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소동속종인 팥나방(Matsumuraeses phaseoli)과 어리팥나방(M. falcana)(나비목: 잎말이나방과) 사이에 교잡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서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두 종을 교잡시켰다. 두 종의 암수를 교차하여 교미시켰을 때, F1 잡종세대가 발생하였다. 두 잡종세대 집단을 집단 내 및 집단 간 암수를 교차하여 교미시킨 경우들에서, 팥나방 암컷과 어리팥나방 수컷이 교잡되어 생성된 F1 잡종세대 집단(H집단)의 암컷이 같은 집단의 수컷 혹은 다른 집단의 수컷과 교미되었을 때, F2 후대를 거의 생성하지 못했다. 다른 집단으로 만들어진 F2 세대는 집단 내 교미에서 F3 세대를 생성시켰다. F1 잡종세대 집단 암수와 팥나방 혹은 어리팥나방 암수를 각각 교차하여 교미시킨 역교잡 8개 집단 중에서도 H집단의 암컷과 짝지어진 어미세대 수컷 집단 2개는 전혀 산란하지 못했다. 후대가 생성된 다른 6개 집단은 모두 집단 내 암수 교미에서 역교잡 F2 세대를 생성하였다. 이 결과는 팥나방 암컷과 어리팥나방 수컷이 교미하였을 경우 F1 후대잡종을 생성할 수 있으나, 이 F1 후대잡종 암컷은 불임이 되는 것을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두 종 사이에 접합후 생식단계에서 부분적인 생식격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을 나타냈다.
곤충 종내 암수의 짝짓기 과정에서 통신물질로 사용되는 성페로몬은 종간 생식격리 과정을 매개하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이다. 종들 사이에 성페로몬을 구성하는 화합물 종류가 다르거나, 같은 것들을 사용하여도 그 조성이 서로 다른데, 이 결과로 종들 사이에 짝짓기 기회가 감소되어 종간 교잡이 억제된다. 팥나방(Matsumuraeses phaseoli)과 이의 동속종으로 2005년 국내에 새로 기록된 어리팥나방(M. falcana)은 모두 콩과작물을 기주식물로 하면서 동소종이기도 하다. 이들의 성페로몬이 밝혀졌는데, 두 종 모두 (E)-8-dodecenyl acetate와 (E,E)-8,10-dodecadienyl acetate, (E,Z)-7,9-dodecadienyl acetate을 구성 물질들로 하고, 이들을 팥나방은 1:7:2, 어리팥나방은 1:1:1의 조성으로 사용하는 것이 추정되었다. 그런데, 합성화합물을 이용한 미끼로 각 종의 성페로몬트랩을 야외에 설치하면 한 종의 트랩에 다른 종이 같이 포획되었는데, 특히 팥나방 트랩에 더 많은 수의 어리팥나방이 포획되었다. 트랩에 처녀 성충을 미끼로 이용하여도 성페로몬 트랩과 유사한 결과를 보여 종간 교잡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인위적인 종간 교잡과 역교잡에서 1대 잡종의 모계가 팥나방인 경우에는 더 이상 자손이 생성되지 않았는데, 이 결과로 짝짓기 통신 과정에서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두 종 사이에 생식격리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 미토콘드리아 시토크롬 옥시다제 유전자의 염기서열에서의 차이처럼 두 종이 다른 유전적 구성을 가질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이상의 결과는 근연종 사이의 생식적 격리에는 성페로몬 이외에 다른 요인이 더 필요하고, 또 종특이적인 성페로몬이 농업적으로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예를 보였다.
팥나방(Matsumuraeses phaseoli)과 어리팥나방(M. falcana)은 외부 형태로 쉽 게 구분할 수 없으나, 수컷 생식기 형태와 미토콘드리아 시토크롬 옥시다제 I 유전 자 염기서열에서의 차이가 보고되어 왔다. 또 두 종이 성페로몬으로 3개의 화합물 을 같이 사용하고 있으나, 그 조성은 서로 다른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각 종에 대해 밝혀진 조성으로 제작된 합성 성페로몬 미끼를 이용하여, 야외에서 각 종을 트랩에 유인하고, 포획된 수컷들의 생식기 형태와 미토콘트리아 옥시다제 I 유전 자 표지로 종을 구분한 결과는, 각 곤충종의 트랩에 두 종이 동시에 유인되는 것을 보였다. 이 결과는 한편으로 성페로몬 조성이 각 종에 대해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 았을 가능성과, 다른 한편으로 야외에서 이들 두 종이 생식적으로 완전하게 분리 되어 있지 않았을 가능성을 나타내었다. 또 두 종의 교잡실험에서도 후대 세대가 생성될 수도 있음을 보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각 종의 짝짓기 통신에 절대적 인 특이성이 있는가를 관찰하기 위해 처녀 암컷을 미끼로 이용하여 수컷을 포획하 는 시도를 하였다. 결과에서 어리팥나방 암컷 트랩에 잡힌 수컷들의 대부분은 어 리팥나방이었는데, 팥나방 암컷 트랩에 잡힌 수컷들에서는 팥나방 보다는 어리팥 나방의 수가 더 많았다. 미끼를 설치하지 않은 트랩에는 두 종 모두 포획되지 않아, 이 결과가 우연한 것이 아님을 보였는데, 결국 이 결과로 두 종 사이에 생식 격리 메커니즘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추정하였다.
국내 과수원에 발생하는 잎말이나방류는 애모무늬잎말이나방, 차애모무늬잎 말이나방, 사과애모무늬잎말이나방, 갈색잎말이나방, 사과잎말이나방, 검모무 늬잎말이나방, 사과무늬잎말이나방, 왕사과잎말이나방, 차잎말이나방, 매실애 기잎말이나방 등이다. 이들의 암컷 성페로몬 성분은 Z9-14:OAc, Z11-14:OAc, E11-14:OAc, Z11-14:OH, Z9-12:OAc 등이며, 서로 다른 종들 간의 교미전 생식 격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각 종이 이용하는 페로몬 주성분의 종류와 비율이다. 특히 애모무늬잎말이나방류(Adoxophyes spp.) 3종은 발생량이 많고 일부 지역에서는 두 종이 공존하고 있는데, 이들의 생식격리에는 주성분인 Z9-14:OAc와 Z11-14:OAc의 비율뿐만 아니라 10me-12:OAc, Z9-14:OH 등과 같 은 부성분의 존재유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사과 잎말이나방과 검모무늬잎말이나방의 경우에는 암컷이 생산하는 페로몬 주성 분의 종류와 비율이 거의 동일한데, 이것은 성페로몬 성분이외에 일일 교미주 기와 연중 발생시기의 차이 등과 같은 공간적인 요인이 두 종간의 생식격리 에 가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배추좀나방과 파좀나방은 각각 배추과(Brassicaceae)와 백합과(Liliaceae) 채소의 주요 해충이며, 두 종은 근연종으로서 집나방상과(Yponomeutoidea)에 속한다. 우리는 두 종간의 교미전 생식격리 요인을 구명하기 위하여 연중 발생시기, 일일 교미주기, 성페로몬 조성의 차이를 비교하였다. 두 종의 연중 발생시기는 월동 세대(3월), 봄 세대(5~6월), 가을 세대(10월)에 걸쳐 광범위하게 중복되었다. 배추좀나방 암컷트랩에 대한 배추좀나방 수컷의 최대 유인시간은 일몰 2시간 후이었으며, 파좀나방 암컷은 일몰 1~2시간 후에 대부분의 파좀나방 수컷을 유인하여 두 종간의 일일 교미주기는 부분적으로 중복되었다. 배추좀나방 암컷의 성페로몬 샘에서 추출된 3가지 성분(Z11-16:OAc, Z11-16:Ald, Z11-16:OH)의 비율은 100:7:19였으며, 파좀나방 암컷은 같은 성분들을 100:32:13의 비율로 생산하였다. 야외에서 두 종 모두 3가지 성분이 수컷유인에 필수적이었으며, 각 종의 수컷들은 성페로몬 성분비율에 대한 반응범위가 매우 넓어 다른 종의 암컷이 생산하는 조성에도 잘 유인되었다. 두 종의 페로몬 통신체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페로몬 농도에 대한 반응의 차이로서, 배추좀나방은 농도가 낮은 트랩을 선호하였으나 파좀나방은 농도가 높을수록 유인수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은 야외조건에서 두 종간의 높은 교차유인이 확인되어, 현재 이들의 교미전 생식격리 기작은 충분하지 않으며, 국내 생물적 환경에서의 이러한 높은 선택압은 금후 종 특이적인 페로몬 통신체계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