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천태의 『마하지관』에 나오는 십승경 중의 하나인 業相을 분석 심리학과 비교하여 분석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업상이란 수행의 과정 중에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이며, 개개인의 행업의 결과가 잠재의식상태로 저장되 어 있다가 수행으로 인해 드러나는 현상이다. 선악 등은 모두 심리적 착각이고, 인공적으로 의식화된 대립의 규정이라 정의한 것은 융의 입장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대상관념은 반복되고 경험되 어 다듬어진 결과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업상을 보는 천태의 시각과 상통한다. 업상의 논리전개에서 習因과 習果, 報因과 報果 사이에 이어지는 시간적 지속은, 동일자의 차이 내지 현존과 부재의 교대, 그리고 관찰자의 개입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융이 말하는 심리적 원형이란 개념도 불교의 ‘共業에 의해 발생하는 共相惑’에 가까운 집단무의식이다. 또한 융이 “심리적 원형은 그 자체 표상이 불가능하지만 ‘원형적 이미지’를 통해 원형의 종류를 분석”하는 방식은 업상에서 선악업의 발생 모습을 분류하는 방식과 유사성을 보인다. 천태지의는 십승관법이란 수행방법을 통해 수행의 과정에 드러나는 업상 을 해결하고자 하며, 특히 識陰의 관찰을 중시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페르소나’라는 심리학적 개념을 연상시킨다. 식음의 관찰을 중시한 것은 심 리학에서 페르소나의 본질을 파악하여 가면적인 자신에 매몰되지 않도록 유 도하는 것과 방법론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이다.
본 논문에서는 칼 융의 분석심리학의 만다라 개념과 종교에 서의 만다라의 개념을 비교 정리하고 양자의 내재적 가치와 치 유적 메카니즘을 탐구하였다. 만다라는 원래 종교적 개념으로서, 인도 라마교, 불교 밀종의 중요한 관상 법문이었다. 시대와 종교의 발전에 따라 만다라 역시 다양한 형태의 변천을 거치며 현대에는 주로 두루마리 그 림과 같은 불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종교적 개념에서 만다라는 어떤 형태의 만다라든지 보호, 응 집, 연결, 청결한 사상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동양적인 불교 회화 형식은 동양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철학사상을 담고 있으 며, 특히 현재 가장 널리 전해지고 있는 티베트 만다라는 그 형식적 구성에 있어 중국 본토의 도가 사상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은 만다라 양식 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인류에게 공유되는 일종의 심령 적인 상징모형으로 집단 무의식의 원형임을 스스로 체험하고 임상적으로 증명했다. 그가 '만다라(mandala)'라는 용어를 택한 것은 동양의 라마교(lamaism)와 밀종 요가(tantric yoga)에서 제사권이나 마법의 형태로 명상에 도움이 되는 도구로 사용했 기 때문이다. 만다라 개념은 분석심리학에 인용돼 자성(自性)의 상징적 표 현이 됐다. 융은 만다라 양식의 문양을 끊임없이 그리면서 내 면의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무의식이 직관적이며 의식화되는 것 을 확인하였고, 자신의 심리적인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자기통합 과 자기치유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융은 만다라 그림이 현대미술치료에서 적용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 했다. 본고는 불교의 밀종 만다라를 연구 대상으로 하여 동양의 만다라 기원과 전파 발전을 살펴보고, 만다라 도식 형성을 통해 동양 문화의 내면을 분석하였다. 중국 도가사상을 융합한 티베 트의 만다라는 가장 아름다운 만다라 형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자성(self)의 최고 표현으로 손꼽히고 있 다. 동양의 종교 및 심리학 치료에서 만다라의 개념을 비교·분 석하여 융의 분석심리학에서의 동양의 문화에 대한 의의와 상 징성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만다라의 내면화 작용을 통해 서로 다른 두 분야에서의 치유 메카니즘을 분석했다. 본 논문 은 융의 심리학의 만다라와 종교의 만다라의 개념, 이론 및 비 교 정리를 바탕으로 동양문화의 시각에서 분석심리학에 관한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설명함으로써, 분석심리학의 발전과 응 용에 긍정적인 의의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는 융의 분석심리 관점에서 김환기 예술작품에 나타난 한국인 미적 원형과 치유적 의미를 연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연구의 범위는 융의 관점에서 예술이 가지는 속성을 알아보고 김환기의 대표 작품을 통해 집단무의식의 원형이 어떻게 표현되는지와 그의 작품이 주목을 받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 김환기작품이 주는 치유적 의미를 분석하였다. 김환기작품을 통해 나타난 한국인의 미적 원형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 거친 질감(texture)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교류와 관계를 중시하는 정(情)의 문화. 둘째, 무기교와 자연스러움에 대한 가치의 존중. 셋째, 가치지향성이다. 이 세 가지 특징을 바탕으로 김환기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미술감상의 치유적 의미를 논의하였다. 미적 체험은 개인의 주관적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뿐 만 아니라 집단의 정서적 원형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작품에 나타난 원형적 상징을 경험하는 것은 인간정신의 보편성, 집단의 공동가치를 공유하며 치유적 힘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한 김환기의 미술을 이해하는 것은 한국인에게 내재한 원형적 심상을 찾을 수 있고 예술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헤드윅>은 한국 최고의 흥행 라이선스 뮤지컬 중 하나이다. 1998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초 연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 수십 개 국에서 공연되어오고 있는 <헤드윅>(원제: Hedwig and the Angry Inch)은 주인공 ‘헤드윅’ 역의 배우 한 명과 한 명의 코러스 ‘이츠학’, 그리고 펑크 록 밴드 ‘디앵그리인치’가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원 맨 스탠드 업’ 형식의 콘서트 뮤지컬이다. 2014년 개막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토니상 4개 부문 수상 등 주요 뮤지컬 상을 석권하며 브로드웨이 에서도 위용을 과시했다. <헤드윅>의 한국어 공연은 2005년 서울 초연 이래 2016년까지 총 11년 간 열 번의 시즌을 거치며 매 공연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아왔다. 특히 원작자인 존 카메론 미첼은 미국의 유력 주간지 엘에이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의 엄청난 성공을 목도한 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한국의 <헤드윅>이 원작자 에게 마저 영감을 주었을 만큼 흥행성과 작품성의 측면에서 모두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 세계를 통틀어 <헤드윅>의 무대에서는 화려한 세트 전환이나 대규모 출연진의 역동적인 장면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헤드윅>은 단조롭거나 지루하지 않다. 그것은 들려주기(Diegesis)와 극적 재현 방식(Mimesis)을 넘나드는 헤드윅 특유의 재담과 연기가 시종일관 관객을 흡인하며, 이 두 방식이 교차될 때마다 그 한 켜 아래에서 극 공간 역시 다양하면서도 입체적으로 신속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위베르스펠드에 의하면 무대 공간은 기본적으로 모태의 자격을 지닌 텍스트 공간을 전제로 한다. 텍스트 공간이란 “무대에서 형체로 나타났건 그렇지 않건 간에, 텍스트에 의해 환기되고 텍스트를 통해서 구축된 모든 상상적 공간을 지칭한다.” 이에 본고는 <헤드윅>의 흥행성과 작품성이 무엇보다 원작 텍스트의 힘에 기대고 있으며, 작품의 가장 큰 특성이 극텍스 트 공간의 심미성과 다의성이라고 보고 위베르스펠드의 기호학과 융의 분석심리학 이론을 바탕 으로 그 대표적인 양태를 ‘신화적 공간의 극적 알레고리’, ‘이원적 공간의 서사 충동’, ‘심리적 공간의 자기실현 과정’의 세 유형으로 나누어 보았다. 첫째, <헤드윅>의 극텍스트는 신화적 공간 을 구축하여 관객의 상상과 무의식의 지평을 넓혀주어 ‘불신의 자발적 중단’을 추동하는 한편, 신화적 공간은 그 자체로 극 공간에 대한 알레고리로서 기능한다. 이 공간에서 ‘헤드윅의 잃어버 린 반쪽을 찾는 여정’이라는 극의 목적이 처음 구축되기 때문이다. 둘째, <헤드윅>의 극텍스트 공간은 현동적 공간과 잠재적 공간으로 이원화하고, 현동적 공간은 다시 ‘결핍 공간’과 ‘특권 공간’으로, 잠재적 공간은 다시 ‘특권 공간’과 ‘초월적 공간’으로 이원화된다. 이 공간들은 그 의미 영역들 사이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해소라는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서사를 충동한 다. 셋째, <헤드윅>의 극텍스트는 주인공 ‘헤드윅’의 마음 구조 그 자체이며 작품의 서사는 헤드 윅이라는 ‘자아’가 무의식으로의 여행을 통해 무의식원형인 ‘자기’를 발견하는 이야기이다. 텍스 트의 인물들은 마음의 구조의 각 요소에 상응하는 한편, 텍스트의 각 공간을 점유하는 의식⋅무 의식 층위의 콤플렉스들은 문자적⋅비문자적 기호를 통해 텍스트 공간에 종합적으로 도상화되 어 수신자들의 내면에 보다 다층적인 공간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헤드윅>의 극텍스트가 생성하는 공간들의 다의성과 심미성은 작품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자칫 단조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단일 세트 무대의 단점을 보완할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 을 장점으로 승화하며 독특한 미학적 효과를 창출한다. 본 연구는 <헤드윅>의 현재적 가치는 물 론 향후 한국에서 창작될 뮤지컬에서의 텍스트 공간 미학에 대한 가능성을 환기하였다는 데에 그 나름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역』은 시간과 공간의 범주로 세계를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음양 상징체계로 표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주역』은 점서이며, 점이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정신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점술예측은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초월한다.
이 논문은 점술을 통한 미래예측의 문제를 시간과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분석심리학에서의 동시성이론과 관련하여 비교하여 보았다. 융은 정신과 사건의 관계를 다루면서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주역』의 점술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분석심리학과 마찬가지로『주역』의 점술은 인간의 정신이 현상계의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은 물리적인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고 있다. 열린 미래관에서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미래가 열린다.
T. S. 엘리엇은 「드라이 샐베이지즈」 작업을 통해 내면 여행을 떠난 다. 갈색 신인 강을 타고 개인 무의식을 지나 바다로 상징되는 집단 무 의식에 이른다. 집단 무의식에는 태고 적부터 초시간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원형들이 이미지를 입고자 의식의 자아를 기다리고 있다. 엘리 엇은 집단 무의식의 바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의 이미지들 을 목격하면서 실의에 빠진다. 그러나 모성원형인 마리아를 대면하면서 치유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현자원형인 크리쉬나로부터 포기하지 말고 계속 전진하라는 충고를 통해 힘을 얻는다. 성자의 사명이 시간과 초시 간의 교차점을 포착하는 것이라는 삶의 목적을 제시받은 엘리엇은 만다 라 모양의 장미를 대면하고 자기원형을 상징하는 그리스도를 통해 대극 의 합일을 이룬다. 융이 주장한 개성화 과정은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과 정으로서 엘리엇은 「드라이 샐베이지즈」 시작(詩作)과정을 통해 그의 무의식에 있는 강력한 누미노스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원형들을 강, 바다, 성모 마리아, 크리쉬나, 장미, 그리스도 등으로 이미지화 하여 신 비롭고 난해한 창의적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이 개성화 과정이 상징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