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재미작가 김은국의 순교자를 무신론적 실존주의와 기독 교 문학으로 양분된 연구방법론에서 벗어나 기독교적 실존 철학의 관점에서 재 해석하는 것이다. 추리소설의 외양을 지닌 순교자는 심층구조에서 “신은 자 기 백성이 당하는 고난을 알고 있는가?”라는 실존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추 구한다. 두 주요 인물인 신 목사와 이 대위, 진실과 사랑, 절망과 희망이라는 대 립 구도는 생의 절망을 끌어안고 죽음의 십자가를 지려는 신 목사의 ‘존재의 용 기’에서 와해한다. 그는 이 용기 속에서 신의 부재를 증명하는 듯한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타인을 위한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궁극적으로 신 적인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하나님이 그들을 돌보고 있고, 나도 그들을 돌보고 있다”라고 대답한다. 결론적으로 순교자는 인간 존재와 관계하며 인간 역사 에 개입하는 하나님의 존재를 드러내는 기독교 실존주의 문학으로 읽힐 수 있 다.
이 논문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성경의 자연스러운 인용과 영적 진리의 탐색을 왜곡하거나 의도적으로 간과한 일부 비판들을 수정하고자 한다. “원주,” “중심,” “산문,” “가능성,” 그리고 “은둔” 등 디킨슨이 그녀의 시와 편지에서 직 접 언급한 은유들의 의미와 상호 연관성을 분석함으로써 종교적 신앙과 성서적 진리 탐구를 구현하는 디킨슨의 시를 재평가한다. “비스듬히 말하기”를 우회적 이고 은유적인 진술인 시 쓰기와 동일한 것으로 보고 디킨슨이 이 전략을 통해 자신의 영성을 어떻게 숨기고 동시에 드러내는지를 고찰한다. 제도화된 종교에 대한 거부와 신 앞에서의 인간 존재의 한계에 대한 좌절을 다루는 시들 속에서, 디킨슨이 성서적 진리에 기반한 진정한 개인적 영성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음 을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 종교와 신에 대한 회의와 저항을 담은 시들은 오히 려 성서적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디킨슨의 우회적 여정이었음이 확인된다.
이 글은 이청준의 축제를 브루노 라투르의 ‘허구의 존재자’ 개념과 미셸 칼롱의 ‘번역’ 이론에 기반해 분석한다. 축제는 장례라는 의례를 중심으로 다 양한 존재들이 얽히는 관계망을 형성하며, 감정과 기억, 인물과 사물이 끊임없 이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서사를 구성한다. 본고는 칼롱의 번역 이론에서 제시 된 네 단계—문제화, 관심화, 등록화, 동원화—를 장례의 서사 흐름에 적용해, 죽음을 둘러싼 관계들이 어떻게 조정되고 재배치되는지를 추적한다. 번역은 고 정된 질서를 해체하고, 이질적인 행위자들 간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구 성하는 네트워크 형성의 과정으로 작용한다. 축제에서 독자는 효, 죄책감, 상 실, 돌봄 같은 정동에 감응하며, 텍스트와 함께 의미를 생성하는 참여자로 위치 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은 문학을 고정된 의미를 전달하는 매체로 보지 않고, 독 자와 함께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존재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정은궐의 영원의 사자들은 판타지 로망스이다. 판타지 로망스는 로망스의 플롯에 판타지 요소를 사용하는 소설의 하위 장르이다. 저자는 자신을 문학 작 가가 아닌 로망스 작가로 선언할 만큼 전통적인 문학적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글쓰기를 지향한다. 영원의 사자들은 이승의 인간인 나영원과 저승의 사자인 갑1 사이의 사랑과 운명, 그리고 연화로부터 나영원에 이르기까지 33년을 주기 로 환생하는 여인들에게 반복되는 죽음과 공포의 이야기를 다룬다. 살아있는 인 간인 연화는 7세 때 저승에서 사자들을 만나고, 특별히 갑1을 운명적으로 사랑 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과 저승사자 간의 인연은 금기사항으로 연화는 갑1을 잊 지 않으면 사후에 저승으로 들어갈 수가 없게 설정된다. 연화는 마음속에서 갑1 을 잊지 않기로 다짐한 결과로, 이승에서의 폭력에 의한 죽음에도 불구하고 매 번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즉시 환생하게 된다. 전생이 경험한 죽음의 공포와 갑 1에 대한 운명적 사랑에 대한 기억은 나영원의 꿈을 통해 소환되고, 사자들의 도움으로 33년의 저주는 풀리게 된다. 판타지 로망스로서 영원의 사자들은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한 인간의 간절한 마음이 이승과 저승이라는 시공간을 넘어 이루어내는 사랑의 이야기를 초현실적으로 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