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생태학의 관점에서 샤머니즘에 접근하는 것이다. 현대문명에 둘러싸인 현대인들은 자연과 분리된 채 살아간다. 샤머니즘은 고대 종교의 원형이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평등사상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종교적 지도자인 단군에 관한 서사는 하늘, 대지, 산, 나무, 그리고 비바람과 같이 생태환경을 포함하는 요소들로 구성된다. 현대인들은 산업화의 폐해로 인해서 환경파괴, 자연과의 분리, 그리고 인간성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사실상, 현대 사회는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의 관점에서는 발전해왔지만 자연 생태계는 보다 파괴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대인들은 물질문명으로 인해서 파생된 물질적 가치보다는 인간과 자연의 공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인들이 샤머니즘 사상을 필요로 하는 그것이 인간에게 산업문명의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수행되는 자연의 파괴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공해주고 있으며, 그들이 자기성찰의 시간을 통해서 과중한 업무와 지나친 스트레스로부터 정신적 치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본고는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본인 필사본 『정산일기』에 대한 연구이다. 이도기(1743-1798)는 충청도 정산 지역에서 살다 정사박해로 순교한 천주교인이다. 『정산일기』는 정산의 천주교 교우촌의 등장과 함께 지역의 박해였던 정사박해를 배경으로 무명 순교자들의 신앙을 보존하고 이어가고자 한 종교 문학의 하나였다. 『정산일기』는 그가 옥에 갇혀 순교하기까지 1797년 6월부터 1798년 6월 12일까지의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정산일기』는 정산 지역의 평민 천주교인이 순교자가 되는 과정을 서사화함으로써 무명의 평신도도 천주교의 지도자, 예수의 사도, 하늘의 성인이 될 수 있는 길을 보여 준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일기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사실의 진실성을 강조하고, 대화체를 통해 이도기의 신앙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고난을 피하지 않고 대면하고, 고난을 의미화하며, 예수의 십자가를 자신의 삶으로 투영한 이도기를 통해 『정산일기』는 순교를 예술적으로 미화하고 천주교의 신앙 가치를 담은 문학 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다. 동시에 『정산일기』는 조선시대 일기문학 중 천주교 순교일기의 하나로 한국문학사에서 기술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발터 벤야민의 미학적 관점을 통해 인디음악씬의 작가주의적 음악인들의 예술적 세계관을 검토하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발터 벤야민의 멜랑콜리적 사유는 꿈 혹은 잠재적인 메시아적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상과 세계, 텍스트의 존재를 새로운 ‘원천’으로 다르게 읽어내는 이러한 알레고리적 방법론은 파국적인 일상의 보편성과 자명성을 넘어서서 인식가능한 새로운 ‘메시아적 현재의 시간’을 추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상이 된 텍스트인 자우림의 「꿈」과 장기하와 얼굴들의 「TV를 봤네」, 그리고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은 모두 현실을 파국으로 인지하고 이와 거리를 두는 멜랑콜리적 세계관에 기반해 있다. 이들은 모두 세계를 파국적이고 무가치한 것으로 인지하는 동시에 멜랑콜리커(Melancholiker)로서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고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보여준다. 이들의 텍스트는 미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동일시를 통해 대중예술이 가질 수 있는 인식론적 가능성과 사유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풀잎은 노래한다』에 재현된 모세를 통해 레싱의 종교적 관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백인 여주인 메리의 살해범으로 등장하는 모세는 주로 흑백 갈등에 의한 문제와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해석되어 왔다. 본 논문은 모세의 기독교적 이름에 근거해서 모세가 이집트에서 히브리족을 구출하듯이 모세가 위선에 찬 백인 공동체에서 메리를 해방시키는 구원자로 읽고자 했다. 『풀잎은 노래한다』를 기독교적 관점으로 읽을 수 있는 단서는 모세가 미션스쿨 출신으로 영어를 구사하고, 메리의 무능하고 불운한 남편을 요나로 설정한 것에서 볼 수 있다. 또 레싱은 메리와 모세가 피 흘림을 통해 만나도록 설정하여 기독교에서 희생제물을 통해 죄를 용서받는다는 상징적 의미와 연계시킨다. 특히, 주목할 점은 레싱이 흑인 모세를 통해 제도와 교리만을 강조하는 편향된 기독교의 관점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풀잎은 노래한다』는 기존 종교와는 다른 빛과 어둠의 양면을 수용하는 레싱의 종교적 관점이 반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현대 사회에서 회자되는 ‘영성’의 개념이 대중문화를 통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고자한다. 이를 위해 베리 테일러와 앙드레 콩트-스퐁빌, 울리히 벡과 마크 매킨토시의 연구를 이론적 틀로 차용하였으며, 영성의 개념과 이에 대한 대중의 증가하는 관심은 근대화 이후 격변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타자를 배제한 개인화된 영성이나 자본주의에서 상품화되어 소비되는 영성은 본래 영성이 가진 본질이 왜곡된 형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멜 깁슨의 <핵소 고지>를 살펴볼 때 이 영화는 할리우드 전쟁영화 관습을 따르면서도 극사실주의적 재현방식을 통해 전쟁의 폭력성과 ‘반전’(反戰) 메시지를 강조하며, 다양한 카메라 앵글 기법과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통해 인간의 실존과 초월자에 대한 믿음, 한 개인의 신념과 공동체라는 영적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본고는 21세기 들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공유된 사회적 불안 요소들 및 글로벌 정치적 상황과 연관시켜 살펴볼 때 할리우드에서 영적 주제와 연관된 작품이 대거 등장한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앞으로 이런 경향은 한층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띠며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논문 「정지용 가톨리시즘의 역사적 재난에 대한 대응」의 목적은 정지용종교시의 역사적 대응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다. 이 논문은 세계 가톨리시즘 문학의 계보에서 정지용의 종교시가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계승한 것으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2장에서는 하이데거의 『종교적 삶의 현상학』을 원용하여 정지용 종교시의 ‘고통’과 ‘비애’의 의미에 대해 논의하였다. 1절에서는 「임종」과 「은혜」의 해석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삶의 본질에 다가갈수록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고통의 극한에서 신을 요청하는 것으로 보았다. 2절에서는 「비극」과 「불사조」의 해석을 통해 종교시의 비애는 구원을 통해 기쁨을 얻게 되는, 역설적 비애인 것으로 보았다. 나아가 3장에서는 종교시의 역사의식의 의미를 논구하였다. 1절에서는 「갈리레아 바다」, 「그의 반」, 「슬픈 우상」 이 현해탄의 역사적 의미를 종교적 상상력으로 극복한 것으로 보았다. 2절에서는 「승리자 김안드레아」, 「다른 한울」, 「또 다른 태양」, 「나무」에 나타난 순교의 역사적 의미를 밝혔다. 결론적으로 정지용의 가톨리시즘은 역사적 재난 가운데서 인간의 내면을 옹호하였음을 밝혔다. 나아가 한국의 가톨리시즘 종교시에 대한 연구를 차후과제로 남겼다.
본고는 한국전쟁 당시 ‘죽음의 행진’에 참여한 외국인 선교사들의 수기에 관해 연구한다. 이를 위해 당시 남한 사회에 거주하고 있던 멜 으제니 수녀, 셀레스뗑 코요스 신부, 가르멜회의 마리 마들렌 수녀, 필립 크로스비 신부가 작성한 한국전쟁 수기를 살펴본다. 한국전쟁 당시 외국인 선교사들은 냉전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게 주어진 소명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천주교는 북한군들에게 냉전 체제 속 이데올로기에 따른 타자 만들기의 빌미가 된다. 동시에 전쟁 포로들에게는 재난 상황 속에서 피해자들의 삶을 회복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희망에 대한 인식적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전쟁이라는 재난을 공유하는 공동체 속에서 타인의 고난과 죽음에 대한 기억과 애도, 더 나아가 연대를 가능하게 해준다. 본고에서는 한국전쟁 외국인 선교사들의 수기를 통해 종교가 이데올로기적 기구로 작용하는 과정에서는 재난을 일으키지만, 역설적으로 그러한 재난 상황 속 피해자들을 치유하고 공동체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것 역시 종교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본 논문의 목적은 바이런이 쓴 『차일드 헤럴드의 순례』 III-IV 칸토에 주인공인 헤럴드가 인간의 명예, 권력, 유한성, 그리고 삶의 생명력과 관련하여 상실, 고통 그리고 영적인 깨달음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다루는데 있다. 바이런이 살던 당대와 현대 비평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해 오고 있으며, 특히 이를 바이런적 인물들의 특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즉, 바이런 시인 자신의 음울하고 고독한 면모의 일부가 드러난 것으로 폄훼하여 작품 자체의 역동성을 간과하고 있다. 이에 본 논문은 헤럴드가 칸토 네 개를 통해 어떻게 내면 및 외부세계와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상실, 고난, 영적 각성을 밀도 있게 드러내는 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바이런이 쓴 다른 작품들과의 상호연관성 속에서 심도 있게 다룸과 아울러 헤럴드가 사랑, 삶의 활력과 불멸의 세계를 상실과 고난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도 다루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