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텍스트와 컨텍스트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여, 이중 어느 하나로도 귀결되지 않는 동시에 이들 사이를 조정한다. 형식은 단순히 텍스트의 부산물이 아니고 비가의 예에서처럼 사회적 관습에 종속된다. 동시에 형식은 컨텍스트와 별개로 독립적인 형식의 패턴을 유지한다. 알리와 멀둔에 관한 이 비교연구는 형식이 가진 이러한 역동성을 전제로 진행된다. 두 시인은 역사적 구체성과 구조적 자율성에 기반한 전통적인 시 형식이 가진 역동성을 사용하여 고국이 식민주의 이후 극심한 분쟁을 겪을 때 노스탤지아적 세계관을 구축한다. 두 시인은 스스로를 망명자로 인식하며 가잘, 소네트, 세스티나, 빌라넬과 같은 시 형식을 통해 노스탤지아적 갈망을 표현한다.
본 연구는 캐살 블랙의 다큐드라마 『중력을 배우다』에 나타난 아이리시 포스트메모리 세대의 감응 탐구를 목적으로 한다. 아일랜드계 미국 시인이자 장례지도사인 토마스 린치의 삶을 추적하는 블랙의 연출기법은 세 가지 관점에서 조명된다. 첫째, 블랙은 린치가 포스트메모리 세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아일랜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환원되지 않는 자신의 내러티브를 가족사진 이미지로 구축했음을 보여준다. 둘째, 블랙은 사실주의적 다큐멘터리 스타일과 시적 시간관을 결합하여 시적 진실을 추구하는 린치의 열망을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블랙은 린치의 멜랑콜리 정서가 자연풍경과 버려진 사물들의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존재와 부재 사이의 긴장에서 연유함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목적은 폴 멀둔의 시에 나타난 유희적인 비가풍 회상을 두 가지 방식, 즉 어두운 유머와 연상기법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것이다. 멀둔은 어두운 유머를 통해 당대의 존재론적, 역사적, 정치적 위기상황을 보여준다. 그는 심각한 멜랑 콜리 정서만을 유지하지는 않는데, 전통적인 비가에서처럼 화자가 주변 환경과 정서적인 거리를 좁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대 비가에서처럼 멜랑콜리의 심연에 무력하게 빠지지도 않는다. 멀둔이 보여주는 멜랑콜리와 유머의 특이한 결합은 그가 선택한 미묘한 단어, 암호말, 기표 유희 등의 연상기법을 통해 이뤄지고, 이는 대상과 상황 사이에 긴장을 일으켜 의미화 작용의 한계에 이른다. 멀둔은 20세기 후반 격동기를 애 도하면서 추적 가능한 애도의 감정들이 기표의 유희 속으로 급속히 표류하게 하여 충격적인 역사로부터 유머러스한 거리를 유지한다.
이 연구는 데렉 마혼의 시 세계가 역사에 대한 시인의 죄의식과 시인의 책임감을 거쳐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추구로 발전되었음을 고찰한다. 첫째, 마혼은 개신교도로서 북아일랜드 사태에 대한 죄책감을 경험하는데, 이것이 그의 시의 기저를 이룬다. 둘째, 이러한 죄책감에 기인하여 마혼은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 희생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며 시인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마혼은 엑프래시스의 독특한 시적 형식과 빛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초월성 및 예술의 자율성을 추구한다.
이 논문은 아일랜드 시인들이 역사가 낳은 희생자들을 기술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예술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시로 표현한 엑프래시스 장르 를 통해 이들은 민족의 공식적인 역사 이면에 잊혀진 이들을 되살리는 시도를 한다. 예이츠는 레이디 그레고리와 싱의 초상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영국계-아일랜드인들이 아일랜드 사회를 지배하던 과거 전통을 이어받아 상상의 공동체를 건설한다. 예이츠가 희생자들을 통해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것과는 달리, 히니는 공동체를 위해 희 생당한 이들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죄책감을 표현하는데, 이는 당대 북아일랜드 사태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또한 예이츠는 지배계급 이데올로기를 반영하여 고정된 민족 정체성을 추구한 반면, 히니는 늪지에 관한 시에서 특정한 관점에 고정되지 않는 민족 정체성을 구상하고 있다. 현대시인 멀둔과 더컨은 희생자들의 이미지를 통해 국가권력 기관의 폭력성을 폭로한다. 멀둔은 정신병원에서 철저히 감시되는 한 개인을 그리고, 더컨은 한 개인의 사적 영역인 신체마저도 통제하는 국가사법 시스템을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