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말 사상가들은 시대성을 강조하게 되면 민족 전통성이 소 홀하게 되고, 민족성을 강조하면 시대적인 진보사조(進步思潮) 에 뒤떨어지게 되는 곤감성(困感性)을 고민하였다. 여기서 시대 성이란 바로 서학(西學) 수용의 자세에 수반되는 문제이며, 민 족성이란 중국 전통성을 고수하는 데 따르는 문제일 것이다. 강유위(康有爲: 1858-1927)는 청나라 말기 아편전쟁(鴉片戰 爭)과 남경조약(南京條約)·태평천국(太平天國)의 난(亂)을 거치 며 중국 역사상 가장 큰 국가적 위기에 태어난 인물이다. 이때 는 서양문명과 중국의 전통적인 사상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이 러한 시기에 여러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에 따라 중국의 주권이 크게 제약되고 영토까지 분할되는 가운데 지식인들이 새로운 개혁사상을 일으켰다. 본 논문은 기존의 강유위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그가 남긴 자취에 대한 문예 미학 사상을 포괄적으로 연구하고자 노력하 였다. 이를 서술하는 데 있어서 바탕이 되는 것은 그가 세계를 인식하는 세계관인 변법(變法)적 사유의 형이상학적 틀이다. 첫 째는 원기론(元氣論), 둘째는 변법(變法), 셋째는 비학존중(碑學 尊重)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특히 서예 예술이 크게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였다. 특히 강유위의 미학 사상은 서예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금 석학 중심의 비학 미학 사상과 존비경첩(尊碑輕帖)의 서예 미 학 사상을 전개하였다. 그는 첩학(帖學)의 음유미(陰柔美)에 대 비해 비(碑)의 양강미(陽剛美)를 강조한다. 강유위가 양강미를 선도한 이유는 생명미가 깃든 약동적이며 역동적인 아름다움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유위는 기존 서예풍조의 하나인 첩학(帖學) 위주의 서예는 온화하고 세련되어 있지만 연미하여 힘이 없는 것이 마치 정치 적으로 대국의 힘이 없는 것과 암암리에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에 강유위는 정치적으로 변해야 된다는 이론을 문예 미 학 사상에 적용하여 양강미를 담은 비학(碑學)을 추숭하였다. 이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서예의 발전은 고대부터 현재까 지 언제나 근본적으로 사회적 변화에 기초함을 알 수 있었다.
위ㆍ진 시기는 경제ㆍ정치뿐만이 아니라 서예(書藝)에서도 중요한 변혁기로 이전의 전서ㆍ예서ㆍ해서ㆍ장초ㆍ행서ㆍ초서 등 여러 서체를 활용하여 서예가들이 개인적으로 예술 풍격을 꽃피우는 양상을 나타냈다. 진나라 시기의 서예는 당시(唐詩)ㆍ 송사(宋詞)ㆍ원곡(元曲)이 나란히 문단에 이름을 날린 것처럼 후대에도 인정받았는데, 특히 ‘상운(尙韻)’의 서예로 대표되는 왕희지 서예는 우아하고 표일한 기운이 넘쳐 많은 이들의 사랑 을 받았다. 왕희지는 또한 광범위하게 한ㆍ위 이래 많은 서예작품에서 유익한 자양분을 얻고, 전대(前代)와 당대(當代)에 분산된 서예 작품에서의 창조적인 요소들을 집대성하여 정제과정을 거침으 로써 자신의 새로운 예술창조에 융합ㆍ통일하여 자아를 풍부하 게 하는 신서체(新書體)로의 변법(變法)에 성공함으로써 한 시 대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고질(古質)’ 서풍 대신 ‘금연(今姸)’ 서풍을 내세워 후대의 서예가들은 물론 한반도의 서예가들에게도 손길이 닿는 모범이 되었다. 본고는 왕희지의 생애ㆍ사상ㆍ학문 등을 살펴보고 서예의 눈 부신 성취와 함께 서체 변법의 성공과 그 서예가 후대 서예계 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탐구하여 고질의 서풍에서 유미 한 서풍으로의 변법을 고찰하고, 서체의 변법은 중국뿐만 아니 라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살펴보고자 한다. 따라서 그가 창출한 변법의 서예를 활용한 문인서예의 승화 와 함께 서예의 위상을 정립하고 미래의 지향할 바를 연구하고 자한다.
중국 서예사에서 왕희지는 이전의 질박한 서풍을 유미한 서풍으로 변화 시켜 첫 번째 ‘변법’을 실행하여 서성이라는 칭호를 얻었고, 안진경은 두 번째 ‘변법’을 실행하여 성당시기의 장엄하고 혼후한 서풍을 이루어 아성 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러한 안진경의 ‘변법’을 서예사적 배경과 핵심적 인 요소를 필법ㆍ풍격ㆍ결구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필법은 내엽법을 외탁법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횡획ㆍ종획ㆍ적획ㆍ책 획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내엽법은 굳세고 강건하며 상쾌하여 귀족적인 서풍의 면모가 나타난다고 한다면, 안진경의 외탁법은 둥글고 윤택하며 온후한 특징을 나타내었다. 풍격은 왕희지가 이전의 질박한 서풍을 유미한 서풍으로 변화시켜 첫 번째 ‘변법’을 실행하여 서성이라는 칭호를 얻었다면, 안진경은 모든 것이 변하여 풍성함을 숭상하는 성당시기의 장엄하고 혼후한 서풍을 이루어 두 번째 ‘변법’을 실행하여 아성이라는 칭호를 얻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구는 글자에 따라 자태를 나타내고 기운 것으로 오히려 바름을 삼으 며, 허실ㆍ주차ㆍ읍양ㆍ소밀 등을 통해 서로 다른 변화를 나타내고, 필세 ㆍ절주를 통하여 영활하며 생동함을 나타내었다. 이러한 필법ㆍ풍격ㆍ결 구 등은 모두 안진경이 실행하였던 ‘변법’의 내용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 들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에 서예도 변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 치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 것인데, 이는 한국서단의 화두 이자 서예가 각자의 화두일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안진경의 ‘변법’ 은 한국서단에서 타산지석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특히 새로운 창작에 두 려움을 느끼면서 옛것과 자신의 선생 글씨만 답습하거나 법첩의 임모에만 열중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 글은 비록 안진경 의 ‘변법’에 대해 살펴본 것이지만 이를 초석으로 삼아 새로운 창작을 모 색하거나 자아의 성정을 나타낼 수 있는 서예로 발돋움을 할 수 있다면 분 명 의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