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정치의 통속적인 정의를 재검토하고 재조명하여 남명의 정치와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면서 그러한 맥락에서의 연구 성과를 종합적으로 재평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즉, 정치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생각해보면 호모 폴리티쿠스인 남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이 열릴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예를 들어, 벼슬에 나아가지 않은 남명의 출처가 정치적 행위의 일부였음을 인식하는 일이 가장 기본적인 단초가 될 것이다. 호모폴리티쿠스 남명의 총체성을 파악하는 일은 또한 텍스트적인 논쟁과 콘텍스트 구성과 관련된 복잡성을 넘어서서 새롭고 건설적인 방법론적 혁신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 방법론을 제안하여 새로운 연구 방향 정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 I 장에서는 정치 현상을 보다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차원으로 들여다보고 그에 걸맞은 정치의 정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그 결과로써 정치가 포괄하는 범주가 보다 더 광범위해지고 그 안에서의 질서를 새로운 분류로 구분지어 보고자 한다. 이 시도는 남명의 글과 행위의 많은 부분이 정치의 범주에 반드시 귀속되어 있고 따라서 박병련이 주장한 대로 정치학적 프레임은 남명을 연구하는데 필연적이라는 것을 재삼 강조하기 위함이다.
제 II 장에서는 시도된 새 정의에 따라 남명과 관련된 정치 분야에서의 연구 성과를 회고 하고 그 동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고자 한다.
제 III 장에서는 연구 성과에 대한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경향에 대해 두 가지 도움이 되는 방법론을 제안하고자 한다.
남명을 계승한 후대 남명학파들이 정치 일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남명의 족적, 사상이나 가르침, 그리고 정치 행위 등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명 사상의 특징은 이론이 아니라 實踐學이라고 한다. 이론 탐구 를 중시할 때, 남명의 학문추구 경향은 性과 天道 즉 형이상학에 치중하게 되고, 실천궁행을 중시할 때 그의 학문적 경향은 心과 實理, 즉 日用事物과 不可分, 不可離의 관계인 道와 下學上達의 공부에 치중하게 된다. 남명에게는 이론의 정합성보다는 수양 과정에서의 실효가 문제다. 그래서 문장에 대한 상세한 해 석에 구애받지 않고, 그 의미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것이 수양에 직접 영향을 미 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남명은 성리학 문헌을 주체적으로 취사선택했으며, 그 취사선택의 흔적이 학기유편에 기록된 여러 항목이다. 이와 같이 남명을 성리학자로 규정하든 혹은 양명학적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든, 남명이 실천궁행을 중시했다는 점에서는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남명이 퇴계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근거로 할 때, 당시의 학문 경향은 이론에 치중했다. 그래서 실천 궁행을 중시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매우 단편적이다. 남명이 실천궁행을 강조한 까닭은 工‘와 本體를 하나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는 天道와 人道[誠]을 하나로 보는 공자, 맹자, 중용, 易傳 사상에 부합할 뿐 아니라, 정명도 사상과도 유사하다. 물론 학기유편의 900여 항목 가운데, 주자의 말이 가장 많기 때문에 주자 성리학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정명도 의 말 또한 약 100항목으로 적지 않다. 그렇다고 남명이 정명도의 一本 사상을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남명이 실천궁행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남명은 6개 圖를 통해 볼 때, 心과 性과 天이 하나임을 보여주었다. 心과 性과 天이 하나일 때, 실천궁행 즉 工‘가 本體임이 성립된다. 이것이 바로 남명 一 本論의 핵심이고, 실천궁행을 중시한 이론적 근거다.
16세기 초부터 17세기 중반은 남명의 교육사상이 형성되고 계승되는 시기이며, 그의 문인 및 사숙인들이 경상우도에 두루 거주하며 상호간에 활발히 교유하면서 하나의 학파를 형성한 시기이기도 하다. 남명은 교육이 비근한 것으로부터 시작해 야 하며, 하학에 대한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 실천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였다. 천도 의 묘리를 찾는 공부의 요체가 사친경형의 공부로부터 시작한 교육에 있음을 남명 은 주장한 것이다. 그는 하학상달의 공부를 ‘가까운데서 말미암아 먼 곳에 미친다’ 는 방법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으며, 하학상달의 공부를 강조하는 교육은 오건․정 인홍․정구․김우굉․배신․이조․성여신․하항․유종지․유덕룡 등의 경우에서, 그리고 실천성의 강조는 오건․김우옹․정구․김효원 등에서 각각 그 계승을 살 펴볼 수 있었다. 남명의 실천 중심의 교육은 당시 유행하던 실천성이 결여된 성리 학의 명분론이나 관념적인 이론을 불식하고, 실천위주의 교육관을 제기한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남명의 실천 중심의 교육사상은 실 천과 결부된 교육목적의 설정, 실천이 결여된 교육실제의 난맥상 등을 극복하고 교육 전반에 걸친 뚜렷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한국교육사상 실천적 교육사상의 선구자적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