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가르치는 자에 대한 호칭은 박사, 조교, 문사, 의사 등 관직명을 비롯, 함장, 사장, 사유, 선생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여기서 문사, 의사, 사장, 사유 등 가장 자주 등장하는 ‘사’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가르침[敎]의 의미 외에도 다스림[治]의 의미, 능통함 [能]의 의미가 그것이다. 이는 가르치는 자의 임무와 자질에서도 계속 나타난다. 교유를 돈독히 하고 경의를 강론하여 가르치고 이끄는 임무에는 인지적 영역의 가르침 외에도 정의적 영역의 다스림, 활동적 영역의 능통함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가르치는 자의 자질로 ‘문학’, ‘경학 우장’, ‘경명’, ‘박학’ 등은 인지적 영역, ‘경행수근’, ‘석덕’, ‘행수’, ‘근민’, ‘효렴방정’ 등은 정의적 영역, ‘박달’ 등은 활동적 영역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고과나 포폄의 기준을 보면, 과거응시자가 있는지, 가르침에 성효가 있는지 등 인지적 영역에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당시 가르침은 단지 문예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어려운 부분을 서로 논란하게 하는, ‘문난’(問難)하는 교육이다. 경전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밖에서 안으로의 교육’이 아니라, 어려운 부분에 대하여 서로 논의하게 하고 의문점을 토론하도록 이끄는 ‘안에서 밖으로의 교육’은 오늘날 가르치는 자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임무라 하겠으며, 앞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가르침[敎,인지적 영역]-다스림[治,정의적 영역]-능통함[能,활동적 영역] 세 가지가 조화를 이 루어 간절하게 묻고 생각하는 ‘절문근사’,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논란하게 하는 ‘문난’하는 교육 을 열어가야 하겠다.
『증보문헌비고』 학교고에도 일렀듯이, 인간에게는 아름다운 재질(잠재력)이 있는데 그러한 재질을 길러내고 성취케 하는 것은 가르치는 자 곧 학관의 역할이다. 그리하여 일찍이 문종(1063)은 국자감 학생들의 학업 태만의 책임이 학관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본 연구는 고려 최고 교육기관으로 국자감 학관에 관한 것으로, 그 명칭, 직제, 자질, 고과 등을 통해 당시 학관의 모습을 구명해 보고자 하였다.
국자감에는 정7품에서 정8품의 유학박사와 종8품에서 종9품의 기술박사, 그리고 종9품의 조교외에 경사교수, 사장, 사유 등으로 불리는 학관이 있었다. 국자감의 직제는 대체로 행정관리직, 유학교수직, 기술교수직, 사무직으로 대별된다. 문종조 기록을 중심으로 볼 때, 행정관리직으로 제거, 동제거, 관구, 판사, 좨주, 사업, 승, 주부 등이 있었고, 유학교수직으로 국자·대학·사문 박사, 조교 등이 있었으며, 기술교수직으로 율·서·산 박사 등이 있었고, 사무직으로 서사와 기관 등이 있었다.
또한, 학관의 자질로는 경명(경전에 통달하고 서적을 두루 읽은 유자, 경전에 밝고 널리 통달한 자, 경학과 제술에 뛰어난 선비 등), 행수(부지런하고 민첩한 자, 덕행을 부지런히 닦아 모범이 되는 자 등), 노성(노련하고 성숙한 자) 등이 중시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교관들 중에는 육경 중 겨우 한 두 가지 경에 통할 뿐인 전문적 자질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한편, 학관의 평가 기준은 제자의 수, 과거응시자수, 강의과목수, 실제 근무일수, 각종 휴가일수 등이 있었다. 일찍이 목종(1003)이 학관의 교육이 점점 나태해지는 것을 염려하여 박사·사장으로서 생도를 권장하여 근로한 공로가 있는 자를 이름을 기록하여 올리도록 했는데, 특히 부지런히 좋은 가르침을 행한 학관의 경우 순번을 뛰어넘어 관직에 발탁한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