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T. S. 엘리엇의 『황무지』 제5부인 「천둥이 말한 바」를 엘리 엇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주도 동기(leitmotif) 중 하나인 사랑과 전쟁 의 관계에 범박하게 초점을 맞추어 읽어보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이 글은 「천둥이 말한 바」에 대한 개관, 개인적·역사적 의미와 그에 따른 형식적 특성, 시 단락별 설명과 새로운 한글 번역, 그리고 단락별로 연 관성 있는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글의 두 번째 부분은 “깨 진” 엘리엇과 신경쇠약, 전후 유럽의 “발칸화,” 그리고 「천둥이 말한 바」 라는 파편화된 텍스트 자체 사이의 연결고리를 절단된(dis-membered) 오 시리스의 몸을 매개로 제시한다. 참고로, 이글은 1922년 크라이테리언 (The Criterion)에 발표한 판본에서 2015년에 편집된 판본에 이르는 과정 에서 변화되어온 행과 연 구분에 관한 내용도 제공한다.
보스턴 초기시들 중 하나인 「여인의 초상화」에서 T, S. 엘리엇은 여 인들의 다양한 측면들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이들은 결혼이나 사랑 의 실패로 인해 깊은 좌절감에 빠졌던 여인이나 소녀들이다. 이들에게 는 이제 우정이 사랑의 자리를 대체하게 되며, 타인들과의 진정한 교제 는 이들의 일상에서 가장 중심적인 관심/배려가 된다. 하지만, 이 다양 한 여성을 표상하는 한 여인을 예리하게 관찰하며 그녀의 내면을 깊이 파고 들고 있는 이 시의 남성 화자는 자신이 연인이 될 가능성을 의식 하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으로 벗어나려는 화자는 그녀를 떠나게 되며 가까운 미래에 그녀가 죽을 것이라고 갑작스럽게 상상한다. 극도로 자 의식적인 화자의 내면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이 시는 시간과 기억에 대한 베르그송의 사상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여인의 초상화」 의 시공간은 실제적 공간이라기보다, 화자의 의식과 지속으로서의 기억 에 의해 구성되었다. 베르그송은 모든 생명이 끊임없이 유동적이며, 그 가 “지속”[durée]이라고 부르는 생성적 과정에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남성화자의 지속적으로/극적으로 변화하는 감정은 베르그송의 사유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마티스의 미학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연구는 T. S. 엘리엇의 초기 시를 쥬디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과 젠더 우울증 개념을 기반으로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에서 제시된 젠더 수행성에 따르면 젠더는 한 개인의 내 적이고 본질적인 중심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제스처, 옷 입는 방법 등 과 같은 행위에 의해 구성된다. 젠더는 반복되고 축적되며 그렇게 해서 응축되어서 자연적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버틀러는 젠더 우울증을 젠 더화된 정체성의 “절대로-절대로 구조” 혹은 동성애 부인에 대한 “절대 로-절대로 구조”라고 불렀다. 「프루프록의 연가」, 「여인의 초상」같은 엘 리엇의 초기 시를 젠더 수행성 개념을 통해 살펴볼 때 시의 화자들이 기대되는 젠더 역할들을 수행하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여성과의 관계 형 성도 실패한다. 일부 비평가들은 엘리엇의 작품을 동성애 관점에서 살 펴보았고, 라모스는 엘리엇 작품에서 발견되는 애가적 특징에 동성애적 인 의미가 엮여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애가적 특징은 엘리엇의 초기 작품, 특히 황무지 4부 「수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엘리엇은 네 사중주에서 지식과 지혜, 특히 노인의 지혜의 의제를 다루고 있다. 엘리엇에 따르면 경험으로부터 나온 지식은 단지 제한된 가치밖에 없으며 패턴을 부과하고 우리를 기만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혜 또한 우리를 기만하거나 잘못된 처방을 내렸다고 진단하고 있다. 엘리엇에게 있어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 패턴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 적인 것으로 우리 모두는 궁극적으로 성경, 특히 예수님의 말씀에 의존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기-부정을 포함한 겸양의 지혜를 획득 하게 된다. 즉, 엘리엇은 네 사중주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에 의존 하여 역사를 초연하게 봐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엘리엇과 브래들리의 ‘무매개경험’은 주체가 세상을 경험하는 원재료 로서 이 경험을 원재료로 하는 인식은 관계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 으로 시간과 공간이 개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이 가진 여러 감각, 인식 장치가 그 형성에 작용한다. 무매개경험과 관계적 인식을 이어주 는 개념들로 ‘유한중심’ ‘관점’ ‘느낌’ 그리고 ‘자기’와 같은 말이 등장한 다. 이 개념들은 주로 무매개경험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발생하는 일이 고 그렇기에 세상을 이해하는 문제에 있어 개인적인 한계와 차이가 발 생한다는 견해를 내포한다. 충분한 수의 개인적인 관점들이 동의하는 바가 현실세계에서 진실 혹은 실제(real)가 된다고 엘리엇과 브래들리는 보았다. 이 같은 상대주의적 입장은 그들이 기본적으로 상정한 관념적 인 세계관과 일치하지 않는다. 종교적인 믿음이나 의식수행과 같은 전 통적인 세계관과 경험적이며 물질적인 세계관이 충돌하는 것은 당시의 흔한 일이었다. 이 같은 복합적인 세계관은 당시 태동하던 과학적인 방 법론을 기초로 하는 신학문인 심리학에서도 나타난다. 특별히 융의 분 석심리학은 형이상학적이며 신비적 관점을 심리학 범주 안에서 다루고 있다.
『황무지』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광야에서 방황하고 고통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엘리엇의『황무지』에서도 사막과 같은 도시에서 소외 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동 시대인들에게 다가오는 세상의 종말의 위험성을 경고한다는 점에서 『호세아』에서의 선지자와 『황무지』에서의 엘리엇은 매우 닮아있다. 『황무지』에서의 이 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 불복종하여 처벌을 받지만, 이 처벌이 이들 에 대한 영원한 저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유사하게, 하나님의 현존에 대해 무지한 『황무지』에서의 도시인들은 돈을 우상 숭배하고 자 신들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도시를 배회하지만, 각자가 엘리 엇의 선지자적인 경고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한 이들을 위한 희망과 구원의 공간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