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불교경전의 현대적 해석과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법화경』 「묘음보살품」을 음악치료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종교 혁신의 필요성이 회자되는 사회적 변화에 호응하여 경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불교 경전 중에 『법화경』의 「묘음보 살품」에 대해 고찰하고, 현대적 심리상담기법 중 음악치료 기법과의 연관성을 검토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해 보았다. 『법화경』은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경전임에도 「묘음보살품」 에 관한 선행연구는 드물다. 대체로 다른 연구에 일부로 언급되었을 뿐 그 자체로는 연구되지 않았다. 그래서 묘음보살에 대한 접근은 명호 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 접근해 보았다. 묘음보살을 원전의 해석에 국한하기보다는 그 의미를 확장하여 미묘 한 음악을 통해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로 보고, 그 치유적 성격을 현대 음악치료적 시각에서 접근하였다. 과거에는 기도와 집중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묘음보살을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 혹은 소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현대적 방편을 통해 보살도를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곧 불국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법화경』의 사상적 내용은 일불승(一佛乘)한 회삼귀일(會三歸一)의 정신을 바탕으로 청문(聽聞)과 수지(受持)가 기본을 이루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 서는 일찍이 신라와 고려의 통일 과정에서 사상적 밑받침이 되었다고 할 수 있 다. 또 통일신라시대 비록 정토불교가 성행하였고, 고려시대에 선불교가 유행하 였지만, 대중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진 경전은 『법화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내면에 문화적 DNA로 새겨져 있는 법화사상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는 적겠지만, 조선 유교사회에 들어서 는 『법화경』과 법화사상에 대해 주목하는 일은 아직은 필요해 보인다. 그것은 조선사회가 20세기와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화사상 나아가 한국불교가 걸어 나가야 하는 방향과도 직결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는 조선초기 불교의례의 존립에 대해 『법화경』과 법화사상의 맥락 에서 소화하려고 하였다. 우리는 『법화경』이 지니고 있는 대승불교의 논리, 즉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사유에 매료되어 있다. 또한 『법화경』은 인간은 누구나 내면적인 가치를 존중받아야 하며 인격적인 차원에서 평등하다 고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불교의례의 차원에서 조선초기에도 여전히 불교경전 은 그러한 역할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태조와 태종대는 물론이고 세종과 문 종대에도 여전히 불교의 힘에 의지하여 자신들의 선왕과 선후의 극락왕생을 빌 고 있는 모습은 이 땅에 불교가 들어왔을 때의 모습을 닮아있다고 할 것이다. 조선초기 『법화경』과 법화사상이 이전 시대에서부터 전승되었다는 점과 새 로운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만났을 때 보여주었던 법화사상의 면모를 살펴보았 다. 이때 조선 초기 불교의례라는 문화요소에 법화경이 어떻게 사용되고, 왕실 과 사대부 및 일반 대중들에게 무엇을 의미하게 되었는지를 효용과 가치의 측 면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본 논문의 목적은 『능엄경』의 이근원통과 『법화경』의 보문시현의 수행체계 와 사상적 구조를 통하여 관음사상을 비교하는 것이다. 『능엄경』의 「관세음보 살 이근원통장」에서는 관세음보살의 이근원통을 통하여 문성(聞性)을 관조(觀 照)하는 방법이 제시된다. 문성을 관조하는 것은 망심(妄心)을 유발하는 모든 경계를 해제하는 반문자성(反問自性)의 방법이다. 반문자성은 생멸심(生滅心)에 의지하지 않으며 육결(六結)의 단계를 거쳐 생사와 번뇌의 근본을 풀어가는 수 행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다. 『능엄경』에서 요구하는 수행의 원칙은 수행의 시작과 목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두 가지 결정의(決定義)로서 인지(因 地)와 과지(果地)를 일치시키되 문제의 근본에서 해탈의 열쇠를 찾는다. 『법화경』의 「관세음보살 보문품」에서는 세존이 무진의보살에게 관세음보살 의 보문시현과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묘용을 상세히 설하고 있다. 중생이 모두 고뇌에 빠졌을 때 관세음보살의 명성을 듣고 일심으로 그 명호를 부른다면 관 세음보살은 곧 그 소리를 관하고 모두를 해탈케 한다고 하였다. 관세음이라는 명호는 전생의 본원과 인지(因地)에서 자기극복을 수증하는 자리(自利)의 공부 로만 성립된 것은 아니다. 과지(果地)에서 전적으로 남을 이롭게 한 공덕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관세음보살의 이근원통(耳根圓通)의 반문문자성 (反聞聞自性)과 일심칭명(一心稱名)의 필경지(畢竟知), 자리(自利)와 이타(利他) 의 방편의 관점에서 『능엄경』과 『법화경』에서 드러나는 관음사상의 양상을 비 교하고자 하였다.
『법화경』은 다른 불교경전에서는 보기 힘든 개혁적인 성격을 담고 있는 대승 경전이다. 『법화경』은 서두에서 경전이 추구하는 이상향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 루기 위해 법화행자가 가야 할 길을 설하고 있다. 이 이상향을 상징하는 것이 「서품」에 등장하는 ‘피토육서(彼土六瑞)’이다. 법화행자가 추구해야 할 법화정 토의 실상을 제시하고 있는 ‘피토육서’는 『법화경』 전편에 걸쳐 현실을 극복하 려는 개혁적인 성향으로 나타난다. 아만과 아집으로 가득한 현실의 세계를 모 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일불승의 불국토로 만들려는 굳은 의지가 ‘피토육서’ 로 상징되어 있는 것이다.
본 논문은 『묘법연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드러난 보살 사상 및 그 전개가 칼 융의 분석 심리학에 나타난 ‘자기’(the Self) 의 부분이자 상징이라 고 할 수 있는 개성화를 이룬 인간 및 개성화의 과정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가 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분석 심리학에서 인간은 자아에서 시작하 여 자기로의 여정을 거치는데, 이 자기(Self) 및 개성화를 이룬 인간의 특성을 살펴보면 이 특성은 대승 불교 경전의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 보살의 특징 및 행법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고는 그 중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나타난 관세음보살은 ‘자기(Self)’의 외현적 상징으로, 사바 세계를 노닐며 중 생을 돕는 과정은 자아의 개성화 과정과 유사하다는 관점에서 둘을 비교 고찰 하려 한다. 분석 심리학에서 개성화를 이룬 인물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데, 그 림자를 이해하고, 정신적 영역의 여성성과 남성성인 아니마 아니무스가 잘 분 화되어 통합을 이루고 있으며 집단 무의식에 열려있어 사람의 행동을 잘 이해 하고 깊은 연민을 느끼며 성격의 어느 한 측면이나 태도, 원형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페르조나를 잘 사용하지만 이는 사회적 편의 때문이 지 자신의 본성(Self)과 헷갈리지 않는다. 「관세음보살보문품」의 관음은 그 경 전의 이름과 같이 모든 중생의 소리를 듣고(觀音) 지혜로서 그곳에 나투며 (普 門) 그들을 도우나 도운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근기 마다 그 근기에 맞게 나투 지만 그것은 방편일 뿐 본성에는 물듦이 없다. 열반 해탈과 중생의 경계선에 있어 중생을 향하여 돌아보나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렇듯 관세음보살의 행법 은 분석심리학의 개성화된 인간이 가지는 특징과 깊은 유사성을 보이며, 분석 심리학자들은 관세음보살을 불성(佛聖)이라고 하는 ‘자기(Self)’ 의 외현 이며 높은 수준의 아니마로 바라보기도 한다. 더하여 본 논문은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나타난 개성화의 상징들을 고찰 하고자 한다. 보문품의 큰 흐름이 원형과 그림자의 만남, 페르조나의 상실, 아 니마 아니무스의 만남, 페르조나의 사용 및 자기(Self)로의 회귀와 다르지 않다 는 관점에서 둘을 비교하려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관세음보살을 신앙 적 가치를 넘어선 심리학적 가치를 가진 정신적 도착지로서 그 개념을 확장하 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본 고는 법화경 「신해품」의 장자궁자의 내용이 불교 상담의 과정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고, 신해품의 비유를 불교 상담적 관점에서 해석하며 불교 상담사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 고찰하였다. 신해품의 장자궁 자 비유에서 장자는 소승의 마음을 가진 궁자의 의식 상태를 알아차리 고 궁자에 대한 자비심을 내어 대승의 마음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견지한다. 궁자는 장자의 보살핌을 통해 자신을 올바로 인식하고 자신에게 본래부터 있던 불성의 유산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변화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불교 상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입장으로 불교 상담사의 역할을 논의하였다, 불교 상담사는 내담자의 트라우마를 바라보는 자비의 마음과 지혜로운 관점을 유지하며 보살로서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불 교 상담사는 먼저 자기 인식을 넓히고 의식의 성장을 거쳐 대승의 마음 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불교 상담사의 자기 성찰이 기본이 되고 나서 장자가 궁자를 대하듯 내담자의 아픔을 자신의 고통처럼 받아 들이고 상호의존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 이런 상호존중의 과정을 불교 상담사와 내담자가 더불어 이루어 가는 것이 불교 상담이 가진 특이점으로서 보여 진다. 따라서 불교에 기반으로 한 불교 상담을 진행하는 불교 상담사는 연기적 관점과 보리심을 지난 보살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또한 불교의 사성제를 이해하고 무상과 무아에 대한 올바른 앎을 지니며 내담자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불교적 치유기법을 익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토대로 활동하는 불교 상담사의 기본 자질과 마음 자세를 수련하고 실습하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구축된다면 현대인의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으로서의 불교 상담이 지금 시대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불교에서 ‘법화계 불교종단’이란 ‘법화’라는 이름을 종단명 칭에 사용하거나『법화경』을 소의경전으로 하는 종단 일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넓은 범위에서 상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중 본고에서는 선행연구들에서 공통되게 동일한 연혁을 공유하는 것으로 제시되 었던 한국불교법화종, 대한불교법화종, 일승종, 불입종, 관음종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 사이의 분종의 역사와 각 종단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이들은 대체로『법화경』의 회삼귀일 및 일불승 사상의 중시,『법화경』제목 봉창의 강조, 합장불의 불단 안치, 기도의 생활화 경향 등을 초창기의 공통된 특징으로 지닌다. 이 중 제목 봉창의 강조에 대해서는 다분히 일본 법화계 종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종단들이 가꿔 온 전통에 대한 인식과 미래에 대한 비전들은 이들이 일본 법화종단으로부터의 영향을 어느 정도 인지하면서도 동시에 그로부터 벗어나야 된다는 깊은 자의식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현대 한국불교는 새로운 종파불교의 부활인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종교 내적인 원인에 의하기보다는 국가권력에 의해 추동된 제도와 법령으로부터 동인된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 현대의 새로운 종파 중 일부는 오롯이 한국의 종교문화 전통에서 자생하였다기보다 상당 부분 근대성 또는 외래문화와의 길항 관계 속에서 탄생의 당위를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모멘텀에 의하여 어떤 경위로 시작되었던 간에, 그 익숙한듯 새로운 종단들이 이 땅의 민중 속에 어떻게 뿌리 내리며 성장해 가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전통을 가꾸어 가고자 하는 한국 법화계 불교종단의 오래된 미래는 지켜볼 가치가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법화계 교단의 시선에서 천태종단을 이해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법화계 교단의 성립과정을 고찰한 후에 천태 종단의 법맥, 사상, 의례 등의 특징을 정리해 천태종단과 법화계 교단 들의 공유 지점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을 검토하였다. 구체적으로, 제2장에서는 중국의『법화경』과 법화신앙이 한반도에 전래된 후 조선시대에 종파 차원의 법화신앙이 사라졌다가 일제강점기에 일본 법화계 교단들이 유입되어 다시 생겨난 상황, 해방 이후 법화계 교단의 역사를 볼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의 ‘종파 불교’ 경험이 해방 이후로 연결된 현상과 1960년대 천태종단의 등장이 주목된다. 제3장에서는, 천태종단의 역사, 법맥, 주요 사상, 의례 등의 특징들이 관음신앙 중심의 법화사상을 천태교학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어 법화사상을 지향한다는 점을 밝혔다. 구체적인 특징은 구인사공동체의 천태종 중창 표명, 천태지의-의천-상월과 종조-개창조-중창조 구도의 연결,『법화경』중심의 천태교학 지향, 관음신앙의 실천, 관음주송의 특화, 조사신앙의 반영 등이다. 제4장에서는 법화계 교단들 내부, 천태종단과 다른 법화계 교단들의 공유 지점과 차이를 검토하였다. 천태종단은 방식이 다르지만 법맥 ․ 소의경전 ․ 종지 ․ 관음신앙과 조사신앙 등 법화사상 부분을 다른 법화계 교단과 공유한다. 그렇지만 천태종단은, 법화사상과 천태교학의 차이 외에도, 일본 불교의 영향력 면에서 다른 법화계 교단들과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법화계 교단의 시선에서 볼 때, 천태종단은 다른 법화계 교단들과 법화사상의 구현 부분을 공유한다. 이 부분은 법맥(‘천태지의- 의천-상월’)을 설정하고, 여러 신앙 형태를 관음신앙 중심으로 집약하는 과정에서 보인다. 또한 천태종단은 법화사상의 구현을 위한 방식에서 다른 법화계 교단들과 차이를 보인다. 다만, 사상 차원에서 법화사 상과 천태교학의 범주를 대비해 차이를 규명하는 것은 향후 과제이다.
염불을 통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염불환향곡」과 『법화경』 「신해품」 의 ‘장자궁자유(長者窮子喩)’는 ‘무명(無明)으로 길을 잃은’ 중생이 마침내 고향에 돌아간다는 내용과 ‘장자궁자유’의 ‘궁자’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과정이 유사하다. 염불환향곡의 ‘본원자심’과 장자궁자유 에서는 아버지의 집은 깨달음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것이 곧 ‘고향’이다. 이는 곧 중생에게 존재하는 ‘불성’이며, 심리학적 관점에서의 ‘참자아’와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본질을 통찰하지 못하여 본원자심을 잃어버린 중생의 상태는 마치 신체적 성장과 정신적 성장 사이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많은 심리적 갈등을 빚게 되는 사춘기 청소년의 모습과 같다.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이 자신이 존재에 대 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무의식을 인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듯이 장자궁자유와 염불환향곡의 실향한 사람이 발심하는 계기가 곧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청소년기에 비견할 수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먼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나’의 진면목, 즉 근본 자리로서의 ‘마음[心地]’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깨달음이란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어서 ‘깨침의 세계는 우리들 현실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는 효봉스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함을 알게 한다. 무명으로 길을 잃은 사람과 궁자는 진정한 자아를 모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으며, ‘고향’으로 상징되는 불성, 곧 참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고향은 곧 본원자심이자 청정심이며, 현대인들의 진정한 자아이며 인간 본연의 모습임을 알 수 있다.
「법화경」 불난 집의 비유에서는 탐ㆍ진ㆍ치로 인해 삼계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 고통은 현실의 상황을 도피하고싶은 심리적 방어 기제가 쾌락이나 유희로 나타난 것이다. 중생들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진리를 알 수 없기에 불안을 지니고 괴롭게 사는 것이다. 이러한 중생들의 고통은 아동이 부모와의 애착관계에서 동일시하고 싶어 하는 심리작용과 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생을 아동으로 보고 부처님을 훌 륭한 부모와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아동의 심리작용으로 파악한 것이다.
아동은 부모와의 동일시를 통해 안정된 정서를 형성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자아로 성장하게 된다. 부모와 동일체에서 분리되어 가는 과정 중에 환경적 요인인 부모의 반응에 따라 아동의 성장은 다른 양상으로 드러난다. 즉, 부모의 관심과 애정은 불안을 극복하고 독립된 자아로 성장시킬 수도 있지만, 분리 과정에서 부모의 무반응은 아동을 퇴행시킴으로 내적 성장이 어렵게 됨을 알 수 있다.
부모의 반응정도에 따라 만들어진 불안은 외부의 대상을 상징화시켜 원시적인 심리투사를 통해 일정한 대상에 집착하게 한다. 이 투사가 미분화되면 부정적인 면을 갖게 되고, 분화를 이루지 못했지만 의식을 통해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이룬다.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것은 무의식과 의식의 대극 합일을 이루는 자기실현이다. 자기실현은 아동이 불안을 통해 정신적 경험을 함으로 두려움이라는 괴로움을 이겨내는 과정이자 결과이다. 아동이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조건은 부모의 안정된 애착 형성을 만들어 주는 조건들이라고 하겠다. 부모의 안정된 애착형성은 아동의 정신적 육체적 안녕을 지켜줌으로써 자기 스스로가 불안을 극복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 자기의 이상과 자기실현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아동의 자기실현은 부모와 아동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이 작용에는 기질의 유전이나 경험에 의해 결정되고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불난 집의 비유와 상통점이 있다.
인간에게 존재하는 불성(佛性)을 소에 비유한 심우도는 선(禪)의 수 행 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한 그림이다.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 견하고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10단계의 그림으로 표현하였 다. 반면에『법화경』「신해품」에 나오는‘장자궁자의 비유’는 아버지 인 장자의 곁을 떠나 타국에서 고생하던 아들이 아버지 곁으로 돌아 와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다는 이야기이다. 불성을 잃어버린 중생들 이 삼계를 윤회하고 있음을 불쌍히 여기고 깨달음을 주기 위해 비유 적으로 설법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장자는‘부처’를 그 아들인‘궁 자’는 불성을 찾아 헤매는 구도자나 무지한 중생으로 해석된다. 그러 나 경우에 따라서는 무엇인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세상 속을 헤 매고 있는, 이것저것 도모해 보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등하는 정 신적 사춘기를 상징하거나, 또는 자아의 근원을 찾아 방황하며 떠도 는 인간 그 자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장자궁자의 비유’는 궁자의 가출에서 귀향까지의 과정이 심우도 에서 동자가 소를 찾기까지의 과정과 닮은 점이 많다. 마음의 본질을 한 단계씩 깨우쳐 나아가면 성인(聖人)이 되고 결국 지혜를 얻게 된 다는 이야기인‘심우도’와‘장자궁자의 비유’에서 궁자의 귀향 과정 은 마치 인생을 살아가며 성장해 가는 자아인식의 단계들처럼 보이 기도 한다. 본고는‘심우도’와『법화경』이라는 매우 이질적인 종파적 배경 속에서 표현되고 있는 설법의 내용을 상담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자아발견의 과정으로 보았다. 두 내용을 형태상으로 대별 하여 비교 분석함으로써 두 사상의 지향점이 지니는 공통분모가 무 엇인가를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