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설비이론(essential facility doctrine)’이란 어떤 사업에 필수설비를 보유한 자가 경쟁자에 대하여 평등 또는 합리적인 조건으로 그 설비를 제공해야만 하고, 당해 설비의 접근을 부당하게 거절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독점금지법상 위반이 된다는 이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업자에게는 거래상대방의 선택에 대한 자유가 인정되므로 단독의 거래거절은 원칙적으로 위법이 되지 아니하지만, 필수설비이론에 의하면, 필수설비를 보유한 독점기업은 다른 기업의 활동에 필수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제될 수 있다. 필수설비의 제공거절은 기존의 사업자가 시장으로의 신규참여자에 대하여 주로 사회간접자본의 투자에 의해서 형성된 철도망, 지역적 전기공급망, 공항시설, 전화망, 통신망 등의 제공을 거부한 사안에서 특히 문제가 되었다. 최근에는 필수설비 개념을 SW나 기술표준과 같은 무형부분까지 확장하고자 함에 따라 지적재산권법과 경쟁법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왜냐하면 필수설비이론은 필수설비 보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해당설비에 대한 투자유인을 감소시킬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우선 필수설비이론의 의의와 전개과정을 미국과 유럽의 판결을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이어서 지적재산분야에서의 필수설비론의 구체적인 의의와 그 한계를 최근 사례에 기초하여 살펴본다.
최근 KT시내망이 필수설비이므로 KT에서 분리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제기되었다. 이와 같은 논의는 영국에서 BT의 시내망 부분을 필수설비로 간주하여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하려는 움직임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는 필수설비의 정의에 대해서 살펴보고, 일반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연관개념인 독점 또는 자연독점이 필수설비와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지도 검토한다. 이어서 필수 설비와 관련된 경제이론을 간략히 살펴본 후, 필수 설비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규제정책의 종류와 절차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KT시내망이 필수설비인지 여부와 국회에서 제기된 논의를 검토한다. 그 과정에서 영국과 미국의 사례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