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텍스트와 컨텍스트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여, 이중 어느 하나로도 귀결되지 않는 동시에 이들 사이를 조정한다. 형식은 단순히 텍스트의 부산물이 아니고 비가의 예에서처럼 사회적 관습에 종속된다. 동시에 형식은 컨텍스트와 별개로 독립적인 형식의 패턴을 유지한다. 알리와 멀둔에 관한 이 비교연구는 형식이 가진 이러한 역동성을 전제로 진행된다. 두 시인은 역사적 구체성과 구조적 자율성에 기반한 전통적인 시 형식이 가진 역동성을 사용하여 고국이 식민주의 이후 극심한 분쟁을 겪을 때 노스탤지아적 세계관을 구축한다. 두 시인은 스스로를 망명자로 인식하며 가잘, 소네트, 세스티나, 빌라넬과 같은 시 형식을 통해 노스탤지아적 갈망을 표현한다.
이 논문은 성경의 일부 혹은 전부가 문학적 해석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는 관점에서 로마서에 기록된 사도바울의 자기 고백을 수사학적인 도구로 본다. 로마서 해석의 역사에서 바울의 개인적 고백이 담긴 7장 7-25절은 율법을 논하는 다른 부분의 내용과 문체적 차이를 보인다는 이유로 여담, 삽입, 낯선 내용으로 여기거나 혹은 바울이 저자가 아니라는 시각이 존재해왔다. 사도의 권위로 어렵고 중대한 율법을 다루는 담론에 지극히 사적인 고백이 들어간 것은 바울적이지 않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 논문은 그것을 본문에서 벗어난 내용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난해하고 논란이 많은 율법이란 이슈를 1세대 크리스천 커뮤니티가 이해하도록 생생한 일인칭 내러티브로 설명한 문학적 도구로서 필수 불가결한 본질로 본다. 다시 말해서 바울은 우리가 이제는 율법에서 벗어났다는 주장을 보강하려고 사적인 고백을 사용한 것이다. 바울의 문학적 전략은 유대인과 이방인을 같은 믿음 안에 들어오게 하여 그들이 교회 안에서 서로 포용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었다. “율법이 죄냐?”는 그의 물음은 율법을 지켜야 하느냐 마느냐로 대립하고 있던 교회 안의 두 그룹 모두에게 던진 질문이다. 따라서 바울의 자기 고백은 유대인에게나 이방인에게나 그리스도의 은혜 외에 율법으로는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문학적 도구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바울의 선교전략과 현대 적용점을 밝히고자 논의하였다. 그리고 본 연구는 바울선교와 현대선교의 연결점 에서 찾고자 노력하였고, 바울의 선교 방법과 전략에 대하여 집중하여 다루었다. 바울선교에서 자비량선교, 도시중심의 선교, 현지의 문화와 상황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토착화 선교, 현지에 현지인을 중심으로 개척하였다. 현지교회가 자립, 자치, 자전의 선교를 시행하고, 현지 지도자들을 육성하고, 리더십을 개발하여 더욱 성숙하고, 영성이 있는 리더십을 개발하는 전략적 선교를 행하여야 한다. 또한 본 연구는 선교지 교회의 헌신자들을 사후관리하고, 선교사 멤버 케어와 위기관리 까지 시스템화하는 선교가 요청되고 있다.
본 연구는 사도행전에 나타난 바울의 상황화 선교 원리와 전략에 관한 것이다. 사도행전에서 사도바울은 대상자인 청중의 상황에 따라 메시지의 내용을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사도행전 15장 예루살렘 공의 회에서 사도바울은 모세의 율법과 할례를 시행하는 것이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예수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사도행전 13장 안디옥에서 유대인에게, 사도행전 14장 루스드라에서 이방인에게, 17장 아덴에서 철학자들에게 다른 메시지 내용과 전달방 법을 활용하였다. 사도행전에서 바울은 대상자에 맞는 적절한 상황화 원리를 통하여 복음의 전달을 하였다. 사도행전에서 나타난 바울의 상황화는 대상자인 청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복음을 전달하였다.
수췬(舒群)의 소설 「조국 없는 아이(沒有祖國的孩子)」는 일제가 식민지화 하고 있 는 조국을 버리고 간도-만주라는 이상향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 힘들게 살아가 는 고려인(조선인)-궈리(果里)의 삶을 중심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의 배경인 간도- 만주의 공간은 유토피아가 아닌 소외와 낯설음의 공간으로 작용하였다. 따라서 본 논문은 푸코의 ‘헤테로토피아’의 개념을 적용하여 공간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이 논문은 상징주의자인 발레리와 김춘수의 신화시를 비교연구 하기 위하여, 카시러의 신화론의 관점을 원용하였다. II부에서는 근본감정인 신성함의 구현으로서의 신화시가 논의되었다. 발레리의 「나르시스는 말한다」와 「나르시스 단장들」 , 그리고 김춘수의 「나르시스의 노래」는 ‘나르시스’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형상화하는 시인의 신화적 원형을 보여주었다. III부에서는 세계를 형성하는 정신적 힘으로서의 신화시에 관하여 논의되었다. 발레리의 『젊은 파르크』와 김춘수의 『처용단장』은 신화를 하나의 인식형식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시인으로서의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게 하였다. IV부에서는 순수 존재로서의 신을 현현하는 신화시가 논의되었다.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그리고 김춘수의 「신화의 계절」과 「밝안제」는 신화적 근원 시간으로 인간을 되돌려 순수 존재로 거듭나도록 하였다. 폴 발레리와 김춘수의 신화시는 신화라는 형식을 빌려 상징의 언어로 내면의 존재계를 형상화하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세계문학사에서 폴 발레리와 김춘수의 신화시는 존재론적으로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이상적 존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데서 그 고결한 가치를 지닌다.
본 논문은 신성한 텍스트로서의 성경이 해석학적 관점에서 이해되고 해석될 수 있다라는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하려고 한다. 성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과연 문학적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다. 19세기 에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가 성서와 문학적 관점의 상호 연관성의 가능성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한 이후로, 성서 해석학은 다양한 형태로 꾸준히 발전되어 오고 있다. 신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은 신성의 권위를 내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 해석학의 근본적인 전제들 중의 하나는 성경은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안에서 어느 특정한 저자에 의해서 그리고 인간의 언어로 기록 되었다라는 것이다. 폴리쾨르는 포괄적인 해석학의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성경이 하나의 텍스트로서 문학 이론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해석되어질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특히 리쾨르는 성서에 드러나는 신의 계시와 다양한 형태의 담론과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그리고 그는 각 담론 안에서 신의 계시의 다양성을 지적하였다. 또한 텍스트와 공동체의 관계 안에서 성경의 정전이 어떻게 확립되는지에 대한 과정이 연구되어야 한다. 텍스트는 공동체를 규정하고, 공동체는 동시에 텍스트를 규정하기 때문에 둘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관계에 있다.
히버트는 상황화 신학을 넘어서는 초문화 신학의 발전을 강조하였다. 서구 식민주의의 선교가 복음의 단순 이식과 외래 종교라는 문제점 을 야기하면서 이에 각 나라의 문화와 상황을 고려한 상황화 신학이 대두되었다. 이후 학자들의 연구와 현지 지도자들의 상황화 적용의 노력으로 상황화 신학은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히버트는 상황화 신학이 과도하게 적용되어 발생하는 문제점과 균형 잡힌 신학 발전을 위하여 초문화 신학의 발전을 제시하였다. 초문화 신학이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성경의 보편적 진리를 동일한 의미로 이해하는 신학적인 일치이다. 초문화 신학은 상황화 신학이 야기하는 문화 상대 주의, 다원주의 그리고 혼합주의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신학적 합의로 인한 하나됨을 위하여 필요하다. 상황화의 중요성이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상황화 신학이 발전되어가는 오늘날 신학의 다양함과 통일성 을 위하여 초문화 신학은 상황화 신학과 함께 발전되어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교회가 해석학적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여야 하고, 국제적인 논의를 통하여 서로의 신학을 점검하여 하나됨을 이루어 공통된 선교 과업을 수행하도록 한다.
본고의 목적은 기독교적 메타 리더십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것이 다. 이 변화와 다양성의 시대에 초문화적으로 통합된 리더십에 대한 것이다. 즉 문화적으로 분화되는 기독교 리더십들을 통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메타적 공통분모에 근거한 메타 리더십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통합적 기독교 리더십의 필요성은 이 시대의 개교회주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리더 개인별로 리더십의 분화를 방지하고 기독교 리더십의 일반적 원리들을 구축하기 위함에 있다. 메타 리더십은 이 시대의 상황화라는 명목하게 기독교적 리더십에 대한 무분별한 세속화와 무비 판적 상황화의 오류를 수정할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폴 히버트 (Paul G. Hiebert)의 메타 문화론과 비판적 상황화론 등을 참고하였다. 그리고 히버트의 기독교 사역을 위한 검증의 단계들을 통하여 메타 리더십의 초문화적 틀을 형성하는 기초적 제안을 하였다. 본고의 범위 는 우선 이 시대 상황과 미래 세계 기독교를 위한 기독교적 리더십을 위한 메타 리더십 패러다임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메타 리더십은 결국 메타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세계화적 시대의 기독교 적 소명에 부응하게 하는 것이다.
본고는 인간의 운명으로서 존재의 소멸에 관한 폴 비릴리오의 관점에 따라 존재의 소멸의 의미를 예이츠의 시작품에 적용한다. 「가이어」 에서 생성의 소멸의 과정을 살펴보았으며, 화자는 일시적인 만물 혹은 가치의 유전을 원치 않고 비극적 환희의 이중구속의 상황 속에서 지상에서의 영원한 소멸을 동경한다. 또 「1919 」에서 화자는 소멸의 운명에 대해 불평하지만, 사물이 소멸하지 않으면 그것도 재앙이 될 것이 다. 그럼에도 니체의 후예들은 소멸의 운명에 저항하며 영겁회귀를 꿈꾼다. 「벤 벌번 아래서」에서, 성 시스틴 성당의 벽화는 성스러운 아우라가 넘치지만 실상 반신 반수의 속물적인 인간의 작품이기에 신성의 소멸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에 미켈란젤로가 추구하는 것은 [세속의 완전성]을 추구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렇다면 소멸의 운명을 맞이하는 인간의 대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이 시간의 보편성 혹은 통시성에 함몰 되지 말고 매순간 시간의 동시성 혹은 공시성을 향유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폴 멀둔의 시에 나타난 유희적인 비가풍 회상을 두 가지 방식, 즉 어두운 유머와 연상기법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것이다. 멀둔은 어두운 유머를 통해 당대의 존재론적, 역사적, 정치적 위기상황을 보여준다. 그는 심각한 멜랑 콜리 정서만을 유지하지는 않는데, 전통적인 비가에서처럼 화자가 주변 환경과 정서적인 거리를 좁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대 비가에서처럼 멜랑콜리의 심연에 무력하게 빠지지도 않는다. 멀둔이 보여주는 멜랑콜리와 유머의 특이한 결합은 그가 선택한 미묘한 단어, 암호말, 기표 유희 등의 연상기법을 통해 이뤄지고, 이는 대상과 상황 사이에 긴장을 일으켜 의미화 작용의 한계에 이른다. 멀둔은 20세기 후반 격동기를 애 도하면서 추적 가능한 애도의 감정들이 기표의 유희 속으로 급속히 표류하게 하여 충격적인 역사로부터 유머러스한 거리를 유지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에 종교학적으로 답하기 위해 폴 리쾨르(Paul Ricoeur)의 미메시스(mimèsis) 이론을 그의 종교적 해석학에 접붙였다. 이 접붙임을 통해 드러나는 종교적 텍스트의 본유적인 기능은 개인과 공동체가 종교적 텍스트를 읽고 해석하면서 개인과 공동체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한정적인 시간성(Zeitlichkeit)을 넘어선 영원성(eternity)이나 공(空)과 같은 근원적인 시간성과 새로운 존재의 가능성을 보면서 일어나는 영혼의 변형과 서사적 정체성이다. 약한 인공지능(weak AI)의 경우, 인공지능이 지식적이고 교리적인 측면의 기능을 감당하게 되어 영혼의 변형이라는 종교적 텍스트의 본유적 기능이 강화될 것이다.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의 경우,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전에 지금까지 종교적 텍스트가 형성해 온 다양한 종교적인 서사적 정체성을 인공지능 프로그램 안에 적극적으로 포함하는 컴퓨터 공학과의 협업이 강력하게 요청된다.
바울은 각 선교지의 삶의 정황(Sitz im Leben)에서 비롯된 여러 신학적 문제들을 그의 서신에서 다루고 있다. 따라서 바울서신의 신학적 주제들은 선교적 해석을 통해 보다 바르고 분명하게 이해될 수 있다. 왜냐하면 바울서신에서 선교의 성서적 근거를 찾는 것이 아니라 바울서신 자체가 하나님의 선교를 증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선교적 해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울은 이방인의 사도로서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이신칭의’(以信稱義)를 통해 유대인뿐만 아니라 모든 믿는 자들이 구원을 얻는 복음의 보편성을 확립하였다. 이것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십자가는 유대인들이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이고 헬라인들이 어리석게 여기는 것이지만 바울은 이것이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이자 지혜임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을 얻은 자들은 ‘연합과 일치’를 이루어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여야 한다. 오늘날 침체된 한국교회는 바울서신의 신학적 주제에 대한 선교적 해석과 실천을 통해 새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교사였던 바울은 그의 정체성에서 특별한 점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은 회심 후 오랜 시간이 지나 특별한 사람들만 소명을 받게 된다. 바울의 선교적 인생의 전환점이 된 ‘다메섹 사건’은 그의 정체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데, 그에게는 회심이 곧 소명이 되었다. 바울은 이 사건을 전할 때마다 서로 다른 보도를 하고 있다. 그 이유를 우리는 바울이 처한 정황을 고려한 선교적 해석을 통해서만 정확히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이방인의 사도’임을 여러 번 강조함으로써 적대자들의 핍박과 공격의 대상이 되지만, 바울은 결코 어떤 사람이나 기구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신적권위에 의지하여 유대적 율법주의에 맞서며 사도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한다. 오늘날 우리가 바울처럼 ‘사도직’을 자신의 선교사역의 결과에서 비롯된 ‘사도됨’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선교학의 핵심개념 가운데 하나인 사도직이 바르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선교 역사 속에서 가장 활발한 선교사역을 한 바울의 선교 전략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바울은 1차, 2차, 3차의 전도 여행에서 다양한 선교사역의 형태와 전략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다양한 선교의 유형과 형태들 가운데서 바울의 선교 전략이 보여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바울의 세 차례의 전도 여행을 논의하였고, 바울의 선교전략의 모든 영역을 다루지 않았다. 전도 여행 중에 나타난 중요한 회당 중심의 선교, 대도시 중심의 거점 선교, 동역자를 세워 함께 한 팀사역, 자비량 선교, 상황화 선교전략, 현지인 리더를 양성, 성령의 인도하심과 능력 선교만을 다루었다. 바울의 선교 전략 연구를 통해서 한국교회의 선교의 방향과 전략을 수정하고 재정립하는 게 본 연구의 중요성이며 목적이다.
칭의론은 기독교의 심장이라 말할 수 있다. 바울에게 있어서 이렇 게 중요한 개념인 ‘칭의론’이 오늘날 세계 선교와 선교학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는 ‘하나님의 선교’ 개념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구체적으로 본 논문은 바울의 칭의론이 ‘하나님의 선교’라는 거대한 선교 신학적 패러다임 속에 담긴 칭의론과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비교 연구함으로써 선교 신학적 이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는 ‘하나님에 대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바울이 예수를 가리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용어는 ‘주’(Lord)이다. 그가 이 ‘주’를 하나님으로 칭송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칭호 역시 반드시 예수가 하나님이시고, 후대 삼위일체 교리의 의미에서 “성자 하나님”(God the Son)이심을 암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선교’ 관점 속에서 이해된 바울의 칭의론 연구는 21세기 선교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중요한 준거의 틀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연구가 천착하고 있는 것은 동일한 시대에 전개되었던 인문학 (Studia Humanitatis)과 종교개혁(Reformation)의 상관관계를 밝 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16세기 종교개혁의 시대적 배경이 되었던 인문학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제 2의 종교개혁이 과제로 제시되고 있는 한국 교회와 신학계의 현상을 비교 역사적으로 조망해 보고자 한다. 15-16세기에 유럽에서 인문학이 태동한 것과 교회의 혁신을 추진했던 종교개혁이 상호 영향력을 주고받았다면, 인문학은 도대체 어떤 학문이고, 교회와 신학은 인문학과 어떻게 상호 영향력을 주고받을 것인지에 대해 논구하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인문학과 종교개혁이 상호 영향력을 주고받았던 유럽의 16세기에 대한 논의일 뿐만 아니라,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교회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교는 길(路) 위의 종교이다. 기원후 1세기, 그리스도의 복음을 땅 끝과 이방 사람에게 전파하기 위해 도상에 올라선 바울은 그리스도교 복음의 떠나는 본성을 그대로 지닌 ‘선교 여행자’였다. 바울이 선교 여행을 떠날 당시는 로마 제국의 치안 유지와 함께 제국 곳곳에 건설한 가도와 해로로 여행자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바울의 선교 여행도 로마 제국의 영토 내에서 로마의 가도와 해로를 통해 이루어졌다. 본 논문은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울의 제1차 선교 여정의 이동 경로와 로마의 길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찰함으로써,길을 통한 그리스도교 복음의 여정과 그것의 선교학적 의미를 연구한 다. 키프로스와 소아시아의 로마 도상에서 바울은 그리스-로마의 문화 및 종교관을 마주하며 하나님을 전하는 방식에 대하여 숙고했고, 궁극적으로 이 여정이 바울의 신학적 성숙을 이끌었다.
바울의 선교적 성숙은 그가 믿고 있던 복음의 의미를 풍성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선교 방식의 변화도 초래하였다. 구체적으로 바울은 그의 제1차 선교 여정 중 안디옥 설교와 루스드라 설교를 통해 지역적 특징과 청중의 문화적 수용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선교적 접근 방식의 차이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바울은 안디옥 설교에 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부활을 강조한 반면, 루스드라에서는 오로 지 살아계신 창조주 하나님을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이처럼 바울의 설교는 지역적 특징과 청중의 종교문화적 감수성에 따라 그 선교방식을 완전히 다르게 취했다. 이런 현격한 선교 방식의 차이는 로마의 도상에 서 이루어진 여정으로 바울이 로마 제국의 종교 문화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도상의 복음이 그 지역의 종교 문화적 감수성 과 만났을 때 선교적 성숙이 성취되고 있음을 바울이 걸어갔던 제1차 선교 여정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