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중주』 각 편의 주요 제재를 형성하는 네 물질은 시의 주제를 전함에 있어 상호 의존하거나 다른 요소들을 보완하기도 한다. 그들은 모두 세계의 구성과 작동에 대한 헤라클레이토스의 이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물은 엘리엇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제재로서 『황무지』, 『재의 수요일』 그리고「 J. 푸르프록의 사랑노래」 를 포함하는 전작들에 서 풍부하게 등장하고 있다. 엘리엇은 이 모든 작품들에서 물이 어떻게 죽음, 재생, 혹은 초월적 세계와 연결되는지를 보이고 있다.「 드라이 샐 배이지즈」 는 물의 모티프를 통해 어떻게 인간이 성육신을 경험하고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지를 그린다. 엘리엇은 바다가 시간처럼 인간 존 재의 시종(始終)을 통제한다는 점을 말하며 인간 삶이 신적 구원을 얻지 못하는 한 생로병사의 무의미한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도 말한다. 하지만 엘리엇의 시에서 물은 궁극적인 가치나 권위를 부여받지 못하며 그 가치와 권위적 한계를 노정한다. 또한 물은 여성(성)과 많은 유사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엘리엇은 「드라이 샐베이지즈」를 창작하기 이전부터 바가바드 기타 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통하여 알 수 있듯이 이 둘 사이에는 미묘한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먼저 다양한 신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신의 성격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볼 수 있고 또한 우주만물 중에 하나인 인간은 늘 변 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반면에 바가바드 기타 에 나타 난 최고의 신인 브라만은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 다. 그래서 브라만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인간은 늘 끊임없이 정진(행동) 해야 하되 다만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욕구나 욕망이 존재해서는 안된 다. 이는 인간에게는 어려울 수 있지만 성자는 가능하다는 것이 바가 바드 기타 와 「드라이 샐베이지즈」에 나타난 공통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T. S. 엘리엇은 「드라이 샐베이지즈」 작업을 통해 내면 여행을 떠난 다. 갈색 신인 강을 타고 개인 무의식을 지나 바다로 상징되는 집단 무 의식에 이른다. 집단 무의식에는 태고 적부터 초시간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원형들이 이미지를 입고자 의식의 자아를 기다리고 있다. 엘리 엇은 집단 무의식의 바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의 이미지들 을 목격하면서 실의에 빠진다. 그러나 모성원형인 마리아를 대면하면서 치유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현자원형인 크리쉬나로부터 포기하지 말고 계속 전진하라는 충고를 통해 힘을 얻는다. 성자의 사명이 시간과 초시 간의 교차점을 포착하는 것이라는 삶의 목적을 제시받은 엘리엇은 만다 라 모양의 장미를 대면하고 자기원형을 상징하는 그리스도를 통해 대극 의 합일을 이룬다. 융이 주장한 개성화 과정은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과 정으로서 엘리엇은 「드라이 샐베이지즈」 시작(詩作)과정을 통해 그의 무의식에 있는 강력한 누미노스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원형들을 강, 바다, 성모 마리아, 크리쉬나, 장미, 그리스도 등으로 이미지화 하여 신 비롭고 난해한 창의적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이 개성화 과정이 상징화 과정이기도 하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엘리엇은 동서고금의 철학 및 종교에 관심이 많았다. 유니테리언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한 엘리엇은 황무지를 집필 할 즈음에는 불교로의 개종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고, 1927년에는 자신의 종교가 영국 성공회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는 기독교 의 개념이 많이 들어 있으며 기독교의 상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 렇지만 황무지의 제 5부 「천둥이 한 말」이나 네 사중주의 셋째 작 품인 「드라이 셀베이지즈」에는 힌두교의 개념과 상징이 사용되어 있 다. 특히 후자에는 크리쉬나가 직접 언급되어 있고 그의 말이 직접 인 용되어 있다. 이 이외에도 힌두교의 상징 내지는 암시가 이 작품에 풍 부하게 등장한다. 기타와 우파니샤드과 같은 힌두교의 경전 내지는 사상이 엘리엇의 정신적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런 점에서 엘리엇 이 끼친 힌두교의 영향을 부정 할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