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80년대 초 도미 이후 지속적으로 기하학적 드로잉의 형태로 작업을 이어 가는 이상남의 도상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그가 뉴욕이라는 배경에서 과거의 국내 또는 뉴 욕 현지에서의 주된 미술의 조류에 동화되는 일 없이 독특한 기하학적이고 기계적인 이미지 로만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을 마르셀 뒤샹이 1911년 이후 기계적 이미지를 화면에 도입하 고 그 이후로는 완전한 기하학적 추상, 또는 기계적 구성으로만 작품을 구성하는 점과 비교, 연구하고 있다. 이들 화풍에 공통되는 점은 첫째, 직전 세대에 통용되는 화법으로부터의 명 백한 단절을 꾀함으로써 전통회화적 기법에서 해방되고자 했다는 점, 둘째, 이를 위한 방법 으로 고질적 회화의 기술, 즉, 손이 익힌 화법을 차단하고자 몰개성(de-personalize)적인 기 하학 또는 기계 이미지만을 그리거나 제작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있 어 기하학은 20세기 초의 추상화로의 움직임에서 전형적인 순수한 형식상의 필요에 의한 변 화로만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 논문은 김춘수가 이상에 대한 비평에서 ‘이상은 왜 키르케고르의 길을 가지 않았는가?’를 물은 데 착안하여, 시인으로서의 존재론적 지향점이 김춘수는 초월성을 향해 갔으며, 이상은 내재성을 향해 갔다는 전제 아래에 논증되었다. 초월성을 지향한다는 것은 차안으로부터 피안의 신, 존재, 진리, 선을 추구한다는 것이며, 내재성을 지향하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유래한 인간의 본성과 생명력을 신뢰하며 자기의식의 체험을 긍정하는 것이다. 김춘수는 초월성의 관점을 키르케고르의 신학에서 취한 바, 이 논문 또한 그의 사상을 원용하여 논증해 나아갔다. 이상 문학의 절망, 불안, 권태 등은 키르케고르의 1단계 심미적 실존에 머문다. 이상은 키르케고르적인 신학적 세계관과 아가페적 사랑을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천재로서 절망과 불안을 감내하며 내면의 자유를 추구하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기여하였다. 결론적으로, 키르케고르의 신학적 길을 간 것은 오히려 릴케의 영향을 받은 김춘수였다. 한국현대시사에서 모더니즘의 두 거장 이상과 김춘수는 ‘내재성’의 사상과 ‘초월성’ 사상의 두 축을 담지하여 한국의 정신사를 풍요롭게 하였다.
『12월 12일』은 이상의 첫 번째 소설로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월간지 『조선』 1930년 2월호부터 12월호까 지 9회에 걸쳐 연재된 장편 소설이다. 『2월 12일』은 적빈으로 처자식, 노모를 잃은 ‘X’가 일본에서 자본주 의의 본질과 모순을 경험하고 고국에 돌아오지만 형제간의 갈등 속에 거의 모든 것을 잃고 자살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X는 향락과 낭비를 통해 자본주의의 소비 문제를 깨닫고 육체를 손상하면서까지 물질문 명의 폭력성을 몸소 체험하는 등 자본주의의 원리를 체득하고 돌아온다. 하지만 동생 T는 돈이 자본이 되어 돈을 버는 자본주의 경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형의 제안을 거부하고 대립한다. X와 T, X와 T의 아들 업의 갈등 끝에 이들은 파국적 결말을 맞이한다. 본 연구는 이상의『12월 12일』의 후반부 주요 서사인 형제간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였다. X와 T 형제간의 갈등과 X와 조카 업 사이의 숙질 간의 갈등의 주된 원인은 돈을 중심으로 한 경제문제와 유교적 가부장제에서 벗어나려는 근대적 주체의 형성 문제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We present the characteristics and the performance of the new CCD camera system, SNUCAM- II (Seoul National University CAMera system II) that was installed on the Lee Sang Gak Telescope (LSGT) at the Siding Spring Observatory in 2016. SNUCAM-II consists of a deep depletion chip covering a wide wavelength from 0.3 μm to 1.1 μm with high sensitivity (QE at > 80% over 0.4 to 0.9 μm). It is equipped with the SDSS ugriz lters and 13 medium band width (50 nm) lters, enabling us to study spectral energy distributions (SEDs) of diverse objects from extragalactic sources to solar system objects. On LSGT, SNUCAM-II offers 15.7 15.7 arcmin eld-of-view (FOV) at a pixel scale of 0.92 arcsec and a limiting magnitude of g = 19.91 AB mag and z=18.20 AB mag at 5σ with 180 sec exposure time for point source detection.
본 논문에서는 작곡가 이상근이 일생 동안 애정을 가지고 작곡하였으나, 연구가 미흡한 합창분야를 중심으로 그의 음악을 조망하였다. 음악분석은 중기와 후기의 합창곡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결론에서 이상근 합창음악 전체의 음악적 특징을 시기적으로 정리하였다.
이상근의 초기 합창곡은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하는 서정적인 곡들로 한국적인 것의 현대화와 인상주의 기법의 한국화를 도모하는 가운데 ‘친근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기 합창곡은 초현실주의 시의 내용에 따라 초기의 현대적 어법이 보다 추상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나타났다. ‘말하는 노래(Sprechstimme)’는 한국적 시김새와 관련하여 작곡가의 독특한 방법으로 다양화되고 한국화되었다. 후기의 합창음악은 초기 양식에서처럼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한 텍스트를 가져온다. 하지만 전통음악적 소재와 현대적 음악어법은 보다 기악과 성악에서 보다 다양하고 표현되며, 공간적 의미까지를 포함하여 우연성 음악에의 접목까지 한층 포괄적으로 표현되었다.
전체적으로 그의 합창음악에는 동시대의 한국 창작음악의 미학적 관점인 ‘친근성’, ‘현대성’, ‘민족성’이 시대적으로 비중을 달리하지만, 작곡가의 부단한 도전정신에 의거하여 시기별로 독창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We introduce the Lee Sang Gak Telescope (LSGT), a remotely operated, robotic 0.43-meter telescope. The telescope was installed at the Siding Spring Observatory, Australia, in 2014 October, to secure regular and exclusive access to the dark sky and excellent atmospheric conditions in the southern hemisphere from the Seoul National University (SNU) campus. Here, we describe the LSGT system and its performance, present example images from early observations, and discuss a future plan to upgrade the system. The use of the telescope includes (i) long-term monitoring observations of nearby galaxies, active galactic nuclei, and supernovae; (ii) rapid follow-up observations of transients such as gamma-ray bursts and gravitational wave sources; and (iii) observations for educational activities at SNU. Based on observations performed so far, we nd that the telescope is capable of providing images to a depth of R = 21:5 mag (point source detection) at 5- with 15 min total integration time under good observing conditions.
본 연구는 경상북도 성주군에 위치한 한개마을의 장소정체성을 시작품을 통하여 해석하고자 하였다. 연구를 위해 이곳 출신인 한주 이진상의 시작품을 선정하여 살펴 보았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산거시경> 시에 나타나는 장소정체성은 전설이 있는 산의 정기(영축산), 가거지로서의 한개마을(대포촌), 조상의 숭모와 자부심(삼봉), 성리학적 깨달음의 구현처(이수), 세속적인 번뇌의 정화공간(산암효경), 성리학과 주역의 수기공간(북창청풍), '심즉리'의 도에 대한 깨침공간(동영제월), 자연으로부터 성리학적 도의 깨침공간(옥후하조), 자연에서 정신적인 '흥'의 깨침공간(계변산보) 등으로 볼 수 있다. 둘째, 한주는 <산거사경>의 시를 통하여 '한개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지역경관에 대한 가치를 시로 표현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성리학적 궁구의 길, 도를 깨치는 희열과 자연을 통하여 터득한 도의 인식을 노래함으로서 한개마을이 갖는 전통마을로서 또는 동족마을로서의 가치와 위상을 성리학적인 도의 실현이라는 인식공간으로 확장하였다는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셋째, 한개마을 공간분석 결과 영축산에서 시작하여 안산으로 이어지는 공간적 영역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공간체계는 한개마을을 둘러싸는 풍수지리적인 영역을 보여준다. 그러나 보다 중심적인 영역은 한주정사를 중심으로 사유가 전개된다는 점에 있다. 개인의 주택이 우주의 중심이 되며 세계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볼 때 한주정사의 역할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의 결과로 볼 때 한개마을과 그 속의 한주정사는 가거지로서의 생활공간이면서 동시에 한주의 '심즉리' 사상이 꽃피웠던 사유의 실존공간이었다는 점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 이를 통하여 볼 때 전통마을 '한개'는 그 속에 내재된 가거지로서의 우수성과 함께 성리학적 사유의 공간이라는 장소정체성을 중첩해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재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 논문은 연구자의 시각에 비추어 이상 시에 대한 선행연구를 고찰하고 그 의미를 정리한 뒤 ‘감각’을 중심으로 향후 과제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상 시 연구를 가로질렀던 논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천재 예술가 이상’이라는 항목이고, 둘째는 ‘다양한 의미의 스펙트럼을 가진 텍스트로서의 이상 시’라는 항목이다. 전자에서는 김해경이 어떻게 텍스트의 주체가 되었는가를 묻는 데 주력하는 반면 후자에서는 이상의 시가 해석학적 보고(寶庫)로서 다채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보유한 텍스트로 변신한다. 최근에는 학문의 경계와 거대 담론의 벽을 넘어 텍스트의 상호매체성과 내적 원리에 천착하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의 천재성과 내면성, 근대성을 존중하며 텍스트의 표층에 피상적으로 다가서는 연구들이 대세를 이루었던 과거에 비해 텍스트의 심층을 다각적으로 파고드는 연구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우리는 파격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이상에 대한 당대적 실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 충격의 첫 장면에 ‘감각’의 문제가 놓여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많은 연구자들이 이상의 감각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모더니즘의 언어이자 데카르트적 주체인 ‘나’의 오감(五感)과 감수성이 세계와 어우러져 빚어내는 지적이고 인식론적인 경험에 한정시켜 거론한 듯하다. 그러나 감각이 주체와 객체를 나눌 수 있는 성질을 지닌 것도 아니고 이성의 미학을 실현시키는 매개로써 단일감각의 수준에만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님을 기억할 때 이제는 감각을 존재론적 위상과 사건성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총체적인 층위에서 감각의 동태 態)와 본질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바로 거기에 ‘문학병’ 환자였던 그의 믿음과 윤리적 스타일이 내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질병에 드리워진 낭만적 수사학과 거리를 두고 탕진과 소멸의 생산성을 온전히 직시(直視)할 수 있는 좋은 참조점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The objective of this study was to reflect on the affects and implications of Lee Sang Beck's life amateurism and national consciousness through sports on Korean citizens in the era of confusion after Korea's independence. This paper scrutinizes into his
본고는 滄浪亭 李尙靖(1725∼1788)삶과 그의 문학에 나타난 정신을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조선 후기의 문학이 한창 무르익었던 시대였다. 학문적으로는 義理學과 事理學이 병행하던 때였다. 그가 어렸을 때는 그다지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하지는 않았다. 그의 학문 방향은 爲己之學에 있었다.
그가 많은 선비들과 교유하였다. 특히 그가 嶺南 左道와 右道 학자들의 소통에 일익을 담당하였다. 그 예로 그가 도산서원을 참배하고 그곳 선비들과 교유하였다.
그의 문학에 나타난 정신은 크게 4가지이다. 첫째 큰 국량을 바탕한 追遠精神이다. 그가 선비로서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였지만 그의 식견이 편협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가문의 전통을 계승하여 집안을 부흥시키려고 하였다. 둘째 經術을 바탕 한 道學精神이다. 그의 학문은 육경에 연원을 두고 많은 책을 읽었다. 그는 知行合一한 道學者였다. 셋째 마음을 바탕 한 義理精神이다. 그가 爲己之學을 바탕으로 義理學 에 전념하였다. 그는 모든 일에 있어 正心이 바탕이 된다고 하였다. 넷째 그의 가슴속에는 尊王攘夷 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道德的 理想主義의 실행을 바라고 있었다.
≪모자이크 모음곡≫은 이상근이 1960년대 초 미국연수 이후 작곡한 것으로 서양현대음악 기법 의 본격적인 시도들과 함께 12음기법의 체화를 위한 도전으로 시작된 작품이다. 그의 자평에서 출 발한 본 논고는 이상근의 12음기법 사용과 작품의 특징을 ‘양식의 혼합’이라는 맥락에서 설명한다. ≪모자이크 모음곡≫에서 나타나는 양식의 혼합은 12음기법과 선율에 내재된 한국 전통 음악의 요 소 그리고 바로크 양식의 혼합으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12음기법의 수용에서 나타나는 상대적으 로 자유로운 기법의 사용, 음렬에서 발견되는 이상근 특유의 음정작업과 화성 유형들 또한 이 작품 에 깊게 배어 있는 이상근식 음악 양식의 혼합으로 풀이하였으며, 동시에 서양의 새로운 기법을 독 자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려 했던 노력의 산물로 평가하고 이를 이상근의 음악에 담겨 있는 한국음악 의 현대성으로 해석하였다.
본 논문은 한국의 대표적 작곡가로서 서양기법을 수용하였으나 모방에 그치지 않고 이를 한국 적인 것과 혼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였던 이상근의 피아노 작품 중 우연성 음악인 《피아 노를 위한 투영 Ⅰ》과 《투영 Ⅱ》의 음고 구조를 분석·고찰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본 논문에서 는 한국적 음향을 완전 4도 음정에 해당하는 ‘음정류 5’와 이의 확장인 ‘새야화현’을 집합류 (027)의 적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그 결과 《투영 Ⅱ》는 음정류 5를 중심으로 확장된 집합류가 선 율, 화성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에서 한국적 음향을 서양적 어휘와 적절하게 혼용하여 작곡자의 독창 적 스타일을 구축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투영 Ⅰ》은 음정류 1 중심의 반음계주의와 음 정류 6이 조화를 이루어 선율, 화성, 성부진행, 그리고 12음고의 체계적 구상을 이루는 현대적 성향 이 강한 작품임을 시사한다.
이상근은 《투영 Ⅰ》과 《투영 Ⅱ》의 연주시 반드시 단편 A1으로 시작하여 B4로 종결되어야 하며 단편 A와 B는 번갈아 연주되어야 한다는 불확정성 이면의 확정적 요소를 제시한다. 이로 인하 여 《투영 Ⅰ》과 《투영 Ⅱ》의 단편 A와 B는 서로 상이한 음고 소재를 근간으로 구상되었다. 음고 구조 분석은 A♭중심음을 점차 발전시키는 《투영 Ⅰ》의 단편 A, 주요 집합류를 단편 A 각 부분에 서 발췌하여 재인용·확장 시키는 《투영 Ⅱ》와 같은 각 단편 내의 새로운 양상을 주지할 수 있게 해주며, 따라서 우연성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연주자에게는 연주 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 준 다.
이상근(1922-2000)이 ‘도전과 실험정신’의 작곡가이자 시대를 앞선 음악교육가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1959년 9월부터 1960년 8월까지 1년간에 걸친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시의 피바디 사범대 학에서의 연수와 1960년 여름에 참가한 탱글우드음악제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피바디 프로젝트’에 선발된 이상근의 미국에서의 음악활동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피바디사범대학 체제기간 중 이상 근의 <교향곡 2번> 4악장, ‘한국선율에 의한 서완조,’ <피아노 3중주곡 2번> 등 세 작품이 연주되었 다. 특히 탱글우드음악제 기간 아론 코플랜드에게 수학하면서 작곡한 <피아노 3중주곡 2번>의 초연 을 비롯하여 이상근의 작품들이 미국에서 연주된 배경과 그 의미를 조명하고자 한다. 또한 피바디 연수를 통해 구체화된 음악교육관이 귀국 후 저술한 그의 음악교과서에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알아 본다.
진주 출신의 작곡가 이상근(1922~2000)의 음악이 최근 음악학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본 연구 는 그의 초기 합창음악 양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1946년부터 1951년 사이 쓰여진 그의 12작품(개별 16곡) 중 출판된 11작품이 ‘전통과 현대성’이라는 관점에서 분석되었다. 이상근은 그의 논문에서 전 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에 대한 생각들을 펼치고 있다. 그는 전통 음악적 소재와 민족적 정서를 중 요시 하였고 이를 그가 영향받은 인상주의 음악과 결합하여 새로운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노 력하였다. 그의 시도는 5음음계나 새야화현이 현대적 리듬과 화성진행과 결합한 형태로 음악화되었 다. 이상근의 초기 합창음악은 한국창작음악의 미학적 관점에서 볼 때 민족성이나 현대성 외에 합 창의 대중적 속성을 반영하는 ‘친근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
이상근(1922-2000)의 연가곡집《가을 저녁의 시》는 프랑스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은 김춘수 (1922-2004)의 초기 두 시집에서 가사를 발췌한 것이다. 8곡으로 이루어진 이 연가곡집에서 이상근 은 김춘수의 초기 시적세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실존의 비참함과 무한세계의 동경, 그러나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인식의 한계와 구원에 대한 갈망이 연가곡집의 시적 내용이다.
8곡의 곡들은 모두 첫 곡 <언덕에서>와 의미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흘러가는 무상한 존재양식 을 형상화 하는 모토동기(F-E-D-C)를 통해 음악 내재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이 음형에서 이끌어 지는 2도, 3도, 4도의 음정조직이 각각 동기적 작업을 통해 전 사이클에서 선율과 화음의 주요 재료 로 사용되며 시적의미를 형상화한다.
각 곡들에서는 새야화현과 같은 한국 음악적인 요소와 서양의 현대적인 기법들을 혼용하여, 각 각의 시적 의미에 맞게 다양한 음악어법들이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