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예록(談藝錄)』은 첸중수(錢鍾書, 1910-1998)의 문예비평서이자 중국 최초의 중서(中西) 비교 시학서이다. 첸중수는『담예록(談藝錄)』집필 과정에서 동서고금의 문예 전반을 아우르는 주요 현상 및 쟁점을 정리, 그 속의 오류를 밝혀내어 학술적으로 바로 잡고자 했다. 또한 방법론적으로는 중국과 서양의 고전 및 문예이론에 대해 상호 비교(參較), 상호 참조(參互)를 진행하여 동서고금의 문예 전반을 포괄적으로 아우르고자 했다. 이에 근거하여 본 논문은 크게 ‘감상(appreciation)’과 ‘평론(critic)’의 문예학적 시각을 통해 양자(兩者)의 접점이『담예록』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첸중수 학문 연구의 궁극적 지향점인 ‘시심(詩心)’과 ‘문심(文心)’ 의 ‘보편적’인 ‘문예심리(文藝心理)’가 『담예록』에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고찰하여 학자 첸중 수와 그의 학문에 좀 더 다가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본 논문은 상상과 관련된 이론을 상상의 속성, 상상력 발휘의 조건과 관건, 상상력과 언어표현의 관계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유협이 <文賦>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전개했음을 볼 수 있다. 창작의 경로를 思→意→言로 인식한 점도 그러하다. 그 중 상상력 발휘의 조건을 허정(虛靜), 학문(積學), 이치(酌理), 독서와 연구(硏閱), 정취(馴致)로 세분화한 점이나 상상력의 관건을 통솔하는 요소로 志氣를 제시한 점 등은 육기의 이론을 더욱 발전시킨 부분이다. 두 사람의 이론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본 논문은 육기가 창작자의 시각으로 문학의 문제에 접근했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육기는 창작의 고통을 깊이 체험하고 <文賦>에서 상세하게 묘사했다. 유협은 상상의 근본원리에 대해 분석하고 이론적으로 접근했지만 육기는 불가지의 영역으로 인식했다. 오히려 상상이 막혔을 때의 고통에 대해 묘사했다. 이런 특징은 문체론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나는데 유협이 뚜렷한 기준을 설정하여 문체를 구분하고 각 문체의 특징을 상세하게 서술하는데 중점을 둔 반면 육기는 문체운용에서의 임기응변과 창조성을 강조했다. 역시 창작자의 입장이 투영된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두 사람의 이론이 문학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