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중주』는 시간을 주제로하여 인간의 보편적 삶이 일체개고임을 피력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 날 방편을 시 속에 담고 있다. 내용은 개 인의 감성과 지성 그리고 기독교, 불교, 힌두교의 사상을 혼용하여 다양 한 함축적이고 모순적인 의미를 지닌 문구와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최초의 세계”, “장미정원”, “한겨울의 봄”, “영도의 여 름”, “정중동의 흰빛” 같은 문구와 “회전하는 세계의 정점에. 육도 비육 도 아닌 / 그곳으로부터도 아니고 그곳을 향하여서도 아닌, 정점 거기에 무도가 있다. / 정지도 운동도 아니다. 고정이라고 불러선 안 된다. / 과 거와 미래가 합치는 점이다.”와 같은 문장이 되겠다. 모순적이면서도 함 축적인 표현은 난해하여 독자의 이해 수준에 따라서 의미의 해석이 달 라질 수 있다. 필자는 불교의 열반 적정을 표제로 하였고 시간(현상세 계), 영원, 구원(구속)으로 세분화하여 표현된 문구와 문장을 예로 들면 서 탐색하였다. 엘리엇은 기독교 시인으로서 인류 구원의 상징으로 삼 위일체 하느님을 마음에 담고 시속에 다양한 모순적 어법으로 나타내고 있다. 실재의 상징인 하느님은 인간이 시련에 있을 때 모색하는 원형이 된다. 모색하는 방법으로는 참회와 기도 그리고 비움, 겸손, 사랑 실천 등이 되겠다. 불교의 열반 적정도 이와 비슷하지만, 모색하는 방법이 내 적 탐구라는 점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듯하다. 하지만 궁극에는 겸손히 모든 것을 비우고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 될 때 신의 은총과 인간의 의 지가 합쳐져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의 교시는 동 서양을 아우르는 시적 표현이라 할 것이다.
우주 궁극에 대한 진리에 대한 이해는 인간이 어떠한 사유의 틀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고 그 표현도 달라진다. 우주 진리를 탐색하고 있는 엘리엇의 「번트 노턴」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대부분의 학자들은 「번트 노턴」에 대하여 서양적 사유의 틀인 표층 의식적이고 분별적인 방법으로 해석하였고 그 견해는 다양하였다. 서양의 기독교적 사고의 특징은 우주만물의 중심에 있는 근원을 마음바깥의 관념인 신으로 이해하는 외적초월주의였다. 반면에 동양의 불교는 모든 것이 마음이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의 관념이고 표층의식을 넘어 심층마음인 ‘아뢰야식’이 우주만물을 창조하는 근원임을 말한다. 우주 근원이 하나라는 원리는 동양과 서양이 다를 바 없지만, 사유의 틀에 따라 표현은 다르다고 하겠다. 필자는 동양 종교인 불교적 마음구조로 「번트 노턴」을 설명하였다. 심층마음인 아뢰야식은 인간이 살고 있는 기세간과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만들어내는 종자식이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불교의 기본교리인 십이연기, 사성제, 팔정도, 삼법인을 설명하였고 동양의 불교가 지혜에 초점을 둔 종교임을 밝혔다.
엘리엇의 『네 사중주』 는 시간과 영원을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주제는 인간이 현상의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 접하게 되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항이지만 막상 그 의미를 정의하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엘리엇은 『네 사중주』 에서 구속과 고통이 있는 시간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자유와 행복이 있는 영원한 삶을 대비적으로 나타내지만, 궁극적으로는 두 극단을 하나로 일치시키면서 시간 속에서 영원을 발견하는 지혜를 가리킨다. 이러한 지혜는 시간과 영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며, 시인은 “정점,” “한겨울의 봄,” “영의 여름”이라는 시적 객관적 상관물과 상징을 고안하여 그 의미를 함축시킨다. 시인의 궁극 적 지혜의 가르침은 모든 다양성이 하나로 통합되는 원리를 찾는 것이며, 그것은 영원과 시간의 상징인 불과 장미가 하나로 합쳐져 영광의 불 매듭이 되는 것이다.
우주 근원에 대한 철학적 물음은 인류역사의 시작과 더불어 시작되었 고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들은 대체로 형이상학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의 발달로 급격히 변화되어 가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서는 그동안의 형이상학적이었던 물음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요망된다고 할 수 있다. 시간과 영원, 그리고 우주 근원과 같은 철학적 의미가 내포 된 엘리엇의 『네 사중주』 중 제1부 「『번트 노턴』 을 과학에 기초된 양 자역학과 인도의 고전 『우파니샤드』의 진리들을 적용하여 새로운 관점 으로 파악하여 보았다. 그 결과 『번트 노턴』 에서 표현된 우주의 근원인 시적 등가물인 정점과,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기독교의 하느님, 우 파니샤드의 브라만과 아트만 그리고 옴, 양자역학의 통일장과 같은 근 원적 원리들이 결국 조화된 하나로 통일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러한 근원에 대한 진리 탐구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시간 안에서 영원성 을 발견하는 것이며, 그 결과로 체득된 지혜는 살아가고 있는 현상을 새로이 바라보고, 인간의 행복한 삶에 적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엘리엇의 『네 사중주』도 이러한 관점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하며, 본 논문의 연구 목적도 그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