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의 성경』(Biblia Pauperum)은 중세 유럽의 문맹자와 평신도를 위한 도상 중심 성경 요약서로 알려져 있다. ‘Biblia Pauperum’이라는 제목은 라틴어 ‘Biblia’(성경)와 ‘Pauperum’(가난한 자들의, 貧者)의 결합으로, 문자 그대로 “가난한 자들(貧者)의 성경”을 뜻한다. 여기서 ‘가난함’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경제적인 결핍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 해독 능력의 부족, 교육받을 기회의 제한, 신학적・지식적으로 주변에 머무는 상태까지 아우르는 넓은 의미의 결핍을 지칭한다. 본 연구는 이 책을 중세 선교 신학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이 책이 단순한 교육 자료를 넘어, 복음 선포와 선교 교육을 위한 신학적 매체였음을 규명하고자 한다. 본문에서는 도상의 삼면화 구조와 모형론에 주목하여, 구약과 신약 사건의 시각적 배열이 신학적 의미 전달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분석하였다. 특히 ‘그리스도의 옆구리’ 도상을 중심으로 모형론의 선교적 기능을 고찰하고, 이미지-신학의 실천적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빈자의 성경』이 전례, 설교, 묵상 등 다양한 교회 현장에서 통합적 선교 매체로 기능했음을 논증하며, 영상 디지털 시대에도 적용 가능한 선교 신학의 고전적 모델로 재조명하였다.
본고의 목적은 동서교류문헌으로서 교리교육서(catechism)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동아시아 선교 상황에서 새롭게 작성된 예수회 순찰사 발리냐노 (Alessandro Valignano 范禮安)의 《그리스도교 신앙 교리교육서》(Catechismus Christianae Fidei, 1586)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먼저 교리교육서라 는 장르의 시대적 배경을 연구하고(II), 발리냐노의 교리교육서의 그리스도 교 변증 신학을 규명하고(III), 중국 선교사 루제리(Michele Ruggieri 羅明 堅)의 《신적인 일들의 설명》(Vera et Brevis Divinarum Rerum Expositio, 1582)와 비교하여 특징을 밝힌다. 발리냐노의 일본 종교와 문화 비판과 그 리스도교 변증은 이성적 논증과 신앙적 진술로 이루어지며, 그의 변증신학 은 만물의 창조자와 통치자, 구원자인 하나의 근원자 개념과 영혼의 영적 실체, 불사불멸, 내세의 보상과 형벌을 강조했으며, 작용인, 영적 형상, 실 체적 형상, 네 원소, 질료와 형상 등 철학 개념을 활용하여 그리스도교를 변증했다. 이러한 점에서 발리냐노의 교리교육서는 동서교류의 상황에서 교리교육서가 새롭게 발전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최근 동서교류, 특히 그리스도교와 동아시아 문화의 만남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는 그리스도교 한문 전교서가 동서 문화 교류 연구에 주요한 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저술되었다. 이 연구의 초점은 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선교사 쥴리오 알레 니(Giulio Aleni 艾儒略, 1582-1649)가 저술한 천주강생출상경해(天主降 生出像經解, 1637; 이하 출상경해)이다. 출상경해는 예수의 생애를 탄생부터 승천까지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스페인 출신 예수회 사제인 제 로니모 나달(Jerónimo Nadal, 1507-1580)의 복음역사 도해집(Evangelicae historiae imagines)의 한문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알레니는 복음역사 도해집을 3분의 1정도로 간추려 번역했다. 이 연구는 알레니가 나달의 복음역사 도해집을 중국인 독자를 위해 어떻게 번역하고 변용시켰는지, 곧 번역과 문화 전수란 관점에서 출상경해를 연구한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네 가지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첫째는 서문격인 “천주강생출상경해인”(天主降生出像經解引)을 통해 출상경해의 목적과 원리를 규명한다. 둘째, 나달의 복음역사 도해집과 출상경해의 구조를 비교하여, 알레니가 복음역사 도해집에서 어떤 도해를 선택하고 또 어떻 게 배열했는지를 다룬다. 셋째, 알레니가 복음역사 도해집에 없는 도해 를 삽입하거나 여러 도해를 하나로 합성한 사례를 중심으로 라틴어 저본의 한문 번역에 대해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시각 이미지 측면에서 출상경해의 특징을 고찰한다. 나달의 복음역사 도해집은 출상경해 뿐만 아니라 다 로카 신부(Giovanni da Rocha, 1565-1623)의 송염주규정(誦念珠規程, 1620)에 수록된 그림과 요한 아담 샬 폰 벨(Johann Adam Schall von Bell S.J., 1592-1666)의 진정서상(進呈書像, 1640)의 일부 그림의 저본이 되 었다. 이 연구는 나달의 복음역사 도해집의 중국화라는 점에서 이 세 작 품을 비교하여 출상경해의 특징을 규명한다. 결론적으로 출상경해는 라틴어 도상과 해설의 한문화를 통해 서양 그 리스도교의 핵심적 내용을 중국인과 소통하고 전수하려는 시도였다고 평 가할 수 있다. 출상경해는 라틴 그리스도교 문화를 중국에 전수할 때 예 수회 선교사들이 가졌던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자세와 함께, 문화적 적응 내지 중국화보다는 서양의 문화를 충실하게 번역하고 전달하려는 양면적 성격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면적 성격은 17세기 동서 문화 교류를 이해하 고 평가하는 중요한 틀이 될 수 있다. 출상경해 이외에도 이 시대 수많 은 한문 전교서에 대한 폭넓은 연구는 명청 시대의 가톨릭교회의 선교를 통해 이루어진 동서 교류의 성격과 면모를 더욱 분명하게 밝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