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워즈워스의 서곡과 예이츠의 「내전기의 사색」을 중심으로 프랑스 혁명과 아일랜드 내전의 정치적 시대상황에 대한 양가적인 시각을 논의한다. 서곡에서 워즈워스는 프랑스 혁명의 당위성을 공감하는 자아와 혁명의 폭력을 비판 하면서 책임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자아로 분열된다. 「내전기의 사색」에서 예이츠는 아 일랜드 내전이라는 폭력적 사태에 절망하면서도 폭력을 사토의 검이나 탑과 같은 예 술작품이나 상징으로 전환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려 한다.
서곡 은 워즈워스의 정신적 성장사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고백적 성격을 띠 고 있다. 시인은 정신적 위기를 극복하고, 손상된 상상력을 회복하기 위해 과거 의 경험들을 회상하는데, 사실적 기억의 차원을 넘어 현재의 필요에 맞게 재구 성하듯 회상해 낸다. 워즈워스의 서곡 은 서구문학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눈에 띠는 서술기법은 “시간의 점들”(spots of time)에 대한 회상이다. “시간의 점들”은 서곡 의 전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 를 지닌다. 이 시간의 점들은 어느 한 순간에 신비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기억을 지배하며,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는 일상의 숱한 기억을 향해 밝은 빛을 비춰 그 것들이 각기 모래알처럼 흩어지지 않고 나름의 유기적 관계를 맺어 전체에 의 미 있는 구성요소가 되도록 도와준다. 워즈워스는 이런 시간의 점들을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적 사건으로 해석하고 고백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시인으로 서 자신의 서사적 고백시를 완성하였다. 본 소고는 이런 시간의 점들에 대해 문 학적 차원뿐만 아니라 종교, 철학적 차원에서 새로운 조명을 시도하고 있다.
T. S. 엘리엇의 초기 시 「서곡들」은 향후 엘리엇의 시의 세계를 미리 알려주는 척도로서 그 의미를 지니며, 반복되는 도시의 저녁과 밤 그리고 다시 아침을 맞이하며 인간의 영혼이 도시의 길에 나타나는 파편화 된 이미지와 상징적 관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서곡들」에서 인칭대명사의 병존을 통해서 주체와 객체의 경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공존할 수 있다는 베르그송의 시간적 개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음악에서 악기의 테스트나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할 때 서곡의 즉흥연주 기법을 사용하듯 시인은 이 시에서 시적 즉흥 연주를 보여준다. 본 논문은 시간의 다양한 가면성이 어떻게 몰개성화 된 도시의 거리를 서곡처럼 연주하게 되는지를 증명한다.
댕디(Vincent d’Indy, 1851-1931)의 서곡3부작 《발렌슈타인》(Wallenstein)에 나타난 ‘표 제적 연주회용 서곡’의 장르적 의미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오페라 의 극적 내러티브를 악곡구성에 반영하던 19세기 오페라 서곡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이 작 품은 일종의 ‘음악적 드라마’로 이해될 수 있다. 둘째, ‘표제적 연주회용 서곡’ 작곡가들은 ‘서 곡’이라는 장르 명칭과 함께 베토벤과 바그너 등의 ‘표제적 서곡’의 전통을 따라 리스트가 교 향시에서 점차 소멸시킨 것, 다시 말해 반복의 원리에 입각한 소나타악장 형식 안에서 표제 를 다양하게 재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서곡들에 나타난 표제와 악곡구성 간의 관계는 19세기 베토벤에 의해 시작되고 바그너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에 의 해 발전했던 전통적인 ‘표제적 서곡’의 역사 안에서 고찰될 필요가 있다.
19세기 후반기에 작곡된 차이코프스키의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햄릿》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은, ‘환상서곡’이라는 고유의 장르명에도 불구하고, 이 곡들이 갖는 표제 적 특성에 주목함으로써, 신독일악파의 교향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위의 곡들은 고전주의 형식 원리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교향악적 음악의 새로운 이상을 추구”하는 동시에, “내용이 형식을 결정”하는 교향시의 의도와 구별된다. 왜냐하면 두 곡의 환상서곡 모두 서주부와 코다 사이에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혹은 제시부와 재현부) 가 포함된 소나타악장 형식에 기초하고 있어, 서로 다른 표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형식 적 틀이 서로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곡들의 악곡구성, 특히 표제의 음악적 구현을 위해 주제변형, 에피소드의 삽입, 종결 지향적 구성 등과 함께 소나타악장 형식의 변형을 보이는 것은 전통적인 표제적 연주회용 서 곡, 그 중에서도 ‘극적 특성’을 갖는 서곡들의 전통 안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연주회용 서 곡이 교향시의 등장과 함께 쇠퇴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창작되었고, 교향시와 뚜렷이 구별되 어 장르 자체의 독자성을 유지한 채 19세기 표제적 연주회용 서곡의 전통을 계속해서 이어가 고 있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