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독일 외교관이었던 리하르트 헤르츠(1898-1961)가 한국에 체류한 시기(1956- 1960) 동안 고미술품 수집과 예술가 후원에 힘썼으며 미술평론에 힘썼던 배경과 활동을 살펴본다. 그가 함부르크 대학에서 어윈 파노프스키 하에 수학했으며 외교관으로서 아시아 미술을 수집하던 컬렉터이며 나치 하의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한 후 미학 저서와 글을 발표했던 독일계 유대인 지식인이었음을 밝히고 그의 지적 배경을 분석한다. 그리고 한국에 서 영어와 한글로 발표한 그의 평론과 잦은 전시장 방문은 당시 취약했던 한국 평론계의 권 위를 세우는데 기여했으며 미술의 ‘현대성’을 두고 방향을 모색하던 시기에 한국 작가들이 서구 모더니즘과 추상미술을 추종하던 분위기에 일조했다는 점을 밝힌다.
본 논문은 미술가 정규(鄭圭, 1923-1971)의 미술비평에 나타난 시대의식을 통해 그가 구 상한 전후 새로운 한국 현대미술을 분석하여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창작 활동 이외에도 비평, 교육, 행정 등 미술의 다방면에서 활약한 그의 예술관 중심에는 전전(戰前)에 대한 종합적 반성을 토대로 전후(戰後)라는 새 시대에 적합한 한국 현대미술의 모색이 있었다. 전후 한국미술계는 거 대한 흐름을 형성한 한국 앵포르멜을 중심으로 실존주의의 불안과 부조리를 내적으로 탐구했다. 반면 정규는 실존주의의 휴머니즘에 주목하여 극복의 징후로 이해한 뒤 동시대 한국의 현실에 반응 한 미술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러한 지점은 그가 회화를 중심으로 재편되어가던 한국미술계에서 낮은 장르로 취급되던 판화, 도예 등 독자적인 활동을 펼치게 추동했다. 본 연구는 초기 한국 현대 미술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다각도로 이해하기 위하여 전후 시기 새로운 차원의 미술을 시도한 정규를 주목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전후 시기 주요 논객으로 활동했던 그의 저술을 분석하여 그가 궁극적으로 정립하고자 했던 한국 현대미술을 체계화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형성 기인 전후 시기 미술에 관해 보다 입체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을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현대미술에서 예술적 아방가르드는 물론 정치적 아방가르드의 시대로 1960년대를 주목한다. 그 시작점의 4․19 혁명은 한국 민주주의의 이정표와 같은 사건이었고, 청년 작가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였다. 정치 주체로 성장했고 또한 좌절했던 청년세대가 사회적 억압의 탈출구로서 미술현장에서 폭발시킨 매체 다양성은 반예술 담론으로 확장 가능성을 갖는다. 하지만 ‘저항’의 시기에 모더니즘 비평은 미술과 사회를 분리하며 시대의 전위에서 사회적 의미를 축소시켰다. 1960년 《벽전》에서부터 1970년대를 문 연 AG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고수된 모더니즘적 주류 비평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본 논의는 시작된다. 저항의 시기에 평론가 이일이 제시한 ‘참여’의 화두를 중심으로 현실 인식의 간극을 살펴 ‘전위’의 의미를 환기한다.
18세기 중반 프랑스 미술계는 ‘대중’의 탄생, 고전고대 예술에 관한 새로운 시각의 태동, 왕립회화조각아카데미의 이론적·교육적 재편성에 따라 전환기를 맞이한다. 여기서 풍부한 교양, 학식, 그리고 ‘안목’과 더불어 때로는 기예까지도 갖춘 애호가(amateur)라는 특수한 직업군은 동시대 예술 창작뿐만 아니라 서술의 영역에서도 점차 고유의 영향력을 확대해간다. 켈뤼스 백작 (Comte de Caylus)는 본래 고고학자, 판화가, 작가로 더 잘 알려진 인물로서 답사 여행과 유물 수집, 그리고 유럽의 여러 고문헌학자·수집가·감식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획득한 고전고대에 대한 지식, 열정적 강연과 집필 활동을 바탕으로 아카데미라는 제도적 틀 안에 애호가로서 안착한다. 본 논문은 애호가이자 미술이론가로서 켈뤼스의 초상을 그려보고, 그의 주요 강연과 출판물 을 미술비평이라는 새로운 글쓰기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어서 과연 애호가가 미술비평의 정당한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또 미술비평의 관점에서 과거를 대하는 방식을 논의하는 데 켈뤼스라는 ‘보편적 지식인’이 이바지한 바를 그의 아카데미 강연과 저작을 통해 탐구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본 논문은 과거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일련의 지적 작업의 변천을 추적하는 데 미술비평이 어떠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본 논문은 미술비평계가 2000년대 이후 끊임없이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미술비평의 위기’의 실상을 알아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미술비평 무용론이 60년대 이후 간간히 있어왔지만, 미술비평의 위기가 문제의식으로 전면적으로 부각된 것은 2005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미술평단』에서 비평의 위기를 그 해의 특집으로 다루면서 부터이다. 『미술평단』의 많은 논문들은 미술비평 위기의 원인을 큐레이터의 영역확장에서 찾았다. 본 논문은 『미술평단』의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하여 미술비평이 무엇이며, 미술비평의 위기가 무엇인지 과연 그러한 현상이란 있는 것인지 되물어 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기실 미술비평 위기에 관한 이러한 논의의 대부분은 미술비평 자체의 위기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미술비평가’의 위기에 관한 것들이라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우리사회가 비평의 위기를 이해하는 방식을 비평해 봄으로써 비평의 영역과 역할 그리고 비평 본연의 가치를 재고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