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청준의 축제를 브루노 라투르의 ‘허구의 존재자’ 개념과 미셸 칼롱의 ‘번역’ 이론에 기반해 분석한다. 축제는 장례라는 의례를 중심으로 다 양한 존재들이 얽히는 관계망을 형성하며, 감정과 기억, 인물과 사물이 끊임없 이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서사를 구성한다. 본고는 칼롱의 번역 이론에서 제시 된 네 단계—문제화, 관심화, 등록화, 동원화—를 장례의 서사 흐름에 적용해, 죽음을 둘러싼 관계들이 어떻게 조정되고 재배치되는지를 추적한다. 번역은 고 정된 질서를 해체하고, 이질적인 행위자들 간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구 성하는 네트워크 형성의 과정으로 작용한다. 축제에서 독자는 효, 죄책감, 상 실, 돌봄 같은 정동에 감응하며, 텍스트와 함께 의미를 생성하는 참여자로 위치 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은 문학을 고정된 의미를 전달하는 매체로 보지 않고, 독 자와 함께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존재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글은 60년대 이청준 소설을 프로이트 정신분석학과 아도르노 비판미학과의 관계 속에서 탐구하였다. 의학지식의 대중화를 통해 문학 분야에 적극 유입 됐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과 한국 지식담론장의 비판인식에 영향을 끼쳤던 아도르노 비판미학이 어떻게 구조화되었는지를 탐구한 것으로 이를 통해 구원의 서사로서 이청준 소설이 갖는 의미를 해명하고자 했다. 이청준 소설은 이윤의 목적성에 훼손된 근대의 부정성을 공격하며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로운 무목적적 미의 세계를 유토피아로 투시한다. 현실에 대한 분노를 가학적 공격성을 통해 표현하는데 여기에 문화지식이 중층적으로 개입된다. 타나토스의 본능을 위험한 충동으로 부정한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이 고통으로만 구원이 투시될 수 있다고 강조한 아도르노 미학을 경유하여 비판적으로 전유되고 있다. 소통과 화해 대신 분노와 불화를 통해 구원을 모색하는 것으로 격자소설 양식, 성찰적 서술자 운용, 거짓말과 말없음 등 전통 문법을 해체하는 형식적 고안들도 비판미학과 연결된다. 이를 통해 문화지식담론을 전유하며 유토피아를 희구한 이청준의 구원의식과 사회의식이 온당하게 이해되며 70년대 이후로 비판미학의 수용 시기를 진단한 연구도 재론될 수 있다. 이론이나 잡지와 함께 소설은 문화지식 수용의 텍스트로 의미를 가지며 그러한 점에서 60년대 이청준 소설은 아도르노미학 수용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