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필립 케이 딕의 과학소설『안드로이드들은 전기 양을 꿈꾸는가?』와『유빅』에서 나타난 SF적 상상력과 종교적 비전을 고찰하는데 있다. 딕은『안드로이드』와『유빅』에서 우리의 세계가 고도의 과학기술과 자본주의로 인해 인간의 탐욕과 불안으로 가득 찬 엔트로피적 세계임을 비판하면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머서주의’와 ‘유빅’이라는 종교적 비전을 제시한다. 딕은 작품에서 ‘머서주의’를 통해 인간 본성의 선과 악을 인정하고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정이입을 기반으로 하는 머서주의는 선과 악의 극단적인 대립을 강조하는 전통적 종교의 경직된 사고를 해체하고 자신과 타자의 경험 공유를 통해 자기 구원을 선언할 수 있음 을 재현한다. 또한 로고스로 확인되는 유빅을 통해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딕은 신성은 거룩한 교회나 성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주변과 일상의 삶에서 발견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종교의 의미가 단순히 믿음의 문제 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와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는 궁극적인 신념임을 제시한다.
본고는 『남윤전』과 『최척전』을 중심으로 전쟁으로 인해 공동체가 해체되어 해외를 유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타자와의 연대 양상과 그것의 바탕이 되는 환대의 종교적 상상력에 관해 논의한다. 『남윤전』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해체된 공동체가 ‘동질성의 연대’를 바탕으로 복원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남윤은 포로 생활 과정에서 ‘조건적 환대’를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노승의 언어로 형상 화되는 종교적 계시는 남윤에게 전쟁 중 만난 타자에 대한 존재적 동일성을 확인시켜준다. 『남윤전』에서는 종교적 계시를 통해 환대하는 자와 환대받는 자 사이의 동질성을 확인해주는 과정에서 환대에 대한 상상력이 나타난다. 이에 반해 『최척전』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해체된 공동체가 ‘다름의 연대’를 바탕으로 확장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최척과 옥영은 전쟁으로 인해 유랑하는 과정에서 고난의 운명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무조건적 환대’를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장육금불의 목소리로 형상화되는 종교적 계시는 삶에 대한 실존적 의지적 메시지를 소통한다. 그리고 삶을 매개로 환대하는 자와 환대받는 자 사이의 공감과 연민의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과정에서 환대에 대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전통적인 문학과 문학연구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아우라와 상상력이 전통적인 문학과 문학연구의 특권화에 대한 기준이 되어왔으나, 최첨단 컴퓨터 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일반 대중문학과 예술도 보다 높은 차원의 아우라와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문화예술 양식으로 발전해왔다. 이에 디지털 시대의 문학연구는 문화연구로의 확장을 포함하는 새로운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근래에 디지털 시대 문학의 존립과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시대의 문학과 종교 관련 논의는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문학이 인간성에 대한 본질적 통찰과 궁극적 구원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종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의 각종 신기술이 문학을 통한 인간의 종교적 상상력을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궁극적인 종교·철학적 물음에 대한 깊이를 더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아우라”와 “디지털 상상력”은 인간존재의 근원과 구원의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무한한 예술적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의 문학과 종교 연구는 각종 디지털 문학과 예술을 섭렵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학제 간 연구로 발전해야 마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