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봉한 임흥순 감독의 영화 <비념>은 제주 4.3 사건과 강정마을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비념>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형식을 취하지만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와는 다른 다양한 시도와 변화들을 꾀한다. 영화는 인물이나 서사, 극적 전개로 관객의 정서를 끌어내지 않는다. 그 대신 영화가 정서를 끌어내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이미지와 사운드이다. <비념>은 이러한 실험으로 2013년 영화평단의 호응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본문에서는 먼저 <비념>에 나타난 다양한 영화적 기법들과 시도들을 살펴본다. <비념>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분리를 통해 이미지를 강조하고 인터뷰를 비롯한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의 형식에서도 변화를 주며 중심 소재에 접근하는 방식에서도 이미지를 중심으로 다가간다. <비념>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이미지인 것이다. 따라서 본문에서는 이러한 이미지를 풍경과 정물의 개념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비념>이 뛰어난 점 중의 하나는 풍경의 이미지를 잡는 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물의 이미지까지 포착해 감독의 화두나 영화의 주제, 영화의 형식미를 형상화하는 데 그 이미지들이 적절하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영화적 기법들과 이미지들의 사용을 통해 <비념>이 중심 소재인 4.3 사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흔적과 아우라의 개념을 통해 고찰한다.
지아장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들의 삶이다. 변화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 생활해야 하고 살아가야만 하기 때문에, 그는 인간문제에 대해 초지일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의 영화는 대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역사의 잔해물로 전락해버린, 남겨진 자들의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무늬를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삼협호인(三峽好人)≫도 상징성 짙은 장면들의 연속을 통해 대변화의 역사 속에 놓여진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