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크는 『천국과 지옥의 결혼』에서 선인과 악인의 구별, 인간의 본 질의 대립, 지옥, 선지자들과 시인들의 예언, 지옥과 천국에 대한 환상, 천사와 악마의 논쟁, 역사의 순환 등과 같은 대립의 조화를 다양한 주제들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대립개념은 선인과 악인, 천국과 지옥, 그리스도 시대와 에돔 시대, 이성과 에너지, 영혼과 육체, 지배자와 피지배자 등이다. 이 대립개념은 이원론의 개념을 떠올리듯 각 개체가 별개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예이츠의 가이어처럼 한 개체가 다른 개체에 포함되어 상호작용한다. 그때에 어떤 개체가 그 공간에서 힘을 지배하느냐에 따라서 그 개체가 공간을 지배한다. 그래서 이러한 시의 구성방법은 그의 시 세계가 의도한 방향을 암시하면서 낭만주의의 새로운 파장을 예시하고 있다.
『천국과 지옥의 결혼』에서 윌리엄 블레이크는 관념주의와 이성에 묶여 변질된 기독교적 이분법을 비판하고 이분법의 한계를 뚫고나갈 돌파구로 상상력 회복을 제안한다. 이분법에 대한 그의 최종적인 해결책은 윤리적 상상력을 통해 타자의 얼굴에서 무한자를 인식하고 차이와 개별성을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하여 상반된 가치들이 공존하는 역동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엠마누엘 레비나스의 타자의 윤리학에서 추구하는 바와 동일하다. 타자의 윤리학에서 자아는 타자의 얼굴을 마주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그 얼굴에 반응하고 살인하지 말라는 명령에 복종하면서 타자를 환대하는 주체가 된다. 블레이크와 레비나스는 관념주의와 이성에 근거하고 동일자와 전체성을 지향하는 이분법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자아에 앞서 타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함으로써 자아와 타자 모두 평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새로운 관계 패러다임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