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六朝)는 삼국 오(吳)로부터 수(隋)의 통일 이전까지 남 방의 건강(建康, 지금의 南京)을 중심으로 존속한 여섯 왕조를 가리키는 역사적 개념이다. 정치사적으로는 대체로 남조 왕조 를 뜻하나, 문화사적으로는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전체를 포 괄하는 시대 성격을 함축하기도 한다. 본고는 이러한 문화사적 용례에 따라 ‘육조’를 편의적으로 확장하여 사용하고, 육조 서 예가 자각적 예술로 성립ㆍ승화하는 과정에서 작동한 정치ㆍ사 회적 조건과 교육ㆍ전승의 체계를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이 를 위해 『진서』·『세설신어』와 논서, 묘지명ㆍ조상기ㆍ사경 자료를 함께 참조하였다. 육조 서예의 흥성은 특정 개인의 천재성만으로 설명되기 어 렵다. 남도 이후 정치ㆍ사회 구조의 재편과 문벌 네트워크는 문화 축적의 기반을 마련하였고, 현학ㆍ청담의 확산은 인물 품 평과 풍격 미학을 정교화하여 서예를 교양과 기품의 핵심 지표 로 만들었다. 또한 도교ㆍ불교의 확산은 사경(寫經)ㆍ석각(石 刻) 등 매체 생산을 확대해 서예문화의 장을 넓혔다. 아울러 진 적(眞蹟)의 희소성은 모본 제작과 유통을 촉발하고, 진위 감정 의 필요는 품평 어휘를 ‘기운ㆍ풍격’에서 ‘필법ㆍ결구ㆍ장법’의 분석 언어로까지 확장시켰다. 서박사(書博士) 설치와 궁정 교 육, 여성의 참여, 민간의 용서(傭書)ㆍ사경 집단은 이러한 규범 을 재현ㆍ학습ㆍ확산시키는 제도적ㆍ사회적 통로로 기능하였 다. 더 나아가 모본과 임모의 재현 기술, 수장과 교류의 권위 화, 비평 언어의 축적, 가학ㆍ궁정ㆍ민간의 교육ㆍ전승 체계가 상호 결합함으로써 서예는 실용의 기예를 넘어 자각적 예술로 성립ㆍ승화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논문에서는 『육조단경』에 나타난 무상(無相)과 무주(無住)의 의미 를 통해 돈오(頓悟)와 무념(無念)의 관계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육조단경』에서 드러나는 육조 혜능의 선사상은 『열반경』의 불성사상과 『금강경』의 반야사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혜능은 일체중생이 본래 구족하고 있는 반야의 지혜와 자성(自性)의 청정한 본성을 깨달아 망상과 미혹에서 벗어나 지혜인(智慧人)이 되도록 설법하고 있다. 이처럼 지혜와 자성을 단박에 깨닫도록 하는 혜능의 주장은 남종선의 근본적인 깨달음의 입장과 일치한다. 남종의 반야사상은 수증의 실천론으로서 무념, 무상, 무주의 선법(禪法)에서 정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혜능은 모든 중생에게 동일한 불성이 존재한다는 초기 선종의 흐름을 따르면서 자성(自 性)과 자심(自心)의 불성 관점을 구체화 시키고 있다. 『육조단경』은 선 사상의 핵심으로 돈오(頓悟)를 제창하면서 수행론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경지로서 무념, 무상, 무주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육조단경』에서 돈오의 배경으로 제시된 불성론과 반야론 입장에서 무념, 무상, 무주의 관계를 고찰하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