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뢰조직(High Reliability Organization)은 동일한 조건에서 더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언제 나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만 동일한 조건에서 보다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이 가지는 특징을 고신뢰 조직의 5가지 원칙으로 정의하였다. ‘실패사례에서 배우기’, ‘단순한 해석의 경계’, ‘운영상황에 집중’, ‘회복탄력성 높이기’, ‘전문가 중심’의 5가지 원칙을 통해 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갈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안전사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발생된 안전 사고에 대해 이러한 원칙을 적용, 검토 해보면 고신뢰조직이 발휘하는 성과는 휠씬 높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모든 기업과 조직들이 고신뢰조직의 원칙을 조직문화로 자리잡게 하면 보다 안전하고 경쟁력 높은 조직이 될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일수록 고신뢰조직의 원칙은 그 가치를 높게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앞으로 이러한 고신뢰조직의 조직문화에 대한 연구와 적용을 넓혀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뢰의 원칙이란 ‘행위자가 스스로 주의의무를 다하면서 다른 참여자도 주의의무를 준수하리라는 것을 신뢰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록 타인이 규칙을 준수하지 않아 법익침해 결과가 발생하였더라도 행위자는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신뢰의 원칙은 학설과 판례를 통해서 확립된 이론으로 주로 도로교통에 많이 적용되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고속도로와 일반도로에 있어서도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는 판례가 등장했다. 도로교통에 있어서 신뢰의 원칙은 ‘차 대 차’, ‘차 대 자전거’, ‘차 대 보행자’에 적용되고 있다. 차가 많지 않았던 시기에는 신뢰에 원칙이 적용되는 범위가 좁았지만, 차가 일반 가정에서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이 되었고, 많은 성인들이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현재에는 신뢰의 원칙이 좀 더 넓게 인정되고 있다.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도로교통환경과 시민의 교통질서와 법규준수 의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여야 할 것을 기본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 비해 도로교통환경은 크게 개선되었으며,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 법규준수에 대한 필요성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아직도 무단횡단 사고와 신호를 무시한 횡단보호 보행 사고 등은 여전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데, 이 과정에서 자동차 운전자와 보행자 사이의 교통사고에 대해 신뢰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졌다. 판례는 이미 ‘차 대 보행자’와 관련한 사고에 대해 신뢰의 원칙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너무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교통상황이 변화되고 사회 여건도 달라진 현실 아래에서 이제는 운전자에게도 신뢰의 원칙을 지금보다 넓게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법규 위반 보행자에 대한 운전자의 주의의무의 정도를 낮추고 이에 대해
신뢰의 원칙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판례도 이미 상당부분 이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가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했는데도 법규를 위반한 보행자로 인해 사고가 났음에도 운전자에게 과실책임을 묻는다면 이는 과도한 주의의무를 부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신뢰의 원칙은 ‘자동차 대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대 보행자’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 추이는 계속될 것이다. 신뢰의 원칙을 확대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로교통법규를 잘 지킨 운전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뢰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것이다. 특히 스스로 법규를 위반한 보행자까지 보호해 줄 의무는 없는만큼, 사회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해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면 법규위반 보행자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 수준도 낮아져야 한다고 판단된다.
형법상 과실범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형법상 과실범의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의 범위를 제한하기 위해 신뢰의 원칙이라는 법리가 발달되어 있다. 형법상 신뢰의 원칙이란 교통규칙을 준수하는 교통관여자는 다른 교통관여자들도 교통규칙을 준수하리라고 신뢰하면 족하고, 다른 교통관여자들이 교통규칙을 위반하는 것까지 예상하여 주의조치를 취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육상교통에 적용되는 이러한 법리를 해상에서의 선박충돌과 같은 해상교통사고에도 적용하여 주의의무 위반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본 논문에서 필자는 이에 관해 대립되는 견해를 살펴보고, 해상교통과실범에는 해상에서의 선박충돌사고의 경우 다수의 인명피해와 대규모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는 특성상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보았다
도로교통사고에서 독일의 판례에 의해 형성․발전된 신뢰원칙은 스스로 교통규칙을 준수한 운전자는 다른 교통관여자가 교통규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신뢰하면 족하며, 교통규칙에 위반하여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것까지 예견하고 이에 대한 방어조치를 취할 의무는 없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신뢰원칙은 타인의 적절한 행동을 바탕에 두고 행하여지는 업무에서 발생되었다는 점으로 보아, 도로교통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오늘날 일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작업을 요하는 기계조작이나 공장운영과 같은 기업활동이나 의료행위 분야에도 신뢰원칙의 적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바다를 무대로 한 무지향성을 지닌 해상교통의 특수성, 유지선의 협력동작의무 등 해상 관련 법규상의 문제, 신뢰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사회적 환경조건 구비 미흡 등을 이유로 해상교통에서 신뢰원칙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있으며, 판례 또한 해상교통사고에서만큼은 신뢰원칙을 쉽게 적용하지 않고 있다. 선박은 도로교통과 달리 타를 이용하여 방향을 바꾸는데, 물 위에서 이루어지는 교통행위이기 때문에 타를 움직여 그 타효에 의해 선박이 반응하는 데 시간차가 존재한다. 또한, 선박은 자동차와 달리 제동장치가 없으므로 전방에 갑작스러운 선박의 출현이나 장애물 등을 피하기 위해 기관을 역전시켜 그 전진 타력을 제어할 필요가 있고, 추진력이 있는 경우에만 자력으로 회두할 수 있으며 기관의 정지시에는 자력으로 회두할 수 없는 운항상 특성으로 인해 해상교통 관여자들은 다른 교통관여자가 항법 관계를 준수하리라는 것에 대한 강력한 신뢰가 필요하다. 또한 선박은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운송할 수 있는 화물의 양이 매우 크고,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국제무역과 연안화물운송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오늘날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선박의 대형화․고속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입 교역량의 대부분이 선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유용성과 필요성으로 인한 공공이익을 고려하여 해상교통 관여자에게 다른 사람의 적법한 행위를 신뢰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과실범의 처벌을 완화하고 주의의무를 합리적으로 정하여 원활한 교통을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상교통사고에서 신뢰원칙의 적극적인 적용이 필요하다.요컨대 해상교통사고에서 신뢰원칙을 합리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해상교통 관여자가 선박의 항법규정을 준수하면 상대방도 이를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선박의 안전운항을 보장하여 해양사고를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