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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종교 KCI 등재 Literature and Reli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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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

제30권 1호 (2025년 3월) 14

1.
2025.03 구독 인증기관 무료, 개인회원 유료
이 글은 인문학의 학문적 자산으로서 ‘하늘의 언어와 하늘의 역사’ 자료를 환 기하고 그에 대한 자료 접근력과 관점의 다양화 모색을 펼친 서술이다. 하늘이 궁극의 존재라는 점을 잘 알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떤 구체성으로 묘사되었 고 그리고 어떠한 언설로 표출되어 왔는지를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개관적 시도 이다. 이에 천지인 삼재관과 지저세계관의 유입 문제를 통해 전통적 하늘관을 동서비교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수평과 수직의 공간 우주론을 대비하여 고대 하 늘 인식의 구조를 드러내며, 한국 고대인이 묘사한 수직 하늘 공간론이 신라 선 덕왕릉의 사천왕-제석천주 모형으로 또는 불교적 수요 9층천설의 황룡사 구층 탑으로 구현되는 면모를 짚어보았다. 그러나 조선시대 성리학 사회에서 하도·낙 서의 수비주의적 도식학이 만개하면서 하늘과의 교통이 상실되는 문화상을 읽 게 되고, 그에 무관하지 않은 궁극론 측면에서 척도의 혼란과 한달 시간학의 부 재 현상을 함께 논의하였다. 이를 통해 수천년 한자시대에서 근대 한글시대를 구가하는 우리 시대에 하늘의 언어와 역사 현장을 논의하는 하늘 논장 곧 학문 적 천론의 활성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고자 하였다.
8,100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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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대종교(大倧敎)의 􋺷단군교오대종지포명서􋺸에 수록된 창세신화를 중심으로, 여기에 드러난 하늘과 인간에 대한 인식을 천인 관계의 전통 속에서 파악한 것이다. 􋺷단군교오대종지포명서􋺸의 창세신화에서 우주의 창조는 정(精), 기(氣),신(神)을 바탕으로 한 도교의 우주론과 유사하다. 또한 하늘과 신의 세 차례에 걸친 인류 창조와 신의 문화 창조는 기존의 천인 관계 사이에 신을 배치 하여, 신과 인간의 직접적인 연결을 강조하였다. 창세신화에서 하늘과 신의 인 류 창조는 불완전하며, 이 불완전한 창조를 대황조성신이 완성한다. 이는 대황 조성신의 위상을 명확하게 하고, 대황조성신의 직계 자손인 대종교도들이 ‘오대 종지’를 지켜야 할 근거가 된다. 나아가 대종교 교리의 전제가 된다. 이렇듯 기 존에 전승되던 단군 신화에 더해 인류의 기원과 우주의 기원을 구체화한 􋺷단군 교오대종지포명서􋺸에 수록된 창세신화는 나라를 잃어버린 대종교도들에게 모 순된 현실 아래에서 하늘과 신, 단군으로부터 자신에게까지 이어지는 우주의 통 합을 이루도록 만들어준다. 따라서 대종교도들이 이 창세신화를 기억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례를 수행하는 것은 20세기 대종교도들에게 무너져버린 현실을 대 황조성신의 도로 새롭게 갱신하는 순간이 된다.
6,000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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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조지 허버트의 시에 드러난 ‘하늘’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 늘이 갖는 역할, 의미, 소망을 알기 위해 그의 시집 􋺷성전􋺸에 수록된 시들을 살 펴보았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늘은 사랑의 원천으로, 허버트는 비를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로부터 흘러나오는 세례수로 이해한다. 그는 인간이 속죄 를 위해 하늘을 바라볼 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죄가 정화될 것을 드러낸다. 둘 째, 하늘은 영원한 상급이 있는 곳으로, 허버트는 인간을 이원적인 생명을 가진 존재로 여긴다. 그는 인간이 하늘의 영원한 보물을 바라보며, 두 생명에 부여받 은 소명을 감당해야 함을 드러낸다. 셋째, 하늘은 완전한 회복이 있는 곳으로, 허버트는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다시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을 흩고 그리스도와 연합하기를 간구한다. 그는 최후의 온전한 연합을 소망하며 세상을 극복한다. 그러므로 허버트가 이해한 하늘은 인간을 죄에서 정화하고, 점차 성 화하게 하며, 궁극적으로 영화에 이르도록 하는 구원 성취의 과정이다.
5,500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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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정지용의 비로봉1 의 종교적 해석 가능성을 탐색하고, 이를 통 해 시적 위상을 재검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로봉1 은 종교시와 산수시의 정신주의가 교차하는 복합적 미학을 드러내는 시편이며, 정지용의 시 세계에서 종교시와 산수시로 이행하는 시적 여정의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는 작품이다. 본 연구는 비로봉1 의 핵심적 상징을 ‘불’과 ‘이마’로 보고, 산 정상에서 ‘이 마’를 통해 초월적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과 ‘성냥불을 그싯는’ 행위로 형상화된 신앙적 태도의 결합을 고찰함으로써 비로봉1 해석의 지평을 넓힌다. ‘이마’ 는 인간과 초월적 자연을 연결하는 감각적 통로로 작용하며, ‘성냥불’은 내면의 불꽃이 점화되는 상징적 순간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시적 주체는 비로봉 정상을 ‘육체 없음’의 장소성을 경험하며, 연정을 ‘산드랗게’ 얼게 하는 행위를 통해 내적 평온과 정신적 고양에 도달한다. 이러한 귀결은 차갑고 평화로운 정 신성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정지용 시의 사유 방식이 어떻게 전환되는지를 보여 준다. 비로봉1 은 신앙적 숭고와 정신성, 그리고 초월적 세계에 대한 경외감 이 응집된 결절점으로서 정지용 시 세계의 내적 연속성을 입증하는 시편이라 할 수 있다.
6,600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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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의 목적은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수리남>을 통해서 종교적 기 능의 상실과 사회적 종교 걱정의 시대에 대한 논의를 수행하는 것이다. 영화에 서 감독은 종교적 기능과 가치가 상실되고 마약과 종교가 긴밀하게 연계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에서 마약은 숭배의 대상으로서 물질주의적 현대사 회의 단면을 극단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다. 영화에서 마약 밀매업자로서 종교 지 도자로 등장하는 인물은 현대 종교 지도자들의 범죄, 마약, 탐욕, 그리고 물질 집착 등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확보하고 있다. 과거 사회적 질서와 안정을 위해서 종교가 작동했던 것과 달리 현대사회 일부 종교 지도자는 주도적으로 범죄나 물질적 탐욕에 관여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은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에 직면하는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종교의 타락은 절망적 환경이나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 문이다. 현대 종교는 기능 상실에 대한 절박한 위기의식을 인식하고 종교의 본 질적 가치 회복을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5,400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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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쿠버(Robert Coover)의 소설 􋺷공개화형􋺸은 1953년 미국의 로젠버그 부부의 스파이 혐의 재판과 처형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포스트모더니즘적 서사 방식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냉전 시대의 편집 증, 반공 정서, 국가 승인 폭력의 스펙터클, 그리고 대중문화의 종교적 광란을 조명하며 현대 자본주의의 소비문화와 밀접히 연관된 글래머(glamour)의 개념 을 드러낸다. 글래머(glamour)의 개념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소비문화와 쿠버 (Robert Coover)의 소설 􋺷공개화형􋺸(The Public Burning)에서 묘사된 처형의 장 면은 정치적·사회문화적 글래머의 한 형태로 변형된다. 소비문화와 가장 밀접하 게 연관된 매혹은 단순히 욕망을 자극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매혹은 매우 정교해졌으며, 이미 정치, 영화, 스포츠, 예술, 심지어 종교에까지 확장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개화형􋺸의 주인공인 로젠버그 부부의 처형은 순교와 정치적 폭력이 글래머화(glamourization)된 명확한 사례로 볼 수 있다.
6,100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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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마지막 대 예언시 􋺷예루살렘􋺸을 다시 쓴 묵시 록의 관점에서 살펴본 것이다. 􋺷예루살렘􋺸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복잡한 환 상시로, 선형적 구성의 요한계시록 과는 달리 비선형적이고 비시간적이며 여 러 상징적 사건이 상호연결된 형태로 전개된다. 시는 육천 년간의 인류의 타락 과 회복을 앨비온이라는 우주적 인간을 중심으로 전개함에 있어, 그의 영적 수 면과 각성의 반복을 통해 나선형적 “살아있는 형식”을 구현한다. 앨비온은 인 류, 영국, 혹은 개인을 상징하며, 내면의 “유령”과 “이기적 자아”를 극복할 때 즉시 깨어날 수 있으며, 이러한 상상력의 기능은 예언적 예술가 로스를 통해 구 현된다. 로스는 끊임없는 정신적 투쟁 속에서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독자 역시 난해한 시 읽기 과정을 통해 이러한 영적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예루살 렘”은 완전한 상상력이 실현되는 에덴의 비전을 제시하며, 시 􋺷예루살렘􋺸은 이 러한 에덴을 향한 시인의 묵시적 글쓰기라 할 수 있다.
6,300원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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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목사 소설가 백도기의 197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기독교 소설이 그리는 고통과 기독교 언어의 분열이라는 주제를 살핀다. 백도기에게 기독교 신 앙과 소설 쓰기는 소설이 고통에 대해 다룰 때 양립 가능했다. 백도기 소설 속 고통 이야기는 두 갈래의 근원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그가 속했던 한신대학교의 신학적 경향과 가르침에서 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순교자 아버지 에 대한 기억이다. 한신의 신학은 백도기가 이웃 인간을 향한 관심, 그들의 고통 과 함께하는 고통, 혹은 함께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고뇌의 서사를 쓰게 이끌 었다면, 부친 백남용 목사의 순교는 종교적 구원에 이르는 고통과 죽음을 그리 는 순교 서사를 반복해서 쓰게 했다. 한편 이 글은 그의 대표작 청동의 뱀 을 다시 읽으면서 이 소설이 한국경제의 성장과 교회의 양적 부흥 가운데 기독교 언어가 오히려 왜소해지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목사 주인공의 무 기력과 타락한 교인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청동의 뱀 은 영적 타락에 대한 범박한 묘사에서 나아가 기독교인들에 의해 기독교 언어가 남용되고 무용해진 현실에 애통하는 소설로 읽을 수 있다.
7,000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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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의 소설 􋺷욥􋺸은 유대인의 실존을 대변하는 인물 멘델을 통해 고난과 신 앙의 서사를 보여준다.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소설은 성경 􋺷욥기􋺸와의 관련성을 드러내고 있다. 소설은 􋺷욥기􋺸의 구조나 중심 모티프에서 유사성을 드러낼 뿐 아니라 신정론의 주요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인간에게 신의 정의는 불명확하며 신의 자비와 분노 또한 인간의 오성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멘델의 형상 화에서 욥의 인내와 저항의 특성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멘델의 신앙 서사는 욥 의 서사와 다르다. 성경에서 고난 받는 인물 욥은 신의 의로움을 신뢰하며 신에 게 절대적 순종을 통해 이상적인 신앙인의 모델을 구현한다. 반면 멘델의 신앙 적 삶에서는 모순과 균열이 인식된다. 그는 현실적 고난을 신의 형벌로 이해하 며 신적 정의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한다. 더욱이 절망적 상태에 처하자 신의 불 의함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멘델의 신앙적 갈등과 절망적 삶은 메 시아적 구원자, 메누힘을 통해 회복된다. 그러므로 멘델의 한계와 모순은 신앙 적 발전의 과정으로 확인된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신앙은 각자의 개인적 현실과 분리될 수 없으며, 신학적 이상을 기준으로 평가될 수 없는 것이다.
6,000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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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프닌􋺸에서 나보코프가 어떻게 아버 지와 아들, 그리고 예술적 조화를 통한 삼위일체의 개념을 구현하면서 예술과 종교의 양상들을 묘사하는지 고찰한다. 소설에서 나타나는 러시아 및 서구 예술 에 대한 분석과 종교적 주제를 분석하면서, 나보코프의 예술관과 종교관에 초점 을 맞추고자 한다. 러시아 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그림 삼위일체 의 화법 과 주제를 적용하여, 나보코프가 그리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예술적 조화 혹 은 종교적 신성을 통해 나보코프가 그린 약한 자에 대한 자비와 동정을 통해 어 떻게 아름다움을 나타내는지 살펴본다. 러시아적 전통의 바보 성인의 개념을 통 해 나보코프의 􋺷프닌􋺸에서의 주인공, 프닌이 경험하는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분석하며, 나보코프가 그리는 기독교적 사랑과 구원에 대한 측면을 탐구한다. 더불어, 나보코프 문학 속에 나타나는 종교적 주제와 공중부양과 나 비와 같은 예술적 주제를 통해 나보코프가 창조하는 예술의 양상을 읽어낼 수 있다.
8,000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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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구조주의 비평을 활용하여 구약성서의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 창 세기 19:1-38)를 한국 전통 설화인 <장자못> 설화와 비교함으로써, 고대 이스 라엘과 한국 전통 설화에 내재한 ‘금기’와 ‘위반’이라는 원형적 상상력과 사유 체계를 지배하는 심층구조를 고찰한다.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금기와 위반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여성의 석화(石化)라는 공통된 구조적 모티프를 공유한다. <장자못> 설화에서는 하나님의 천사 대신 스님이 등 장하고, 롯의 아내 대신 착한 며느리가 등장하는 등 문화적 요소의 차이가 존재 하지만, ‘뒤돌아보지 말라’는 금기 위반으로 인한 변신이라는 서사 구조는 유사 하다. 롯의 아내가 정화, 보전, 불멸, 계약을 상징하는 ‘소금’ 기둥으로 변하고, <장자못> 설화의 며느리 역시 금기 위반으로 ‘돌’이 되는 변신은 성스러움과 속 됨의 경계에 위치한 인간의 존재와 통과 의례의 어려움을 상징하며, 인간의 연 약함과 경계 넘기의 한계를 드러낸다.
5,700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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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주체성과 관련된 책임과 환대의 개념에 집중하면서 엠마누엘 레비 나스의 타자 윤리학과 기독교적 가치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한다. 특히 레비나스 의 개념들이 기독교의 이웃 사랑 강조, 특히 가난하고 굶주린 이웃에 대한 책임 의식과 어떻게 조응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 럼 사소한 것들􋺸에 초점을 맞추며, 아일랜드 소도시의 중년 석탄 상인 빌 펄롱 의 심리적 변화를 추적한다. 펄롱은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학대받는 소녀들과의 조우를 통해 그의 양심과 마을의 집단적 침묵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학대받는 소녀들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감당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펄롱 이 세탁소 소녀에 대해 책임을 지기로 한 결정이 진정한 기독교적 가치로의 성 장을 반영하며, 이는 레비나스의 윤리학과 일치함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버려진 소녀에 대한 펄롱의 응답과 실천은 펄롱에게 깊은 행복감을 가져다주며, 윤리적 행동이 가져오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논의는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가 개인 의 책임과 이웃에 대한 돌봄이라는 측면에서 기독교 원칙과 일맥상통하고 있음 을 입증한다.
5,500원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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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의 문학 사상은 다양한 기원을 갖고 있다. 이상화는 민족종교인 천도 교(동학)와 대종교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연구되어 있는데, 본고에서 는 민족종교적인 영향을 받은 이상화의 문학이 민중인식과 창작방법 면에서 어 떤 특성을 보여주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우주의 변화에 따라 도래하는 새로운 시대에는 민중이 주역이 된다는 이상화의 민중론은 정역(正易)에 기반한 후천개 벽사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화의 시에서는 복수주체화된 시적 화자 를 관찰할 수 있다. 시적 화자는 모든 조선인으로 확대되어 그 자체로 민중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시적 황홀경이나 물아일체와는 다른 이런 양상은 민족종교 에서 ‘내유신령(內有神靈)’의 원리에 따라 접신의 방법론으로 사용하는 ‘(신)들 림’과 유사하다. 들림은 주체 외부의 것이 주체를 점유하는 현상으로 빙의(憑依) 라고도 하는데, 엘리아데가 􋺷샤마니즘􋺸에서 보고한 샤먼들의 ‘탈혼’과는 반대 방향의 접신술이며, 한국의 무당은 탈혼과 들림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되어 있다. 본고는 이상화가 무당이라거나 신들림 현상이 실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 니다. 다만, 이상화는 천도교 등의 민족종교를 깊이 있게 알았던 것으로 보이며, 신비 체험으로 전해지는 수운 최제우의 도통(道通)을 ‘들림’의 전범으로 삼았을 듯하다. 탈혼과 들림은 창작방법론과도 연관될 수 있다. 시적 관찰, 즉 주관적 감각의 외적 투사는 외부의 객관적 상관물을 관찰한 후 다시 주관으로 돌아와 쓴다는 점에서 탈혼으로 비유할 수 있다. < 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도 시적 화자는 ‘탈혼’의 방법으로 망아(忘我)의 상태에서 봄 정경을 관찰한다. 이 상화 시의 특별한 점은 들림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 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 가>의 시적 화자에게는 봄신령이 ‘지펴 있다.’ ‘지피다’는 ‘신이 들린다’는 의미 이다. 이상화의 시에서 시적 화자에게 ‘들리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거니와 그 것은 시간을 초월하기도 하며, 거대한 금강산, 나아가 조선 그 자체라는 더욱 거대한 것들이 들리기도 하여, 동양적인 숭고의 미감을 전할 수 있다. 시적 화자 한 사람(小我)에서 조선(大我)으로 확대되는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질 때 시인은 세계를 바꿀 수도 있다. 이상화의 시의 근간에 대해서는 유신지의 연구가 독보적이다. 본고는 이에 더해 다음을 주장한다. 이상화는 민족종교와 무속의 탈혼과 들림을 창작방법으 로 사용했다. 이는 이상화의 시론에서 미묘와 융화에 각각 대응한다.
7,000원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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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의 􋺷바람과 구름과 비碑􋺸는 명과 운에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인간 삶에 관한 서사이다. 이 소설은 국운이 종말을 향해가는 조선 말기를 시대적 배 경으로 한다. 점복 문화사상을 바탕으로 난세를 헤쳐 나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주인공 최천중은 점술사이자 관상사로서 자신의 명을 알 고 운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이다. 그는 왕재의 사주팔자를 구상하여, 왕씨 부인 으로부터 아들을 얻어 신왕국의 군주로 준비시킨다. 바람과 구름을 일으며 용을 비상하게 하여 자신도 승룡비천 하겠다는 혁명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서 로 다른 혁명 단체와 연합이 성사되지 않고, 외세의 간섭이 심화하는 이유로 혁 명의 성공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최천중은 동학혁명이 관군과 일본군에 의해 무참하게 진압된 후, 자신이 동학에 대하여 잘 몰랐으며 그 운동에 참여하지 못 하였음에 대하여 후회한다. 결국, 혁명에 대한 야망은 신왕국의 건국이라는 목 표를 접고 구국, 마음을 지배하는 나라, 영세중립국가, 재물을 지배하는 나라 등 의 순차적 목표로 상상력을 펼쳐 나간다. 􋺷바람과 구름과 비碑􋺸는 바람과 구름 을 일으켜 하늘로 비상하는 용의 은유를 혁명적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기념비적 기록이다.
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