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BWV 1001-1006의 소나타들에 위치하는 푸 가들이 작품집에서 점하는 의미에 대해, 바이올린에 의해 실현되는 바흐 푸가의 새로운 면면 들에 대해 탐구하는 본 논문은 다음의 결론에 이른다. 바흐는 바이올린 솔로로 푸가의 새로 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거기에서는 대위법적 전개뿐 아니라 바이올린 특유의 기교적, 수식 음형적 패시지들까지 아우러지며, 이로써 그 엄격한 양식과 자유로운 양식의 결합이 작품집 을 가로지르는 의미를 띤다. 또한 바흐의 바이올린 푸가들은 다양성과 유동성의 형식 및 구 성으로 특징지어지는데, 그것은 푸가의 기본 질서에도 침투되어 있다. 다양성과 유동성에 정 교하게 조성되는 통일성과 완결성이 더해진다. 이 특성들은 개별 푸가에서, 세 푸가 사이에 서 함께 나타나고, 이러한 관점에서 푸가들은 BWV 1001-1006의 ‘커다란 코스모스’를 함축하 는, 대위법적 연주의 차원을 개척한 ‘작은 코스모스’로 이해될 수 있다.
피에트로 마리아 크리스피(1737-1797)는 로마에서 활동하던 교회 음악가이자 오르간 연 주자였다. 오늘날에는 거의 완전히 잊혀졌지만, 그는 당시에는 어느 정도의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로버트 브레머는 크리스피의 교향곡 한 곡을 1763년 영국 런던에서 출판하였으며, 찰스 버니는 1770년 로마에서 크리스피를 만났을 때, 그를 “유명한 교회 음악가”라고 불렀 다. 프리드리히 립만은 1968년 논문에서 로마의 도리아 팜필리 문서보관소에 저장되어 있는 18세기 이탈리아 교향곡 컬렉션을 소개하였다. 120여곡의 교향곡이 보관되어 있는 이 컬렉 션에 크리스피는 가장 많은 수인 18곡의 교향곡을 남겼다. 그러나 립만의 논문에도 불구하 고, 크리스피의 음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본 논문에서는 크리스피에 대한 전기적인 소개로 시작하여, 음악학자들이 그를 어떻게 기록하였는지를 간단히 살펴볼 것이다. 그 후, 크리스피 교향곡의 소소들을 연구할 것이며, 이후 양식 분석에 근거하여, 이 들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이를 통해 크리스피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5곡의 교향곡 이 그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추정하겠다.
본 연구는 목적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La clemenza di Tito, KV. 621, 1791)에서 세스토와 비텔리아가 가사로는 못다 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어떻게 풀어내는 지 ‘음악분석’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다. 분석 대상은 두 남녀 주인공의 ‘론도’(rondò) 아리아 두 곡으로, 18세기 오페라에서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가장 강렬하게 드러내는 아리아 유형 으로 알려진 론도 아리아가 모차르트에 의해 재구성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 극적 의미를 고 찰한다. 본 연구의 논지는 크게 세 가지이다. (1) 대본가 마촐라(Caterino Mazzolà)에 의해 재탄생한 세스토와 비텔리아의 심리 상태는 원작자인 메타스타시오(Pietro Metastasio)의 그 것과는 유의미하게 다르며, (2) 모차르트는 이 변용(transfigurations)에 주목하여 대본·원작 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에 대한 근거는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특히 두 론도 아리아의 형식 분석을 통해 가사와 음악의 괴리가 빚어내는 또 하나의 드라마 를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3) 음악을 통해 드러나는 세스토와 비텔리아의 내면의 소리 를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이 소개한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의 개 념을 적용하여 읽어 내고, 이러한 접근법이 오페라 분석·연출·감상에 제시하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
본 논문은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를 둘러싼 논쟁 중에서 최근까지 가장 첨 예한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인 바그너의 사상과 음악이 독일의 제3제국과에 직 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논쟁을 다루었다. 현행 학계에서 이 논쟁은 비판과 옹호의 상호 극단적인 대립을 보이고 개별사항에서 이견이 노출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데, 본 논문은 이 대표적인 주장들의 배경과 근거를 비판적으로 검증․논의하면서, 히틀러의 바그 너 숭배, 히틀러의 반유대성, 히틀러와 바그너 일가의 관계, 그리고 바그너의 서거 이후 히틀 러의 제3제국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른바 “바그네리안(Wagnerian)” 내지는 “바이로이 티안(Bayreutian)”이 어떻게 바그너의 (반유대적 내용과 연관된) 사상과 작품을 의미화했으 며, 확산시켰으며, 수용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추적하였다.
본 논문은 첫째, 현재 학계와 대중에 의해 통용되는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미니멀리즘 음악에 관한 서로 대조되는 두 가지 방식의 정의를 이끌어냈다. ‘수렴하는’ 정의는 초기 미니 멀리즘 음악을 설명하는 정치적 · 사회적 · 미학적 조건 및 음악외적 형태를 바탕으로 미 니멀리즘 음악을 특정 맥락에 위치시킨 것이다. 한편 ‘발산하는’ 정의는 변화하고 발전된 미 니멀리즘 음악을 지칭하기 위한 것으로서, 앞서 언급했던 네 가지 조건을 부분적으로만 충족 시키거나 이런 조건으로 범주화되지 않는 다양한 음악을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정의하는 방 식이다.
둘째, 본 논문은 이런 두 가지 방식의 정의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원인을 고찰했다. 이 런 현상은 언어가 특정 대상을 명확하게 지시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며, 이 단어가 지칭하는 음악이 너무도 급격하게 변해왔고, ‘미니멀’이라는 용어가 형용사이며 애매모호 한 뜻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발되었다.
셋째, 본 논문은 이런 두 가지 방식의 정의가 미니멀리즘 음악의 수용에 미치는 영향을 탐 구했다. 우선 미니멀리즘 음악의 의미는 수렴하고 그리고 발산하는 이분법적인 개념으로 존 재하며, 수렴이 발산을 억압하는 형태로 표상된다. 그리고 청자는 단어 내부에 작동하는 이 런 역학관계에 의해 미니멀리즘 음악을 받아들일 때 ‘수렴하는 상(像)’을 이 음악 경험 이전 에 전제한다. 다만 이런 억압의 구도가 항상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방식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며, 사례에 따라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중 소통가능성으로 나타나기도, 때로는 미니멀리 즘 음악에 대한 경시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본 논문은 미니멀리즘 음악이라는 기표가 독특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러한 상황 자체가 미니멀리즘 음악 고유의 특성이라 보았다. 또한 본 논문은 위와 같은 일련의 논 의를 바탕으로 미니멀리즘 음악을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렸다. 미니멀리즘 음악이란, 이 음악이 수용되는 과정에서 그 기원인 극도로 미니멀한 형태를 계속해서 상상하도록 유도되는 음 악이다. 또한 미니멀리즘 음악이란, 그 안에 포함된 특정 음악 요소를 미니멀한 무언가로 보 고자하는 욕망과 관계되어 있는 음악이다.
본 논문은 데이비드 자이들러(David Seidler) 대본, 톰 후퍼(Tom Hooper) 감독, 알렉산 더 데스플라(Alexandre Desplat)가 음악을 맡은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0)에 나타나는 음악과 영화 사이의 ‘사상’(寫像, cross-domain mapping)과 음악들 간의 유기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의미를 살펴보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필자는 음악이 타(他) 매 체에 대해 본질적으로 자율적일 수 없으며 따라서, 음악에 내재한 많은 잠재적 의미들이 동 반된 다른 매체를 통해 구체화 될 수 있다는 쿡(Nicholas Cook)의 주장에 기대어 음악과 영 화가 조응하여 명시하는 잠재적 의미들을 밝히고자 하였다.
베토벤의 ≪7번 교향곡≫ 제2악장은 말더듬을 극복하는 주인공 조지6세의 전시(戰時) 연 설을 반주하는 음악으로 사용되었는데, 여기서 베토벤의 음악은 10여 개의 사운드트랙들과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음악과 내러티브 사이의 긴밀한 사상을 통해 극적인 이야 기 전개를 강화할 뿐 아니라, 영화의 결말에 대한 암시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매체들 간의 창발적 의미 생성을 이루어내고 있다. 베토벤에 내재된 모티브로서의 화음, 의 오스티나 토, 보조음과 상행3도선은 데스플라의 음악에 영감을 주었는데, 이들은 절망과 희망으로 구 분되는 내러티브의 두 축 속에서 절망의 침잠함을 강화하고 때로는 희망을 고대하면서 영화 의 결말인 말더듬의 극복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