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제주 지역에 산재한 방사탑을 풍수적인 측면에서 해석하고 이를 육지 돌탑과의 비교를 통해 제주 방사탑이 가지는 지역적 특수성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문화재로 등록된 제주 6개 지역의 17개 방사탑을 사례로 하였다. 연구결과 첫째, 육지 돌탑은 각종 재앙의 방지, 보허, 수구막이, 조산, 형국 보완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지만, 제주 방사탑은 보허와 재액방지 등 그 기능 이 비교적 단순하였다. 둘째, 육지 돌탑은 숲이나 나무 등과 혼합된 형태의 비보양상을 보이지만 제주방사탑은 탑 자체만 존재하였다. 셋째, 방사탑의 위 치가 포구가 아닌 마을의 경우 육지와 유사하게 마을 입구에 존재한 반면, 포 구에 위치한 방사탑은 포구 자체를 마을 입구로 상정하고 세워졌다. 넷째, 육 지의 비보가 숲, 돌탑, 연못, 조산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제주 방사탑은 탑만이 존재하는 단순성을 보였다. 다섯째, 육지돌탑은 마을 내부의 기운 이 누설되는 것을 방지하고, 외부의 사기(邪氣)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등 양면성을 보이고 있으나, 제주 방사탑은 외부의 사기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 는 것이 주목적인 단면성을 보이고 있다. 여섯째, 육지 돌탑은 비보와 아울러 제의(祭義)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나, 제주 방사탑은 제의기능이 없는 비보기능만이 존재하였다. 이는 결국 육지에서 제주지역으로 유입된 돌탑비 보가 제주지역의 지역적 특수성에 의해 선택적으로 또한 해당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적용된 것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반도 풍수에서의 비보 역시 제주 지역으로 대표되는 특정 지역에서는 지역적 특수성에 있으며, 이는 풍수적 불 완전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제주인들의 풍수적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중국 고대 우주론(宇宙論, cosmology)적 사유를 디지털인문학 (Digital Humanities)적 방법을 통해 비교,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 구는 철학과 사상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인문학적 연구는 ‘대규모 데이터(big data)’를 이용한 연구보다는 오히려 특정 텍스트 안의 한정된 ‘소규모 데이터 (small data)’를 분류, 재구성, 시각화하고 분석함으로써 더 유의미한 결과를 얻 을 수 있다는 입장에서 시도되었다. 본 연구는 「태일생수」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정리, 분석하여 디지털인문학 적 방법을 통해 기존의 연구를 보완할 지점을 도출하였다. 중국 최초의 우주론 적 텍스트 중 하나인 「태일생수(太一生水)」와 중국 우주론에서 가장 중요한 위 치를 점하고 있는 「태극도설(太極圖說)」을 중심으로 중국 고대 우주론의 텍스 트들을 디지털인문학적 방법을 통해 데이터화하고 구조화하여 비교함으로써 중국 고대 우주론의 연속성과 발전의 양상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태일생수 」가 시간과 공간에서의 생성(generation)을 묘사하는 우주생성론(cosmogony)이지 만 우주의 공시적(共時的, synchronic) 구조를 관조하는 형이상학(metaphysics) 혹 은 존재론(ontology)의 단초 역시 가지고 있었고 후대 성리학의 「태극도설」은 형이상학/존재론적 우주론이 극단적으로 강조된 모델임을 논한다.
본고(本考)는, 명리학(命理學) 관점에서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생극제화(生剋 制化)로 인한 부조화(不調和)로부터 인체에 질병이 발현(發現)한다는 점에 주목 하였다. 병인(病因)은 간지(干支)의 오행이 편왕(偏旺)이나 편쇠(偏衰)의 시점에 평형(平衡)이 실조(失調)됨으로써 발현한다. 그렇다면 과연 수많은 질병의 발현 시점을 어떻게 정확하게 인지할 것인가? 또 여기서 강조하는 ‘화해(和解)’라는 방법이나 방안은 그 병리적(病理的) 근거를 담보(擔保)할 수 있는가? 본고는 이 두 가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여기서 강조하는 화해방안은, 모두 건강한 일상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위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음양오행의 생극제화로 인한 부조화로부터 발현한 질병을 치 유하기 위한 방법 즉 화해방안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제시하였다. 첫째, 어느 한 오행의 편쇠(偏衰)로 인한 질병의 경우에는, 편쇠한 오행을 동류(同流) 또는 이류(異類)가 부조(扶助)하거나, 또는 편쇠한 오행을 생하는 방안이다. 둘째, 어느 한 오행의 편왕(偏旺)으로 인한 질병의 경우에는, 편왕한 오행의 생을 받는 오행을 통해 누설(漏洩)시키거나, 또는 편왕한 오행을 극하는 오행으로 설기(洩氣)하는 방안이다. 셋째, 환경적 요소를 변화시키는 방안으로서 시⋅공 간적 개념을 활용하거나 변용하는 것이다. 넷째, 오미(五味)를 중심으로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방안으로서 이른바 보완과 조화를 위한 균형적인 식단을 꾸 미는 것이다. 다섯째, 운기(運氣)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서 성명(姓名)을 개명 (改名)하는 화해의 방안이다. 우리는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운기(運氣)의 변화 와 심리적 안녕(安寧)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 제시한 이러한 화해방안을 일상생활에 적용한다면, 약리적(藥理 的) 효과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심리적(心理的) 안녕(安寧)을 확보하거나 유지 하는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육임신과금구결(六壬神課金口訣)의 저자는 전국시대 제나라의 손빈(孫臏) 이다. 이 문헌이 역관에 의해 조선후기에 우리나라로 전래된 이후 장서각, 규 장각,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전국 수십 곳의 학술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하지만 이 문헌의 성격과 이론체계가 학계에서 논의된 적이 없어 두터운 장 막에 가려져 있다. 이 글에서 금구결의 이론체계와 그 성격을 대육임과 비교하면서 고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육임과 금구결 모두 인사(人事)의 길흉을 예측 하는 학문이다. 둘째, 대육임에서는 천지반도와 과전도라는 2개의 식(式)을 만 들어서 길흉을 예측하고, 금구결에서는 사위(四位) 구조의 1개의 식(式)을 만들어서 길흉을 예측한다. 셋째, 대육임의 식(式)은 지반·천반·둔반의 3층 구 조이고, 금구결은 지분(地分)· 월장(月將)·귀신(貴神)·인원(人元)의 4층 구조이 다. 넷째, 월장을 대육임에서는 12중기와 육합하는 12지를 사용하고, 금구결 에서는 12절기와 육합하는 12지를 사용한다. 다만 이 글에서는 금구결 이론 이 인사에 적용되는 방법을 논하지 못하였다.
은나라 역사 문화유산인 갑골은 점친 내용 내지는 주제가 다양하다. 현재 까지는 관련 문헌에서는 연구 성과를 대략 24에서 10가지 정도의 단어를 중 심으로 사전식으로 해설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그 방식을 살펴보면 나열식으 로 되어있어 분류의 관점에서 볼 때 비체계적인 면이 있다. 본 논문에서는 상 대 역사 문화의 핵심엔 두 가지 중요한 주제가 있다고 보았다. 하나는 갑골복 사가 미래의 궁금증을 해결하려던 일종의 점사 같은 것이다. 또 하나는 상대 는 누가 뭐래도 제사를 중시했던 시대라는 점이다. 이 둘은 상대에 불가분 관 계에 있었다. 갑골복사를 점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점친 내용이 다양하며 연구 가들은 대략 20여 가지의 소주제로 구분하기도 한다. 史와 巫가 같이 일을 했 던 고대의 직제에 착안하면 점을 치는 그룹인 史의 예언 뒤에는 필요에 따라 巫의 액땜이 뒤따랐다. 그리고 그 액땜의 의식이 대부분 제사였다. 제사는 조 상에 대한 감사와 존중이나 공동체 의식의 강화뿐 아니라 액땜의 기능을 하 였다고 보이는데 이는 갑골복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본 고에서는 이 두 가지에 주목하여 갑골복사의 분류 기준을 새롭 게 제시하였다. 이는 그동안 나열식으로 제출된 갑골복사를 간명하게 정리하여 분류한다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간명한 분류체계가 핵심을 벗 어나지 않는 효율적인 연구를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갑골복 사를 상대 문화의 핵심인 제사를 기준으로 설정하여 새롭게 분류하여 제시하 였다. 갑골복사를 ‘제사’를 기준으로 대별하면 ‘제사’가 포함된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사가 포함된 유형은 다시 그 제사가 액땜의 기능으로 다른 점을 친 것에 수반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오직 ‘제사’ 자체를 질문 대상으로 삼은 유형이 있다. 이렇게 총 세 가지의 유형으 로 분류하여 살펴보았다. 그 내용과 관련해서는 복사의 주제가 20여 가지가 되므로 당시 왕조의 생존이나 존립에 직결된 주제인 농사의 풍흉을 좌우하는 천문역법과 전쟁에 관한 복사를 일관성 있게 발췌하여 살펴보았다. 조금이나 마 이 글이 갑골복사 분류 기준의 단일하면서 새로운 제시가 될 것이고, 나아 가 갑골복사 연구의 체계화의 효율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洪烟眞訣은 조선 중기 화담 서경덕과 토정 이지함이 중국의 烟波奇門法 을 바탕으로 삼고, 洪範五行의 원리를 기반으로 洪局數를 창제하여 독창적으 로 발전시킨 洪烟學을 기록한 조선의 문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 실이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 奇門遁甲의 학문적 본질은 군사상의 占事豫 測學的측면의 兵法이므로 일반인이 활용하기 어려운 학문이다. 반면 홍연 진결은 중국의 기문둔갑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홍국수를 활용하여 天文⋅地理 ⋅人事를 예측하므로 기문둔갑과는 차별화된 학문이다. 본연구에서는 홍연진결의 저술 배경을 알아보고, 홍국수 원리를 파악하 여 중국의 기문둔갑과는 차별화된 점을 살피고, 홍연진결에 수록된 내용 및 구성을 분류하여 고찰함으로써 우리나라만의 우수한 이론 및 특징과 한계성 을 살펴보았다. 아울러 홍연학은 洪局에 해당하는 홍국수, 八門, 八卦와 烟局 에 해당하는 六儀三奇, 九星, 八將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구성을 통 해 洪烟奇門으로 명명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연구 결과, 기존의 명리학이나 기문둔갑과는 달리 홍연진결은 홍국수를 중심으로 하여 天文, 地理, 人事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추리 방식으로 추리하는 진일보된 학문임을 알 수 있었다. 향후 이 논문이 한국식 기문둔갑 홍 연진결 연구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명리학적 질병 이론 고찰을 통해 자살 충동 조현병의 특성을 유 추하고, 통상 자살 직전 본의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자살 상담의 방향성을 제 안하려는 것이다. 첫째, 명리학 원전에서는 오행의 조화 즉 중화의 상태를 건 강의 조건으로 중시하고, 오행이 조화롭지 못한 태과나 불급의 상태를 질병 발생의 요인으로 본다. 또한 오행의 剋과 刑뿐만 아니라 休囚의 상태를 질병 발생의 요인으로 본다. 둘째, 명리학 원전에서는 사주 원국에 辰辰, 午午, 酉 酉, 亥亥의 自刑이 있거나, 대운이나 세운, 월운 등에서 自刑이 거듭 보이면 스스로 죽는다고 본다. 셋째, 명리학 원전에서는 사주 원국이나 대운이나 세 운, 월운 등에서 火가 水에게 극을 당하거나 死絶또는 休囚되면 정신 질환 에 걸린다고 본다. 넷째 사주 원국이나 대운이나 세운, 월운 등에서 슬픔을 주관하는 辛이 불급하거나 丁에게 극하면 마음이 울적한 정신질환이 생긴다 고 본다. 명리학적으로 자살 충동을 줄일 수 있는 상담 방향을 제안하면 다 음과 같다. 첫째, 사주 원국이나 운에서 自刑이 이루어진 사람이 상담 요청할 경우 운에서 自刑이 해소되는 시기를 알려주면서 상담하면 자살 충동을 줄일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둘째, 원국이나 운에서 水剋火가 이루어진 사람이 상담 요청할 경우 운에서 水剋火가 해소될 수 있는 시기를 알려주면서 상담 하면 자살 충동을 줄일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셋째, 사주 원국이나 운에서 辛이 불급하거나 丁에게 극을 당한 사람이 상담 요청할 경우 운에서 辛이 채 워지거나 丁剋辛이 될 수 있는 시기를 알려주면서 상담하면 자살 충동을 줄 일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본 논문은 ‘민간회화로서 무화(巫畵)의 예술적 기치-이미지의 미적특질을 중심으로’를 회화사적 입장에서 실증자료를 토대로 성찰하고자 한다. 그 동안 무화에 관한 도상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민속학적 관점에서 문화사적 의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다수를 이루었다. 신의 형상을 그림으로 나타난 것이기에 불화와 마찬가지로 우리 회화사에 서 충분히 논의가 이루어져야 되는 측면에 있으나, 무(巫)에 대한 부정적 시선 과 특정한 사조 또는 대표적인 작가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는 미술사에서 적극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장르이다. 무명(無名)의 작가에 의 해 그려졌으며 무당이 죽음이 다가오면 자신이 봉안하던 무화를 땅에 묻거나 불태워서 정리하는 관습 때문에 100년 이상 된 무신도를 찾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에 관한 연구를 꺼린다면 한국 인의 고유한 신에 대한 관념과 미적인 사유체계에 관한 이해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라 판단한다. 이러한 연유로 본 논문에서는 무화만이 지닌 미 적 특수성을 찾고자 하며, 이는 기층의 미감을 이해하는 하나의 통로가 될 것 이라 본다. 본인은 무화의 예술적 가치를 미적인 측면에서 논하기 위해서는 방향성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속학자인 김태곤은 무화는 민간신앙 속에서 전 승된 일종의 원시회화이므로 민화적 측면에서 고찰되어야 하며, 무화를 전형 적인 순수한 민화이고 말하고 있다. 민(民)에 의해 소통된 민간회화라는 점이 민화의 핵심이라면, 무화(巫畵)는 무당의 집인 신당에서 사용되었지만, 그 당 시 대중들의 욕구에 의해 제작되고 소통되어진 측면이 크기에 민화의 하나로 분류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로 본 논문에서는 무화의 예술적 가치를 민간의 회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하며 통시적 입장에서 사료의 분석과 실제 남아있는 무화의 실견을 통한 검토를 통해 무화라는 이미지가 지닌 본질을 파악하고 그간의 논의를 확장시키고자 한다.
6-7세기 왜⋅신라⋅당나라에서 즉위한 스이코(椎古)・선덕(善德)⋅무측천 (武測天) 세 여성 통치자의 등극은 동아시아 정치사에서 드문 현상이다. 이들 의 집권은 삼국 모두 왕권 중심의 중앙집권 국가로 발전하는 시점에서 진행 되었는데, 본고는 이를 불교(佛)-문화(文)-율령(律)’의 키워드로 접근하였다. 즉 문명의 환상선을 이룬 동아시아에서 도미노처럼 이어진 불교의 성행, 문화의 개방, 율령의 시행을 통해 조성된 정치균형과 경제발전, 젠더 프리의 분위기 가 여왕의 시대와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국의 신앙체 계와 혈통적 관습, 탄력적 외교와 선진적 도약에의 열망이 유의미하게 작용했 음을 고찰하였다. 민중의 무의식을 지배해온 민간신앙의 여성 신성은 불교에 서 관음보살 형상으로 재현되며 여성 신자의 증가 및 여성 통치자 등극의 당 위성을 견인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구세력과의 결별을 요하는 시대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통치자의 권위를 법제화하는 시스템, 즉 율령의 완비로 연결된다. 율령은 통치자의 권위를 ‘국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이자 왕권 중심의 중앙국가 성립의 이정표로서 의미가 있다. 그런즉 스이코⋅선덕⋅무측천 세 여왕의 등극과 치세는 ‘불교-문화-율령’의 코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도출해 낸 원인이자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 여성의 통치 미학, 즉 소 프트 리더십이 6-7세기 동아시아 정치가 힘과 위계의 확장기로부터 치세와 번영의 안정기로 접어드는데 중요한 요소로 기능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에서는 의정부 중랑천변에 형성된 무속촌의 형성 과정과 원인, 그 리고 이러한 무속촌에 나타난 무속의 혼종 양상을 살펴 보았다. 연구 대상 지 역인 신곡1동 청룡마을과 ‘의정부3동’ 중랑천변 마을은 한국전쟁 이후에 점차 번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규모 주택재개발이 시행되면서 대부분 아파트 단 지가 들어서 있지만 현재까지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지역에 무속인들이 대 거 이주해 오면서 무속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의정부 중랑천변 지역에 무속인이 이주해 오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대 전 후이지만 급증하게 된 시점은 2015년 전후로서 인근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재 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였다. 이렇게 무속인들이 급증하면서 2021년 기준으로 청룡마을과 의정부3동 인근에만 약 100여 곳의 점집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무속인들은 대부분 한양굿, 즉 서울굿을 하고 있 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지역 무속인들 중에는 서울굿을 하면서도 경기도굿의 형식을 일부 수용하여 서울굿과 경기도굿의 혼종 향상을 보이고 있 다. 즉, 일반적인 재수굿에서 전체적으로는 서울굿을 하면서도 경기도굿의 형 식인 산거리를 먼저 하고 불사거리를 그 뒤에 하는 형식을 따르고 있다. 또한, 이들은 만수받이나 서낭풀이 등에 있어서도 서울굿에서는 만수받이나 서낭풀 이는 간단하게 축소해서 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지만 이들은 아직까지도 원칙 대로, 거리거리마다 하는 경기도굿의 방식을 수용하였다. 이는 경기도 무속인 들과의 협업과 경기 북부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필연적으로 선택한 결 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 지역인 의정부에서 활동하는 무속인들은 자신들이 하는 서울굿에 경기도굿의 일부를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 응해 나가며 적극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무속인들의 실천 양상은 이 지역 무속의 혼종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잘 설 명해 주고 있다.
이 논문의 주된 목적은 일재 정홍채(逸齋鄭泓采, 1901~1982)를 중심으로 20세기 한국 성리학의 현실적 함축을 검토하고, 21세기 유학이 무엇을 넘어서 야 하는지를 전망해 보려는 것이다. 한때 조선에서 성리학이 가졌던 절대성은 삶 전반을 통제하는 규범적인 것이었지만, 서세동점의 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심각한 사상적 도전에 직면했다. 정홍채는 20세기 일본의 식민 지배 에 이어 분단과 전쟁을 경험했고, 빠른 속도의 경제 성장으로 자본주의 선진 국의 반열에 오르는 대한민국을 목격하면서 유학자로서의 삶을 마감했다. 20 세기, 유학의 주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하면서도 정홍채가 견지했던 성리학은 ‘자족적(自足的)’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정홍채가 사용하는 「리(理)는 본질/기(氣)는 리를 훼손시키는 것」, 「성(性)은 도덕적 본질」, 「성[리]은 최선의 표준」, 「본질 순응은 최선의 이익」 등의 리 중심 은유들은 성리학이 ‘그 자체로 완결된 체계’임을 함축한다. 20세기 한국 성리학의 절대주의적 도덕 원리 의 강조는 불굴의 선비정신을 유지하는 원천이었지만, 다수의 프레임(frame)과 다수의 도덕적 귀결이 존재하는 21세기의 시각에서 본다면 ‘이론적 유폐’는 피할 수 없는 귀결로 보인다. 형이상학적 정당화를 포기하는 것이 마치 유학 을 폐기하는 것처럼 이해하는 것은 극단적 착시일 뿐이다. 우리는 유학의 시 조인 공자의 언설을 통해 인의예지의 덕목들이 획일적으로 규정되는 덕목이 아니라, 좀 더 큰 프레임이나 도식 속에서 그 의미를 얻는 것임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공자의 도덕 이론은 21세기 탈형이상학적 흐름 안에서 경험적 정당화에 기반한 유학적 가치들의 현대화에, 나아가 ‘닫힌 철학’에서 ‘열린 철 학’으로의 전환에 유효한 시각을 제공한다.