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의 서체를 누가 썼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1940년경 한글판본이 안동에서 발견된 후 앞쪽 어제서문 4장이 떨어져 나가 이를 깁는 과정에서 훈민정 음 판하서체를 안평대군의 글씨로 지목하면서 심증적 추측성 의견이 분분하다. 본 논문에서 해례본 판하서체는 정인지가 직접 쓴 서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 근거로는 첫째, 훈민정음 해례본에 ‘세자우빈객 신 정인지 서’로 서자 (書者)가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점. 둘째, 서체가 서문에서 관지까지 일맥창통(一脈暢通)한다는 점. 셋째, 부왕의 업적을 아들이 찬서 할 리 없다는 점. 넷째, 정인지서라고 적혀있는데도 다른 사람이 대서할 수가 없다는 점. 다섯째, 정인지 서체와 훈민정음 해례서체가 같은 필체라는 점이다. 제2장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전체적인 구성을 살펴보고 특히 정인지의 후서까지 한 흐름으로 이루어져 의도적으로 이 를 변조하거나 바꿀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을 밝혔다. 제3장에서는 그동안 학계에서 알려져 있는 기존 주장을 파악 하고, 정인지의 후서와 관지에 분명하게 서명했음에도 불구하 고 여태껏 필사자에 대한 서지학적 연구 정리가 이루어져 있지 않아 기존 주장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특히 최초로 안 평대군 서체설을 주장하여 서지학적 논증과 실증적 연구 기회 를 놓친 것에 대한 성찰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설명 하였다. 결론적으로는 이와 같은 근거와 논증을 바탕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의 판하서가 정인지의 글씨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혀두었 다. 끝으로 본 연구와 함께 필요한 서체비교 분석은 또 다른 연 구과제로 지면이 한정되어 진행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하 며, 앞으로도 이 연구에 이어 정인지의 서예에 대한 재조명과 훈민정음 해례본 한자서체 및 한글서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 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