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드포(Daniel Defoe)의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 1719)와 예이츠의 전환기 시를 중심으로 각 작품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초 영국 사회와 20세기 초 아일랜드 사회를 조명한다. 우선 이 연구는 『로빈슨 크루소』가 소설의 발생을 중심으 로 하는 당대 사회적 변화와 이로 인한 세대 및 계층 간의 갈등 구도 속에서 탄생하였다 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종교적 전통으로의 회귀’에 초점을 맞추어 18세기 초 영국의 사회와 문화 속에서 이 소설이 담당하는 역할과 가치를 고찰한다. 한편 예이츠의 전환기 시는 20세기 초 아일랜드 사회에서의 갈등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문화운동으로 아일랜드 민족을 통합하려는 예이츠의 시도는 아일랜드 민족에 내재된 언어, 종교, 계층의 다양성으로 인해 오히려 분열의 지속, 심화 양상을 보인다. 예이츠는 전환기 시인 1913 년 9월 (“September 1913”)에서 물질주의에 집착하는 가톨릭 중산층에 대한 경계심을 표현하고 중산층에 대항하여 낚시꾼 (“The Fisherman”)에서 이상적 인간상을 제시한다. 그는 가톨릭 중산층과 영국계 개신교 엘리트 집단 양쪽을 비판하며, 인간애에 기초 한 귀족주의를 지향한다.
이 연구는 마릴린 로빈슨의 네 번째 소설 『라일라』에서의 주인공의 내적인 변화 과정을 살펴본다. 라일라가 깊은 고독과 궁핍, 그리고 버려짐의 아픔을 겪으며 묻게 되는 존재론적인 질문—“사는 게 왜 이런 식이지요?”—은 신학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한 인간이 그러한 질문을 던지게 되는 존재론적 조건을 고찰 하는 데 있어, “앎으로서의 무지(unknowing as knowing)”, “부재 속의 실재 (presence in absence)”와 같은 모순적인 개념을 적극 포용했던 크리스천 신비주 의자들의 전통을 되짚고, 그들의 기도의 삶과 라일라의 경험 간 유사성을 제안 한다. 이를 통해 라일라의 질문이 가진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어 둠”의 경험이 “빛”을 경험하는 데에 필수적으로 전제됨을 주장한다. 또한 존 칼 뱅이 주창한 “하나님의 극장(the theatre of God)”으로서의 인간의 인식을 적극 차용하여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 중재 없는 성경 읽기, 에임스 목사와의 관계, 그리고 한 이방인과의 만남을 통해 그녀의 인식에 일어나는 미묘하나 점진적인 변화를 분석한다. 이 문학작품의 이러한 신학적 읽기는 몇몇 비평가들과 다르게 라일라의 변화에서 깊은 낙관론을 발견하게 하며, 인간의 고통과 무지 속에서도 삶을 긍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계몽주의는 18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문화적 그리고 지성적 움직임이었다. 그 것은 삶과 현실을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전통적인 권위였던 종교성에 대항하여 이성의 힘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항상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면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성과 과학 그리고 기술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인하여 때 론 인간성의 파괴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다니엘 데포의 로빈슨 크루소 는 이 러한 계몽주의가 한창이던 시대에 쓰여졌다. 흥미롭게도 이 소설은 인간의 이성 과 신앙이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내적으로 연관되어질 수 있는 가능성 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계몽주의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이성의 힘이 크 루소가 일상의 필요한 것들을 창조해 내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은 분 명하다. 일상의 필요한 것들은 일종의 미시적 의미의 문명이나 문화를 암시한 다. 둘째, 제국주의와 노예문제와 관련하여 크루소는 계몽주의의 부정적인 면을 보여준다. 셋째, 이성과 신앙은 크루소의 회심의 과정과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