘로 본 것이 아니라 선의 진리를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일체에 분별없이 원융무애한 선지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선 사의 선시에 나타나는 선적 경지는 돈점으로 가름할 수 있는 것이 아 니라 이미 그 양자를 초월한 분상에서 그 양자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경지에 있음을 말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불반상이합도의 기조를 지닌 선사의 시적 세계 를 중심으로 선자(禪者)로서의 일상생활의 평범함을 보이는 영물(詠 物)적 선시, 대중들에 대한 자비교화의 선시, 그리고 당시 불교 진흥 을 위한 실천적 선시 등으로 나누어 선사의 선사상의 특징과 수행정 진에 힘쓸 것을 강조하는 선사의 시학의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