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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

제8집 (2017년 12월) 5

1.
2017.12 구독 인증기관 무료, 개인회원 유료
본 논문은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의 유지관리예술에 관한 연구이다. 1969년 유켈리스는 ‘유지관리예술 전시계획서’ 선언문을 통해 여자들이 집안일을 떠맡는 것에 반박했 다. 이 선언서는 페미니즘 미술성향으로 쓰여 졌으며, 유켈리스는 의존이라는 불변의 제도에 갇힌 가정주부 이미지를 바꾸고자 시도하였다. 당시 첫째 아이를 임신했던 그녀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에 대항하는 한편 생물학적, 심리적 변화를 겪고 있었고, 이런 경험은 예술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시 말해서 유켈리스는 예술과 생활을 양립시킬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고, ‘유지관리예술가’가 되어 가정주부와 예술가의 전형을 재해석하고자 했다. ‘우리의 일상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행위(performance)’인 ‘유지관리예술’은, 전통적으로 열등한 노동으로 여겨지는 여성의 가사노동, 즉 요리와 청소, 육아, 쇼핑(장보기) 등의 일을 ‘유지관리(maintenance)’ 양식의 작업이라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유지관리 양식은 ‘발달(development)’ 양식의 작업과는 대립되는 것으로서 정의한다. 즉 작가는 유지 관리예술 전시계획서에서 ‘발달’과 ‘유지관리’를 두 개의 기본적인 체계로 구분한다. 즉, 발달은 순수하게 개인적인 창조, 새로운 것, 변화, 발전, 전진, 흥분 등이며, 유지관리는 순수하게 개인적인 창조물에서 먼지를 털어내는 것, 새로운 것을 보존하는 것, 변화를 인정하고, 발전을 보호한다, 전진을 방어하고 연장한다, 흥분을 새롭게 한다 등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유지관리’의 작업도 발달의 양식과 동등한 지위를 얻어내야 함을 주장 하였다. 이러한 유켈리스의 작품 성향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와 같이 일반 사물이 예술적 공간에서 기능을 잃고 변형됨으로써 나타나는 경계의 와해와 영역의 파괴라는 점에서 아방가르드의 성격이 있다. 뒤샹은 미술에 대한 기존의 관념, 작품의 인습적인 제작, 평가, 수용, 유용의 모든 과정에 도전했다. 작품과 작가의 범주, 미에 대한 관객의 기대, 작품의 서사 체계, 이성적 해석 등을 무력화하기 위해 우연이라는 방식을 선택하고 미의 객관적 가능성을 시도했다. 뒤샹의 방식대로, 유켈리스의 작품은 가사생활에서의 문제점들과 관련된 레디메이드를 지속하고 확장시켜나갔다. 그녀의 작품들이 담아내고자 하는 내용은 명백히 일상적인 가사노동과 관련이 있었고, 이는 예술활동의 대상에 대한 개념주의적인 태도로써 레디메이드의 본래의 도전도 계속적으로 이어나갔다. 그녀는 또한 초기부터 제도비판에 대한 옹호자였으며, 하트퍼스에서의 퍼포먼스를 통해 박물관의 권력구조가 어떻게 전복되는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유지관리를 위한 노동은 예술처럼 흥미롭거나 전위적인 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 이다. 유켈리스의 유지관리 작업은 행동주의와 학문적 관점에 대한 접근을 통해 페미니즘적인 자기 정체성과 공동체 사회와의 연관성을 명백하게 드러내면서 다양하게 확장하게 한다.
5,700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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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 )는 1960년대 중반부터 자신이 수집하거나 직접 촬영한 사진, 인쇄물 삽화, 스케치로 구성한 <아틀라스 Atlas>를 제작하고 있다. 리히터는 자신의 거대한 트라우마인 나치 정권과 2차 세계대전의 흔적부터 가족과 아이들의 따뜻한 추억까지 <아틀라스>에 저장해왔다. 처참했던 과거를 의도적으로 망각 하려는 기억 위기에서 잠재된 기억을 소환해내려는 아카이브 열병이 모순적으로 발생했 고 <아틀라스>가 시작되었다. <아틀라스>는 리히터의 기억을 저장하는 매체로서 존재 하지만 망각과 기억 사이, 해체와 결합 사이, 은폐와 폭로 사이를 넘나들며 이중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모호하고 이중적인 형태로 담겨 있지만 <아틀라스>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리히터의 기억과 트라우마의 흔적들은 리히터가 살아온 복잡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축한 자신만의 생존 방식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7,000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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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의 조각 작품 <14살의 어린 무희 Little Dancer Aged Fourteen>(1881)에 대한 연구이다. <14살의 어린 무희>는 그녀의 정체성을 매춘부로 드러냈으며, 이에 제6회 인상파전에서 발표되었을 당시 엄청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드가가 <14살의 어린 무희>의 정체성을 매춘부로 드러내기 위해 적용했던 이론은 당시 유행했던 발레-팬터마임과 관상학이었으며, 이 두 이론을 적 용했던 이유는 둘 다 인간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 다. <14살의 어린 무희>의 발레-팬터마임에서 차용된 오만함의 자세는 오페라를 찾은 부르주아 남성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었던 어린 무용수의 부정적 이미지를 함축하여 암시했고, 관상학에서 범죄자나 매춘부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정의한 악덕 관상을 어린 무희의 얼굴에 새김으로써 무용수라는 직업 이면의 매춘을 상상하도록 했다. 예술작품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무용수 묘사는 고대에서부터 지속되어 왔지만, 근대 하층 노동자 계급의 표상인 파리 무용수의 조각적 형태의 매우 사실적인 재현은 드가의 <14살의 어린 무희>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14살의 어린 무희>는 매춘부라는 주제를 당시의 사회 문화적 담론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전통적 미술의 기준에 도전했다. 결국 드가의 <14살의 어린 무희>는 근대 생활의 양상과 그 시대의 이슈를 드러냈던 것 이었다.
8,100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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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벽화는 고구려인의 생활상과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자료이다. 특히 5세기 평양지역 고분벽화는 4세기 이래로 지속된 漢系와 낙랑 고분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평양천도 이후에는 고구려 고유의 문화가 반영된 벽화가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본 논문에서 옥도리 벽화고분에 주목한 이유는 바로 5세기 전 반~중반 평양지역에서 이루어진 집안지역 문화의 수용과 융합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옥도리 벽화고분이 조성된 5세기 고구려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고 427년에 단행된 평양천도에 주목하였다. 수도 천도로 인해 평양은 이제 고구려의 새로운 정치적․문화 적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이후 기존 국내성의 집안 문화가 새로운 수도 평양으로 유입되며 평양에서 汎고구려적인 새로운 문화가 꽃피게 되었다. 5세기의 고분 문화에서도 평양천도를 전후로 하여 두 지역의 고분문화가 교류․융합되는 과정을 거쳐 汎고구려의 문화가 성립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옥도리 벽화고분은 구조상 감실이 달린 二室墓의 구조로 평양지역 벽화고분 고유의 특징을 보여준다. 고분의 구조나 생활풍속·사신의 벽화 주제와 구성은 평양과 집안 지역의 고분들과 친연성을 보여 그 제작시기를 5세기 전반∼중반까지 내려다 볼 수 있다. 옥도리 벽화고분은 감이 달린 이실묘의 독특한 구조와 생활풍속·사신·장식문 등 다채로운 벽화 내용과 구성으로 주목받아 왔다. 또한 옥도리 벽화고분에 나타나는 집안과 평양지역 고분문화의 특징들은 고구려의 평양지역 지배 및 평양천도를 전후로 하여 두 지역에서 이루어졌을 문화적 교류를 보여준다. 그러나 옥도리 벽화고분은 두 지역의 고분문화가 공존할 뿐 아직 서로 융합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못한 양상으로 두 지역 의 문화교류 초기 양상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옥도리 벽화고분을 통해 5세기 전반~중 반에 이루어졌을 두 지역 간의 교류를 통한 고분문화의 교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옥도리 벽화고분은 5세기 후반 고구려 고분벽화와 汎고구려 문화의 탄생을 이해하는데 중요 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8,900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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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1955- )의 ≪프로젝션을 위한 드로잉 Drawings for Projection≫ 연작 (1989-2003)에 관한 연구이다. 켄트리지가 태어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과거에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을 시행했던 나라로, 켄트리지의 작업의 주제에는 이로 인한 인한 트라우마가 각인되어 있다. 트라우마는 반복강박을 수반하고, 이러한 반복강박은 현대 예술가들에게 있어서는 아카이브(archive)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켄트리지 역시 자신의 ≪프로젝션을 위한 드로잉≫ 연작에서 아파르트헤이트라는 트라우마를 팰림프세스트라는 표현 방식을 빌어 ‘아카이브 열병’으로 표현하였다. 켄트리지는 자신의 연작인 ≪프 로젝션을 위한 드로잉≫에서 여러 겹의 흔적들이 쌓여 이루어진 팰림프세스트를 통해 과거의 기억들이 중첩된 장면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중첩은 기억과 망각 사이에 놓여 있는 여전히 현재형인 작업으로, 이는 우리가 어떻게 트라우마를 기억해야 하는지를 제시해주고 있다. 또한 켄트리지의 ≪프로젝션을 위한 드로잉≫ 연작에 나타나는 주된 기법인 팰림프세스트는 이전의 흔적들을 오버래핑(overlapping)시키며 기억을 가시화한다. 그렇기에 그 작업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속하지 않으며, 동시에 과거에도 현재에도 속하게 된다. 이는 공간적 몽타주(spatial montage)의 속성으로, 공간적 몽타주는 하나의 시공간 안에 존재론적으로 조화 불가능한 것을 공존하게 하는 것이다. 과거의 흔적들을 간직하고 있 는 켄트리지의 팰림프세스트는 각기 다른 형태들의 공존을 허락하고 과거와 현재의 공존처럼 존재론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장면들을 결합시킨다. 켄트리지는 존재론적으로 불가능하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을 유지하는 공간적 몽타주를 통해 과거의 역사로 편입되는 완결된 내러티브로서의 트라우마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트라우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팰림프세스트라는 매체 표현 방식을 통하여 아카이브 열병과 함께 공간적 몽타주를 보여주고 있는 켄트리지의 ≪프로젝션을 위한 드로잉≫ 연작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라는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5,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