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17상의 예이츠와 6상의 휘트먼은 거대한 바퀴에서 서로 대립하는 인물상이다. 그들의 성격은 헤라클레스와 그리스도, 헬레니즘과 기독교 문명처럼 대립하였지만, 그들의 작품은 공통된 분야를 보인다. 예이츠는 수십 년 동안 편지나 수필, 그리고 기사 등에서 휘트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고, 이를 민족주의에 대한 통찰력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비전』에서 예이츠는 휘트먼의 민주주의적 태도와 인류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 찬사를 보였다. 그는 휘트먼의 반 문명화된 인간의 이미지를 창출하였고, 그의 참 마스크인 그리스도를 본받으려는 휘트먼의 갈망을 그대로 소개하였다. 두 시인은 성향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식민지 정신에 맞서 고유의 문학을 개발하여, 국가와 민족정신을 고취하려던 예언자적 시인이란 공통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본 논문은 휘트먼의 『풀잎』에 나타난 신비주의에 대한 분석을 다루고 있다. 신비주의는 황홀경, 열락과 같은 초월체험과 초월의식으로, 자아소멸이나 자아가 확대되는 현상이다. 휘트먼의 신비주의 영성의 단계는 신/우주와 일체가 제시된다. 본 논문에서 휘트먼의 신비주의를 소리와 관련하여 5단계로 나누어서 분석하였다. 첫째 신비상태의 진입으로 내안의 영혼/신을 인식하기, 둘째 영혼을 통해 내면에 거하는 신의 사랑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하기, 셋째 외부의 우주적이고 신적인 존재와의 접촉과 자아정화 하기, 넷째 신과 합일되어 시공간의 경계를 넘는 영혼 비행과 각성하기, 다섯째 신비상태에서 깨어나기로 세분된다. 「나의 노래」가 신비주의 교본처럼 정확하게 신비주의 체험 과정들을 보여주는 시로 여겨짐을 고려해볼 때에, 윌리엄 제임스,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 리차드 벅, 폴 틸리히의 등의 사상을 바탕으로 『풀잎』을 분석해보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으로 사료된다.
이 연구의 목적은 월트 휘트먼의 '풀잎'에서 나타나는 여성주의적 영성과 산타 스피리타의 노래를 분석하는데 있다. 휘트먼은 주로 남성적이고 육체적이며 반기독교적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성차별과 인종차별 같은 모든 차별에 반대하였고, 특히 그가 모든 시에서 여성들의 사랑과 자유를 추구하고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추구하였기에, 일종의 여성주의적 시인으로 볼 수 있다. 황홀경에 빠질 때, 휘트먼은 자신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우주만물의 소리를 듣고 이를 분석하여 '풀잎'에 실었는데, 현대 여성주의자인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그런 원시적 목소리들을 플라톤의 개념을 빌어서 “코라”라고 소개한다. 휘트먼은 종종 바다를 어머니로 부르고 신적 존재로 그리면서, 육체적 어머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속삭이고, 울부짖고, 슬퍼하고 또는 아름다운 벨칸토 목소리로 노래하는 영적 어머니/성령, 즉 코라를 설명한다. 더 나아가 휘트먼은 그의 산타 스피리타가 성령의 다른 이름으로 그에게 여신의 의미를 갖는 여성적 하나님임을 암시하였다.
이 글은 『풀잎』에 나타난 소리의 종교적 특징을 고찰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휫먼은 자신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만물과 모든 인간의 소리를 『풀잎』에 담아 썼다. 그리고 세상의 소리를 경청하고 분석하여 시를 쓰는 자신만의 방식을 보인다. 그는 시인을 자연과 우주의 모든 소리를 번역하는 소리의 번역가로 소개한다. 그는 소리들을 통하여 세상 속에 존재하는 선악의 모든 면들을 차별없이 수용하고, 흡수하고, 그것을 새로운 의미로 조명하였다. 그의 『풀잎』에 나타난 다양한 소리들은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소리의 요소와 근원들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절망과 고통 속에 신음하는 형제의 소리, 휫먼의 영혼이 외치는 야성의 소리, 그리고 만물을 사랑하는 신의 목소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따라서 『풀잎』은 휫먼의 신의 무한한 사랑 속에 있는 모든 만인과 존재들을 축복하는 노래이고 찬미시집인 것이다.
본 논문의 출발은 남북전쟁 기간 휘트먼의 병원 체험이 시인 자신은 물론 분열된 미국을 치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조명하는데 있다. “남과 북은 가장 중요한 하나의 거대한 병원이었다”(North and South was one vast central hospital)라는 휘트먼의 언급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전쟁의 진실을 가장 잘 드러내는 병원 풍경은 시인의 상상력의 정수로 자리 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휘트먼의 병원 체험은 그의 삶을 통해 “가장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여러 병원에서 자원 간호사로 활동했던 그의 경험은 『북소리』(Drum-Taps), 『전쟁 기간의 비망록』(Memoranda During the War) 등에 수록된 많은 시와 산문을 통해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 작품을 통해 휘트먼은 여성적이며 동시에 모성적인 속성과 긴밀히 연관된 시인-간호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상처를 치료하는 자」(“The Wound-Dresser”)라는 시는 그 대표적 예이다. 시인은 부상병들을 치유하는 “어루만지는 자석 같은 손길”(magnetic touch of hands)을 지닌 중년의 여성 간호사야말로 군병원에 가장 잘 부합된다는 사실을 그 만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역설한다. 고통으로 신음하는 부상병들로 가득한 병원의 풍경은 휘트먼에게 일평생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휘트먼은 “단순한 병원 스케치를 뛰어 넘는 어떤 것”을 담아낸 작품을 씀으로써 우리에게 전쟁의 진실을 왜곡 없이 전하고자 했다. 이는 “간호는 내게 종교였다”라는 그의 언급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요한 점은 고통스러운 병원 체험을 집약하고 있는 ‘경련’(convulsiveness)이란 단어는 그의 심리적 상처, 곧 트라우마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시인은 ‘경련’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야 말로 반복되는 고통의 기억과 꿈으로부터 개인적이고 동시에 집단적인 치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해 “언어적 이야기의 부재”를 특징으로 하는 외상 기억과 외상성 꿈은 대개 “생생한 감각과 이미지”의 형상으로 재현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휘트먼의 「오래 전의 전쟁—꿈」(“Old War-Dreams”), 「포병의 환상」(“The Artilleryman’s Vision”), 『표본이 되는 날들』(Specimen Days)의 여러 전쟁 섹션 등의 시와 산문은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이렇듯 ‘경련’에 대한 글쓰기는 궁극적으로 시인에게 내재한 종교적 의미를 일깨움으로써 “진정한 앙상블과 미국의 규모에 대한 그의 가장 열렬한 시각”을 낳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