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세기 말의 세기 전환기 혹은 20세기를 벗어나 16-17세기 음악의 그로테스크를 탐 구한다. 우선 그로테스크가 만연할 수밖에 없었던, 혼란과 격변의 16세기 유럽의 시대적 배경을 살핀다. 신대륙 발견과 종교개혁이라는 근본적 질서 재편의 시기, 그 혼돈의 중심에 있던 베네치 아에서 카니발 기간을 위해 작곡된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포페아의 대관≫은 여러 면면에서 그 로테스크를 뚜렷하게 담아낸다. 극심히도 부도덕한 사랑의 주제, 이러한 사랑이 신에 의해 옹호되 는 서사는 분명 인간의 삶에서도, 예술 작품에서도 이질적이고 불편하다. 한없이 진지하고 비통한 극적 전환점에서는 대칭구조가 사용되나, 그 틀 안에는 우스꽝스럽고 외설적인 쥬스티니아나의 구성이, 대칭의 가장 중심에는 유쾌한 춤곡 리듬이 자리한다. 또한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영향을 받아 진지한 서사를 단절하는 라찌적 장면이 삽입된다. ≪포페아의 대관≫에는 여러 층의 그로테 스크가 포개어져 있는 셈이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혼란과 당황스러움, 놀라움, 기이의 ‘그로테스 크들’과 그것들을 담아내는 견고하고 균형적인 구조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17-18세기 여자수도원의 음악이 시대의 음악 양식 변화에 활발히 발맞추는 가운데 남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여자수도원에서 어떠한 음악교육이 이루어졌는지 논구하며 다음의 결 론에 이른다. 그때, 그곳들의 음악교육 내용은 다양하고 과감하며 체계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 녀들 삶의 중심이 성무일도와 수도원 미사 등의 전례였기에 라틴어 전례 성가 교육이 가장 중요 하게 다루어지면서 기초 음악이론 학습, 가창 실습이 이루어졌고, 테너와 베이스가 편성되어 있는 4성의 다성 음악까지 아우르는 가창법이 익혀졌다. 아울러 ‘남성 악기’로 간주된 오르간, 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트럼본, 팀파니 등을 연주해 내는 훈련이 행해졌고, 그 훈련의 수준은 마침내 전문 성까지 띠었다. 전례의 오르간 기능, 온전한 오케스트라 편성을 능히 감당해 낼 수 있는 연주 교 육이 이루어진 것이다. 통상 여성에게 작곡은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특출한 재능을 지 닌 수련수녀들은 진지한 작곡 교육을 받았을 수 있다.
≪루치오 실라≫(K. 135)는 모차르트가 177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작곡한 오페라로, 독재자 루치오 실라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오페라는 모차르트 초기 작품 중에서도 연구가 드물고, 알프레드 아인슈타인과 허만 아버트 등 학자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필자는 기존의 단편적 평가를 넘어 이 오페라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성을 느끼고, 아리아의 유 형, 형식,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을 연구하였다. 특히 체칠리오와 다른 인물들의 아리아를 비교함으 로써 작품 내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음악적 특징을 더욱 깊이 탐구하였다. 본 논문은 이 비교 분 석을 통해 ≪루치오 실라≫에 대한 기존 평가를 고찰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라코치(Rákóczi) 음악 재료에 대한 리스트의 재작업을 다룬다. 1840년대를 중심으로 리스트가 기존의 라코치 선율과 노래, 행진, 라멘트를 어떻게 그의 편곡, 재작업, 작곡에 활용했는 지를 본고는 두루 탐구한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의 재작업의 의미를 찾아 보는 것이 본 연 구의 목적이다. 본격적인 논의는 베르붕코쉬 레퍼토리에서 집시 연주자가 재작업한 라코치 음악 을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를 토대로 리스트의 재작업이 어떻게 집시의 라코치 모델에서 주 요한 특징을 채택하면서도 그만의 고유한 예술음악을 창조하게 이르렀는지 그의 ≪헝가리 랩소디≫ 사례를 통해 살펴보게 된다. 결국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리스트의 재작업이 기존의 베르붕코쉬 레 퍼토리에 대한 비판적 대응으로서, 그의 동시대 영웅적 헝가리 행진곡의 일환으로서, 그리고 창의 적 편곡의 추구로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조명된다.
소나타 형식의 재현부는 일반적으로 제시부에서 다른 조성으로 제시되었던 주제들을 원조에서 재현함으로써 거시적 불협화를 해결하는 공간으로 이해된다. 최근의 소나타 이론(Hepokoski and Darcy 2006)에서는 특히 제2주제가 원조성에서 정격종지를 성취하는 순간을 필수구조종결점(ESC) 으로 강조하며 소나타 전체를 이 순간을 향해 달려가는 목적론적 과정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그러 나 브루크너의 재현부는 코스트베트(Korstvedt 2004)가 작곡가의 형식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 이라고 언급한 바 있듯이 자주 이러한 패턴에서 벗어난다. 제2주제가 원조가 아닌 다른 조성에서 나타나는 것은 물론 원조성에서의 정격종지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소나타 이론에 따르면 이러 한 ‘미해결 재현부’(non-resolving recapitulation)의 사례는 정규적 소나타 공간에서는 ESC를 확보 할 수 없는, 이른바 ‘소나타 실패’(sonata failure)를 표현하기 위한 작곡가의 의도적인 전략으로 이 해된다. 특히 다씨(Darcy 1997)는 브루크너의 미해결 재현부와 코다에서의 뒤늦은 종지의 확보를 작곡가의 종교적 배경과 결부시켜 ‘실패’와 밖으로부터의 ‘구원’의 구도로 해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학적 설명은 미해결 재현부가 담지하고 있을 수 있는 음악 내적인 필연성을 찾는 작업 의 중요성을 가려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본 연구는 브루크너의 원숙기 교향곡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전체적인 소나타 구상을 논의하면서 재현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러한 구상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논의한다. 첫째, 브루크너 특유의 3부분 제시부와 전자에서 후자로의 연속적인 이행을 표 현하는 제시부의 조성계획 비롯된 형식적 균형의 문제, 둘째, 으뜸조성과 종속조성을 독립된 두 개 체로 대비시키기보다는 과 이후 나타나는 그 반대 방향의 이행과정, 셋째, 브루크너의 중후기 교향 곡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불협화적 대립구조’(dissonant counter-structure)의 제시와 그 해결 양상이다. 본 연구는 이 세 가지 측면을 고려했을 때 미해결 재현부를 통한 브루크너의 접근 은 오히려 긴밀한 형식적 논리를 성취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교향곡 제7번≫ 1악 장의 사례를 중심으로 밝히고자 한다.
본 연구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no.15, op.28≫ 1악장의 발전부를 중심으로 주제적 구성의 양상을 살피고, 해당 발전부에 대한 해석으로서 ‘꿈과 현실의 내러티브’를 도입한다. 발전부를 세 영역으로 구분하고 각각을 현실에서 꿈속으로의 이동, 꿈속의 지속, 꿈속에서 현실로의 이동이라 는 구조로 파악한다. 이로써 전통적인 고전 소나타 형식에서 벗어난 발전부의 독특하고 모호한 음 악적 전개를 설명하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